빛과 숲, 그리고 만찬이 있는 레스토랑, 광화문 디라이프스타일키친
어릴 적 동화를 읽으면 늘 그려지는 모습이 있었다. 파란 하늘과 푸른 숲, 그리고 그 속의 아름다운 공간에서 즐기는 멋진 식사였다. 숲은 늘 생명력이 넘치지만, 반대로 차분한 공간이라는 조화로운 모습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숲을 보면 우리는 늘 편함을 느꼈고, 어딘지 모르는 동경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광화문에 이러한 콘셉트를 가진 레스토랑이 생겼다. 이름은 디라이프스타일키친(D·LIFESTYLE KITCHEN).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위치한 이 곳은 생명력이 있는 빛과 숲, 그리고 인간이 남긴 아트도 함께 있는 곳이다.
중요한 것은 겉모습만 자연주의가 아니라는 것. 제공되는 메뉴도 기존과 다른 특별한 재료와 철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최대한 담아보려고 한 것이다.
설탕 대신 꿀, 언제나 유기농 농산물로 만드는 곳
디라이프스타일 메뉴의 특징은 설탕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설탕 그릇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맛을 내는 경우에는 꿀만 사용하며, 육류도 무항생제 인증 제품에 달걀조차도 동물복지 인증 제품만 쓰고 있다. 올리브 오일은 처음 수확한 신선한 올리브 열매에서 추출한 산도 0.4%의 엑스트라 버진 오일을 사용하고 있다. 튀기는 조리법도 일절 없다.
이곳에서 준비된 메뉴 구성은 3가지로 되어있다. 파이토케미컬, 저탄고지, 그리고 지중해 식단이다.
먼저 파이토케미컬은 채소와 과일에 들어 있는 식물성 화학물질로, 세포 손상 억제 및 면역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물질이다. 대표적으로 타임지에서 선정한 슈퍼 푸드 등이 대표적이다. 꽃양배추라고 불리는 콜리플라워를 바질 소스로 구워낸 콜리플러워 로스트. 남해안 돌 자반으로 맛을 낸 김파스타에 김 소스로 면을 곁들인 엔젤헤어 김 파스타, 무스프로 맛을 낸 통배추 쇼마이 등이 대표적인 메뉴다.
저탄고지 식단은 말 그대로 탄수화물이 적은 메뉴다. 이곳에서 나오는 탄수화물의 용량은 최대 27g. 밥공기 1/3 수준이다. 여기에 유기농 버터, 산패율이 낮은 냉압착 오일 및 다양한 견과류를 넣어 요리를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곳에서 판매되는 버거. 이 메뉴는 아예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는다.
무설탕 트러플 마요에 콜레스테롤 개선에 좋은 차전자피라는 재료를 이용, 버거용 번을 만든 것이다. 여기에 오징어 먹물, 아몬드와 소고기 패티가 들어간다. 개인적으로 꼭 먹어봤으면 하는 요리는 두부 푸딩. 고소한 견과 소스와 블루베리가 함께 있는 디저트로 쫀득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달콤한 맛까지 같이 있는데 마지막 메뉴로 추천하고 싶다.
파이토케미컬과 저탄고지 식단에 포만감이 적게 느껴진다면, 이곳만의 지중해 요리를 골라 볼 수도 있다. 올리브 오일과 견과류, 붉은 살보다는 어류, 해산물, 그릭 요구르트를 중심으로 제공된다. 특히 다양한 파스타와 함께 즐길 수 있는데, 파스타를 주문하면 흥미롭게도 먼저 스튜로 제공되고, 이후에 면을 넣어 파스타로 만들어 준다.
자극성은 없다. 하지만 맛이 살아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맛이 없으면 전혀 의미가 없다. 이곳은 건강원이 아닌, 레스토랑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취향은 있겠지만, 충분히 맛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획일적인 조미료와 설탕이 없는 만큼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모두 살아있으며, 음식이 주는 식감의 조화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극성은 적어 중독성은 전혀 없다. 매운 것과 기름진 것을 먹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양 이상을 먹을 때가 있는데, 이곳은 전혀 그런 것이 없다. 그래서 다소 심심하게는 느낄 수 있지만, 식후에 느끼는 부대낌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파이토케미컬 샐러드 요리로 시작, 메인 메뉴는 지중해 요리로, 마지막은 저탄고지 디저트로 즐긴다면, 아마 이곳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즐길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참고로 이곳은 설탕과 조미료를 사용하는 음식이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추구하는 곳은 아니다. 음식에 있어서 다양성과 자연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그것에 따른 인간의 철학을 녹이고자 한 것이 이곳의 생각이라는 판단이다.
일상이 여행이 되기를 기대하며
디라이프스타일을 운영하는 이승훈 대표는 일상에서의 여행을 추구하고자 이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여행이 특별하게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매 삶이 여행이고 추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상이 특별하고, 소중함을 함께 느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이 추구한 빛과 숲, 그리고 그 속에 즐기는 웨딩 만찬을 준비하려고 했고, 자연이 주는 숲에 인간이 남긴 아트를 느끼고자 다양한 작품도 전시 중이다.
대표적으로는 윤성일 작가의 ‘현재인’이라는 작품부터, 통속적인 스타일을 극히 세련된 방식으로 이용, 스냅사진과 같은 정경으로 풀어낸 영국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은 아예 거대한 책자로 감상할 수 있다. 8월에는 우리나라 자기 기술을 알 수 있는 ‘흙으로 빚은 달 - 4인의 사발전’도 준비 중이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레스토랑이 아닌 아트로 다양한 계층과 소통하는 공간을 추구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곳을 추천한다면, 단순히 건강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음식문화를 느끼기 위해 방문해 보기를 권해보고 싶다. 단순히 건강이라는 하나의 콘셉트로 이곳을 귀결시키기에는 다양한 시각과 모습을 가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결국 음식이란 자연의 가치와 섭리, 거기에 인간의 생각과 기술이 녹여진 하나의 작품이라는 것. 숲속의 레스토랑을 추구하는 디라이프스타일의 철학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명욱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주류문화칼럼니스트
일본 릿쿄(立教)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일본 나스닥 재팬 상장기업에서 아시아 투자담당을 맡았었다. 10년전 막걸리 400종류를 마셔보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포탈사이트에 제공하면서 본격적인 주류칼럼니스트로 활동한다. 가수겸 배우 김창완 씨와 SBS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전통주 코너를 2년 이상 진행했으며, 본격 술 팟캐스트 '말술남녀'에도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최근에는 O tvN의 어쩌다어른에서 술의 역사 강연을 진행했다. 명욱의 동네술 이야기 블로그도 운영중이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