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리가 꼭 알아야할 일본 '욱일기'... 사용규제가 당연한 이유
최근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지며, 일본 제국주의 상징인 ‘욱일기’ 사용규제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구시의회는 7월 16일 열린 임시회에서 ‘대구광역시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사용 제한 조례안’을 회부했다. 현시점에서 일제 상징물 사용을 제한하는 조례 발의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구시의회는 일제상징물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해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몇 해 전부터 아마존, 이베이 등 세계 유명 쇼핑몰에 판매되는 욱일기 디자인 상품들의 판매 중지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욱일기 논란은 매번 반복된다. 유니클로는 욱일기 문양이 들어간 상품을 국내에서 판매하거나 광고를 게재해 비난을 받은 바 있으며, 소녀시대 티파니, 걸스데이 혜리, 빅뱅 탑, 비스트 장현승, 포미닛 현아, 그룹 빅스 등 욱일기 디자인을 차용한 옷이나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방송에 출연하거나, 사진을 공개했다 논란이 된 연예인도 한둘이 아니다.
욱일기 논란 후에 뒤따르는 변명은 대부분 “미처 몰랐다”다. 욱일기를 단순히 일본의 상징, 혹은 디자인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역사에 대한 무지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이런 욱일기 논란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욱일기가 무엇인지, 욱일기 사용이 왜 잘못된 것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욱일기(旭日旗)’는 태양 주위에 퍼져 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일족문(日足紋)이 그려진 깃발이다. 일족문은 일본에서 오래전부터 무가(武家)의 문장이나 어선의 풍어를 기원하는 용도로 사용해 온 전통적인 문양이지만, 근대에 들어 일족문이 그려진 욱일기가 논란이 되는 것은 이 깃발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 군대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욱일기라는 이름도 ‘아침 해가 떠오르는 기세로 제국을 이룬다’는 일본 제국주의 사상을 담고 있다.
즉, 욱일기는 독일 나치의 상징인 갈고리 십자가 문양인 하켄크로이츠와 같이 전쟁 범인들이 만들고 사용한 ‘전범기(戰犯旗)’다. 하지만 독일이 과거 전쟁의 잘못을 뉘우치며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철저히 금지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전쟁 및 침략 역사에 대한 반성 없이 지금까지 욱일기를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 현재 욱일기는 일본 군대인 자위대의 군기이며, 스포츠 경기의 응원기나 대중문화 상품의 마케팅 용도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종격투기선수 정찬성은 MBC ‘라디오스타’에서 “해외에는 욱일기에 대한 개념이 없어 유명 브랜드에서도 욱일기 디자인의 옷을 제작한다. 그 옷을 조르주 생 피에르가 입고 나온 적이 있다. 당시 국내 격투기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지적했다. 결국 생 피에르도 사과했고 해당 브랜드도 관련 옷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는 욱일기 관련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UFC서 챔피언이 되려는 이유가 욱일기 퇴치를 위해서라고 밝히 바 있다.
전쟁을 일으켜 세계인에게 큰 피해를 준 일본이 역사적 뉘우침 없이 욱일기를 계속 사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피해자였던 우리조차 이것이 왜 문제인지를 알지 못한다면 더 큰 문제다. 일제로 인해 참혹한 시절을 보내고 아직 제대로 된 보상이나 사과 없이 그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감히 전범기인 욱일기를 사용하거나 옹호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욱일기’가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그리고 반복되는 욱일기 논란과 ‘역사에 대한 무지’가 면죄부가 되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