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치매의 약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을 뇌 면역세포의 기능회복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대학교 묵인희 교수, 백성훈 박사, 강석조 박사 연구팀이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알츠하이머병에서 기능을 상실하는 원인을 규명하고 면역기능을 회복시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계에서 우수성이 인정되어 세계적인 학술지 ‘셀’ (Cell)의 자매지인 ‘셀 메타볼리즘’ (Cell Metabolism, IF=22.5)에 6월 28일 게재되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표적인 치매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치매 원인 단백질이 쌓이고, 신경세포의 손상과 함께 기억력 손상이 나타나며 또한 신경교세포에 의한 염증반응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종류의 신경교세포 중에서도 미세아교세포는 뇌 속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선천면역세포로서, 평상시에는 주변을 탐색하고 보수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같은 비정상적 물질을 감지하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활성화된다. 미세아교세포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포식·분해하는 청소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세아교세포의 면역기능이 어떻게 활성화되고 알츠하이머병에서 어떻게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에서 미세아교세포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미세아교세포가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대사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실험 결과, 미세아교세포는 베타 아밀로이드에 노출되면 에너지 생성 속도를 높여 베타 아밀로이드를 포식·분해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베타 아밀로이드에 급성으로 노출된 정상 미세아교세포는 에너지생성과정이 속도가 느린 미토콘드리아의 산화적 인산화(燐酸化)에서 속도가 빠른 해당(解糖) 과정으로 전환되는 대사재편성(metabolic reprogramming)을 보였다.

반면, 만성적으로 베타 아밀로이드에 노출된 알츠하이머병 뇌 조직의 미세아교세포는 산화적 인산화와 해당과정이 모두 손상되어 에너지 생산을 못 하는 대사결손 상태에 이르고, 이로 인하여 면역기능장애가 발생함을 발견했다.

이에 연구진은 대사촉진기능이 알려진 감마인터페론을 유전자변형 치매 마우스에 처리해, 대사결손 상태였던 미세아교세포의 해당 과정을 회복시키고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포획하는 면역기능이 다시 활성화되었고, 인지능력 또한 회복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알츠하이머병에서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어떠한 대사과정을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지를 규명했으며, 미세아교세포의 대사촉진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묵인희 교수는 “현재 임상적으로 알츠하이머병에 사용되는 약물은 근본적 치료제가 아닌 증상 완화제뿐이고, 그동안 신경세포의 사멸을 막고 활성화하는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지만 임상시험에서 실패해왔다”며, “본 연구는 신경세포가 아닌 뇌 면역세포의 조절을 통한 뇌 환경의 정상화 가능성을 보여주어, 향후 알츠하이머 극복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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