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비어천가는 ‘판본체’, 명성황후는 ‘흘림체’…조선 시대 한글 서체 변천사
조선 시대 한글 서체는 어떻게 변했을까? 세종대왕 탄신 622돌을 맞아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세종대왕유적관리소는 한글 서체의 변화를 볼 수 있는 기획전 ‘조선시대 한글서체의 아름다움’을 개최한다. 조선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시기별 대표 유물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세종대왕역사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30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된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틀 속에서 동일한 두께와 각진 획을 가진 조선 전기 한글 서체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당시 일반적인 필기도구인 붓으로는 쉽게 쓰기 어려운 기하학적인 모양의 이 서체는 필기보다는 인쇄를 전제한 것으로 흔히 판본체(板本體) 혹은 판각체(板刻體)라고 부른다.
조기 중기 한글 서체의 특징은 보물 제1947호 ‘숙명신한첩’을 통해 알 수 있다. 한글 서체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궁체(宮體)를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된다. 조선 초기 판본이나 활자의 기본 형태에 붓으로 쓴 느낌이 가미된 것으로,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 전형(典型)이 만들어지게 된다. 궁체는 주로 왕실의 필사본 서적에서 빼어난 모습을 볼 수 있고, 붓의 꺾임과 부드러운 흐름을 조화롭게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글 서체는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국문학의 융성으로 필사가 늘어나던 영·정조대를 거치며 정제되었고, 이후 순조부터 고종 대에 이르기까지 전성기를 맞이한다. 순조비인 순원왕후(純元王后), 순조의 셋째 딸 덕온공주의 글씨와 명성황후의 편지글은 조선 왕실의 한글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자료들이다. 이 밖에도 사대부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와 궁체로 거침없이 쓴 글, 그리고 민간에서 베껴 쓴 필사본 소설들에서 획의 변화와 강하고 약한 기운이 교차하는 선들을 볼 수 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이번 전시를 찾는 사람들이 조선 시대 한글 서체의 원류를 찾아보고 현대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의미를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