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혁명적인 패션 사진작가 노만 파킨슨을 만나다 ‘스타일은 영원하다(Timeless Style)’
노만 파킨슨 사진 작품 150여 점과 패션 매거진, 영상으로 전시장 구성
패션지 ‘보그(Vogue)’,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 사진가로 잘 알려진 노만 파킨슨(Norman Parkinson, 1913-1990). 그의 사진 작품 150여 점과 패션 매거진, 영상으로 이뤄진 ‘스타일은 영원하다(Timeless Style)’ 전시가 부산에서 진행 중이다.
당시 전형적이었던 실내 스튜디오 촬영 형식을 깨고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야외 배경의 패션 사진을 만들어 낸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노만 파킨슨은 미국판 패션지가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던 1960년대에 영국판 패션지를 고유의 스타일로 부상시키는 데 일조한 사진가로 평가 받는다.
노만 파킨슨의 이번 국내 최초 회고전에서는 영국의 낭만적인 전원 풍경과 활기찬 도시, 음산한 런던의 뒷골목부터 왕실 가족이 머무는 화려한 궁전에 이르기까지 50여 년 동안의 작업을 총망라한 15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제목인 ‘스타일은 영원하다(Timeless Style)’는 그의 작품이 50여 년 전인 당대의 패션 양식이나 인기 모델, 연예인, 왕실의 주요 행사를 소재로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대의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예술가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야외 작품들을 보여주는 ‘스트리트 사진’ 섹션을 시작으로, 사진 회사에서 견습생으로 일하던 그가 처음 패션계로 입문했던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를 비롯, ‘보그(Vogue)’, ‘퀸(Queen)’ 등 패션매거진의 커버와 화보 섹션이 이어진다.
1세대 패션모델로 알려진 카르멘 델로피체부터 노만 파킨슨에 의해 ‘보그(Vogue)’의 표지 모델이 된 후 유명해진 제리 홀, 훗날 그의 부인이 된 모델 웬다 로저슨까지 세계 최고의 모델과 뮤즈들의 사진도 전시된다. ‘영국 왕실 섹션’에서는 왕실의 공식 사진가로서의 노만 파킨슨이 바라 본 엘리자베스 여왕 모후와 앤 공주 등 왕가의 영광스러운 순간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한국 관람객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비틀즈, 데이빗 보위, 엘튼 존, 비비안 리(Vivien Leigh),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등 스타급 뮤지션과 예술가, 디자이너들의 초상 사진을 만날 수 있다. 그의 화려한 경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노만 파킨슨은 1913년 영국에서 태어났으며, 웨스터민스터 스쿨에서 수학했다. 10대 후반에 사진 회사에서 견습생으로 일하기 시작한 뒤 친구와 개인스튜디오를 열었고 1935년 개최한 개인전이 패션지 외주 의뢰로 이어졌다. 18세기의 장려한 초상화나 그리스 로마의 조각들의 자세를 흉내 낸 정적인 실내 스튜디오 사진이 주를 이루던 당시, 야외에서 모델들에게 골프를 치게 하거나 타조나 말 같은 동물들에 모델을 태우는 등 관습을 무너뜨리고 모험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영국 사진의 선구자로 평가 받는다. 그는 1990년 싱가포르의 정글에서 야외 촬영 중 사망할 때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미(美)’에 대한 흠모와 열정을 닮은 버건디 컬러와, 그가 즐겨 입던 실크 소재의 블라우스를 닮은 커튼으로 전시장 곳곳을 채워 관람객이 사진 작품에 둘러싸여 1940년대 영국 패션쇼 무대 뒤를 탐색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재)부산문화회관 시민회관본부와 KT&G 상상마당이 공동 주최로 진행한 노만 파킨슨展 ‘스타일은 영원하다(Timeless Style)’는 4월 30일까지 부산시민회관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