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속의 짜릿한 스릴 '오프로드' 주행해보니…
세단 대신 SUV 차량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보통 3가지 이유를 든다. 높은 시야에서 바라보는 운전의 편의성, 넒은 실내와 적재공간, 높은 오르막길도 거뜬히 올라가는 힘이 그것이다. 이런 이점 때문에 SUV의 주가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그러나 SUV의 진가는 오프로드 주행에서 나온다. 잘 다듬어진 길(온로드)이 아닌, 보통의 세단은 엄두를 못내는 거친 길(오프로드)을 거침없이 내달리는 짜릿함이 SUV 차량의 진정한 매력이다.
오프로드 주행에 일가견이 있다는 지인과 함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와 폭스바겐 투아렉에 몸을 싣고 오프로드 주행을 해봤다. 장소는 광주광역시 인근의 한 오프로드 코스.
앞에 벽만 없으면 간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먼저 탑승한 차는 랜드로버의 디스커버리4. 오프로드 하면 떠오르는 이 차는 오지 탐험을 다루는 영화나 다큐멘터리에 숱하게 등장하는 모델이다.
차를 탄 첫 느낌은 일단 높다는 것이다. 웬만한 트럭 이상의 높은 시야를 자랑한다. 이 차를 타다가 다른 차를 타면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 이런 높은 시야는 오프로드 주행 과정에서 각종 장애물을 쉽게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앞 뿐 아니라 옆 공간도 보기 편하다.
다이얼을 돌리는 독특한 방식의 기어를 D에 놓고 긴장 속에 차를 출발시켰다. 험한 길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고립 상황이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문득 들었다.
처음 마주한 길은 다소 큰 돌이 곳곳에 깔려 울퉁불퉁한 돌길.
디스커버리4에는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이 달려 있다. 간단한 스위치 조작으로 ▲일반 도로 ▲수풀길 ▲자갈길 또는 눈길 ▲진흙 및 웅덩이 ▲모래 또는 암석 등 5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면 차가 알아서 엔진, 변속기 등을 조절해 가며 주행을 한다.
‘자갈길 또는 눈길’에 스위치를 얹고 조심스레 가속 페달을 밟았다. 큰 돌을 지날 때마다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는 등 험로가 될 것 같았지만, 꽤 부드럽게 길을 지나갔다. 중간에 자신감이 붙어 속도를 높여 봤다. 이 역시 일도 아니란 듯 부드럽게 헤쳐갔다.
이후 흙으로 된 높은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이 차의 엔진은 최고 출력 255마력, 최대 토크 61.2kg.m의 성능을 갖고 있다. 웬만한 오르막길은 가속 페달을 깊숙히 밟지 않고도 거뜬히 올라간다.
그리고 나타난 내리막길. 오프로드 주행 때 가장 위험한 구간 중 한 곳이다. 오르막길을 오르며 한껏 탄력이 붙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내리막길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바퀴가 돌지 않는 상태에서 차가 죽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위험을 막아주는 장치가 이 차에 달린 내리막길 주행 제어장치·경사로 가속제어장치·경사로 브레이크 장치다. 큰 경사가 진 곳에서 차의 가감속을 자동으로 조절해 사고를 막아준다. 이 장치를 믿고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면서 내리막길을 내려왔다. 불안한 마음까진 지울수는 없었지만 비교적 매끄럽게 내려올 수 있었다.
주행을 하면서 가장 당황했던 순간은 얼마 전 내린 비로 만들어진 진흙길을 만난 때였다. 스위치를 ‘진흙 및 웅덩이’에 놓고 신중하게 빠져 나와야 했는데, 자신감이 붙은 나머지 지나치게 빨리 통과하려다 진흙이 뭉친 곳에 걸리고 말았다. 꽤 강하게 가속페달을 밟은 후에야 빠져 나올 수 있었는데, 차가 갑자기 튀어 나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한적한 곳이 나타나 잠시 쉬었다. 이 차는 트렁크 부분의 뒷문을 열어 앉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경치를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실내 공간은 트렁크 공간을 조절해 성인 7명이 탈 수 있을만큼 넓고, 냉장 기능이 있는 글로브 박스도 있다. 냉장 기능이 꽤 훌륭해 시원한 음료의 청량감은 오래 유지시켜 주고, 미지근한 음료수를 시원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디스커버리4의 각종 첨단 기능은 오프로드 주행을 누구나 해볼만한 레포츠로 만들고 있다. 다만 고사양 모델을 선택할 경우 1억원에 육박하는 차로 거친 길을 마음껏 내달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거친 길 편안하게 지나가는 폭스바겐 투아렉
폭스바겐 SUV하면 티구안이 먼저 생각나지만, 크기나 성능에서 투아렉이 폭스바겐을 대표하는SUV다. 이런 투아렉으로 얼핏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할지 처음엔 의심이 들었다. 매끈한 생김새와 큰 차체가 전형적인 도심형 SUV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김새만 도심형일 뿐, 투아렉은 폭스바겐이 오프로드를 위해 만든 차다. 강력한 4륜구동 시스템에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 토크 56.1kg.m의 3000cc 엔진이 달려 있다.
폭스바게 투아렉의 오프로드 주행 안전성은 상당했다. 웬만한 길은 안락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주행 감각은 ‘에어 서스펜션’에서 나온다. 차량이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면, 차체가 덜컹 하면서도 침대 매트리스에 앉아 있는 것처럼 오르 내리며 원래 위치로 돌아온다. 이는 바퀴 구조물과 차체 사이에 있는 스프링처럼 생긴 서스펜션 덕이다.
보통의 차량은 서스펜션이 스프링처럼 생긴 코일로 돼 있다. 스프링은 과한 하중이 가해지면 눌려진 상태 그대로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탑승하면 차체가 푹 꺼진다.
반면 에어서스펜션은 압축 공기로 차량을 지지한다. 그래서 사람이 아무리 많이 타더라도 공기 압력을 높여 차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에어서스펜션은 주행 코스에 따라 서스펜션의 높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게 한다.
험한 길을 지날 때는 서스펜션을 높여 차바퀴와 차체 사이를 벌리고, 어떤 길을 빠르게 통과할 때는 서스펜션을 낮춰 차바퀴와 차체 사이를 좁혀 잽싸게 지나가는 식이다.
이런 에어 서스펜션이 달린 투아렉은 주행 코스에 따라 차체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해 오프로드 상의 험한 길과 편한 길을 부드럽게 지나갔다. 투아렉은 온로드 모드와 오프로드 모드 가운데 선택 주행을 할 수 있다. 일반 도로를 주행할 때는 온로드에, 거친 길을 갈 때는 오프로드에 설정해 놓으면 차가 알아서 서스펜션 등을 조절해 주행을 한다. 온로드 때는 차체가 낮아져 가속이나 코너링에 알맞고, 오프로드 때는 차체가 높아져 장애물을 헤쳐가는 데 알맞다.
물론 이런 서스펜션은 디스커버리4에도 달려 있어서 차체 높이를 자유 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투아렉으로 거친 자갈길 등을 거침없이 지나가는 것도 좋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주행은 한쪽이 심하게 들리는 도로에서였다. 보통의 차라면 심한 쏠림 현상이 느껴져 뒤집힐듯한 불안감이 느껴졌을텐데, 투아렉은 차체의 기울어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험한 길을 지날 때면 ‘에어리어 뷰’ 기능을 작동하면 된다. 차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차 위에서 내려다 보는 듯한 화면을 디스플레이에 표시해 줘 충돌 걱정 없이 좁은 길을 지나갈 수 있다.
투아렉으로 앝은 물길도 지나가봤다. 물길을 지나갈 때는 서서히 가속하면서 나가는 게 좋다고 한다. 처음엔 다소 겁이 났지만 큰 어려움 없이 지나칠 수 있었다. 투아렉은 최고 580mm, 디스커버리4는 성인 남성 허벅지 부근까지 올라오는 700mm 높이 물살까지 헤쳐갈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이를 실험해 보려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선 어렵다.
시원한 그늘길이 나타나자 파노라마 선루프를 개방해 봤다. 청량한 느낌에 절로 좋은 기분이 느껴졌다. 투아렉은 큰 차체 덕에 파노라마 선루프의 개방감이 극대화됐다.
투아렉 디스플레이 화면은 차량 핸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는 물론 나침반, 고도계까지 보여줘 깜깜한 오지 주행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가 설치돼 있어, 주행을 하다 충돌을 할 경우 차가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2차 충돌을 막는다.
캠핑에 갈 때 유용하도록 뒷좌석을 눕혀 트렁크 공간을 넓힐 수 있는데, 힘들게 조작할 필요 없이 트렁크에 있는 버튼만 눌러주면 된다. 또 짐을 싣고 내리기 용이하도록 차체 뒷부분의 높낮이를 전동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이밖에 양손에 짐을 들고 있을 때 트렁크 아래에 발을 갖다 대면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린다.
투아렉 실내는 상당히 고급스런 편이다. 각종 계기판의 하얀 조명이 깔끔한 느낌을 주면서 곳곳의 크롬 소재 마감도 꽤 괜찮은 편이다. 디스커버리4와 비교하면 도심형 SUV에 보다 가깝지만, 못지 않은 오프로드 성능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