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에 대한 고민"…영화 '우상'이 '韓사회'에 던질 화두(종합)
사람들은 어떤 목적으로 '우상'을 좇을까. 그리고 그 우상을 좇아 어떤 결과에 직면하게 될까. 여기 각각의 사연으로 저마다의 우상을 좇고, 선택을 거듭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의 스크린에 담긴다. 영화 <우상>의 이야기다.
2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는 영화 <우상>의 제작보고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박수진 감독을 비롯해 배우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가 참석했다.
영화 <우상>은 2014년 <한공주>를 연출한 이수진 감독의 차기작이다. 이수진 감독은 "<한공주> 보다 먼저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을 보면서 그 시작점이 어디일까 고민을 했었다. 그게 그 이야기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우상>은 사고의 비밀을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세 사람의 퍼즐 같은 이야기를 담는다.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은 남자 구명회(한석규), 목숨 같은 아들을 잃고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유중식(설경구), 사고의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인 련화(천우희)가 등장한다. 세 사람은 각각 우상을 지키기 위해, 혹은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선택을 이어간다.
한석규는 겉으로는 존경과 신망이 두텁지만, 속으로는 욕망과 야망으로 가득 찬 구명회 캐릭터에 대해 "나쁜 놈"이라고 평가하며 "쇠는 검이 될 수 있는 존재다. 구명회는 세상을 호령하는 검이 되고자 하는 꿈을 꾸지만, 결국 남은 것은 흉물스러운 녹 덩어리가 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한석규는 "지금 이 결정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선택의 시간들이 있다"며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바보 같은 선택과 결정을 하는 이들이다. 단 한 명도 제대로 된 선택을 하는 사람이 없고,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선택에 대해 관객들께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남다른 부성애를 가진 '유중식'을 연기하게 된 설경구는 "점심을 뜻하는 '중식'이 맞다. 허겁지겁 급하고 여유 없이 먹는 점심같은 캐릭터"라며 "중식이 좇는 우상은 혈육이다. 처음부터 갖고 있는 우상이 아니고 영화를 진행하면서 혈육에 집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구명회와 련화가 각각 자신의 인생을 돌파하는 캐릭터라면, 유중식은 듣는 인물이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서 아들을 잃은 현장을 찾지만, 계속해서 한발 늦게 도착한다"며 "리액션을 하는 인물이 메인 캐릭터라는 것도 신선했다. 중식은 중간에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는 것이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설경구는 관객들이 이번 작품에 많은 '공감'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온갖 정성을 버무리며 징그럽게 찍은 영화다"라며 "이수진 감독님이 지금도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인데, 개봉 전날까지도 매달릴 것이라고 해서 감명을 받았다. 한 신, 한 컷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구명회와 유중식에게 '쫓기는' 련화를 연기하게 된 천우희는 "중식의 아들(유부남)과 사고 당일 함께 있었던 여인인데, 사고 이후 사라진다. 두 사람이 각각 다른 목적으로 저를 찾게 된다"면서 "련화는 우상조차 가질 수 없는 인물이다.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데, 그것조차 어렵다. 생존 본능에 충실한데 외부적인 에너지로 그런 것들을 발산한다. 지금까지의 캐릭터와는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진 감독과의 재회로도 화제를 모은다. 천우희는 "감독님의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상>의 시나리오를 제게 주셔서 감격스러웠다. <한공주>는 배우로서 성장한 계기가 된 작품이고, 감독님께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캐릭터에도 욕심이 났다.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보며 겁도 났지만, 새로운 모습을 감독님이 어떻게 그려주실지 궁금하고 기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수진 감독은 "<한공주>를 촬영할 때는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부족했다. <우상>은 촬영 이전부터 촬영 기간 동안 천우희를 깊이 있게 알 수 있었다. <한공주> 이후 4~5년이 지난 시간 동안 천우희가 어마어마한 성장을 했다. 천우희가 아니라면 '련화' 캐릭터를 누가 소화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극찬을 보냈다.
이처럼 영화 <우상>에는 서로 다른 세 사람이 각각 자신의 '우상'에 홀려 어리석은 선택을 이어가고, 그 선택에 따라 이들이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다. 이수진 감독은 "영화 <우상>의 타이틀은 사전적 의미와 다르지는 않다. 신념이 맹목적으로 변하게 된 것 역시 '우상'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이름을 짓게 됐다"고 제목에 담긴 의미를 전했다.
한석규는 "아직 완성본을 보지는 못했지만, 관객으로 이 영화를 20대에 봤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대학 시절 '바보 선언'이라는 영화를 봤다. 사회를 비판하는 문제 의식을 가진 영화인데 다소 우화적이고 동화처럼 그려져서 세 번 이상을 극장에서 봤다. 지금 '우상'도 그런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 사회 속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고 설명을 덧붙여 완성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영화 <우상>은 오는 3월 중 개봉할 예정이다. 개봉에 앞서 '제 69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