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 배추김치에는 고춧가루 대신 이것을 넣었다!
우리 조상들이 배추김치를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은 조선 초기로 추정된다. 하지만 조선 초기의 김치는 지금의 김치와는 달랐다. 기록에 따르면 고춧가루를 넣은 배추김치는 조선 중기 이후부터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김치는 지금의 김치와는 맛이 많이 달랐을 테지만, 그저 소금에 절여 발효된 밋밋한 맛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았던 10세기 김치에도 마늘, 양파, 쪽파 등 다양한 양념이 사용됐다.
조선 초기의 배추김치에는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재료도 사용됐다. 바로 얼얼한 매운맛을 내는 ‘천초’와 ‘겨자’다. 옛 문헌에는 배추김치에 천초와 겨자유를 버무려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항균 작용을 하는 성분이 들어있는 천초와 겨자는 김치의 미생물 활동을 억제해 저장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천초는 김치 외에 젓갈 등의 발효 식품의 양념으로도 사용되었다.
천초는 고춧가루 못지않게 칼칼한 맛을 내는 향신료다. 중국 음식의 얼얼한 매운맛을 뜻하는 ‘마라(麻辣)’의 ‘마(麻)’를 내는 재료가 바로 이 ‘천초’와 ‘후추’다.
1670년(현종 11년)경 정부인 안동 장씨가 쓴 조리서인 ‘음식디미방 (飮食知味方)’에는 ‘산초’를 ‘천초’라고 소개한다. ‘산초’는 추어탕에 넣어 먹는 향신료로 처음에는 ‘초’로 불렸지만, ‘후추’가 들어오면서 이와 구분하기 위해 ‘천초’라 불렸고, 다시 ‘고추’와 구분하기 위해 ‘산초’라고 불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