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vs. 영화] 컨택트
열두 개의 외계 비행 물체 쉘이 세계 각지 상공에 나타나자, 언어학자 루이스와 물리학자 이안은 15시간 안에 외계인의 방문 목적을 알아내라는 기밀 임무를 맡고 외계인 헵타포드와 접촉한다. 루이스는 헵타포드가 전하는 의문의 신호를 해독하며 그들의 언어를 차츰 알아가고, 그와 동시에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기억들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한편, 약속한 15시간이 다가오자 군대는 쉘에 대한 공격을 강행하려 하고, 이를 막으려던 루이스는 일촉즉발의 순간 공격을 총 지휘하는 섕 장군을 설득할 수 있는 기억을 떠올린다.
영화 ‘콘택트’는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4%, 전 세계 51개 시상식 29개 부문 수상 및 164개 부문 노미네이트 기록을 달성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관람객들의 평은 극과 극을 넘나든다. 영화는 결말 부분에서 이야기의 모든 의문을 한번에 해결해주는 강한 한방을 터트리지만, 결말을 보기 전까지는 이야기의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한 공감도, 이렇다 할 사건도 없는 밋밋한 전개 끝에 모든 결점을 덮고도 남을 강한 전율을 선사하는 영화는 ‘인문계의 인터스텔라’라는 호평을 받기도 하지만, ‘지루하다’는 극과 극의 평가를 동시에 받게 했다.
영화의 원작은 ‘21세기 최고의 과학소설 작가’라는 칭호를 얻은 테드 창의 단편 ‘네 인생의 이야기’다. 소설은 영화처럼 화자인 루이스의 딸에 대한 기억들과 헵타포트 언어를 연구하는 현재 이야기를 병렬방식으로 보여준다. 이야기의 얼개와 메시지를 결말에 이르러서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영화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소설과 영화는 많이 다르다. 소설에는 15시간이라는 시간 제약도, 안하무인으로 쉘을 공격하려는 사람들도 없기 때문이다.
극적인 사건 하나 없는 소설은 영화보다 밋밋하다. 하지만 영화보다 훨씬 높은 몰입감과 이해도를 선사한다. 이것은 결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풀어가는 수학 공식처럼 체계적인 전개를 이어가는 소설의 힘이다.
물론 영화가 소설보다 우위인 부분도 있다. 영화는 헵타포드의 언어인 표의문자를 눈으로 확인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으며, 이 난해한 소설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기 충분한 것 같다.
‘컨택트’는 지적인 사색과 탐구를 즐겨 하는 이들에게는 특히 더 반가운 작품이 아닐까 싶다. 다소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SF를 경험하게 해주는 이 작품. 가능하다면 영화의 재미와 몰입도를 훨씬 더 강하게 할 수 있도록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