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vs. 영화] 도가니
소설 ‘도가니’는 2005년 광주의 한 장애인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강인호는 늘 자욱한 안개에 뒤덮여 있는 도시 무진에 있는 장애인학교에 임시교사 자리를 얻어 내려가게 된다. 무섭도록 고요한 학교 분위기에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낀 인호는 부임한 첫날 여자 화장실에서 의문의 비명을 들은 것을 시작으로, 학교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을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가해진 갖은 종류의 폭력과 이를 알고서도 각자의 이해관계로 인해 모른척한 어른들의 침묵을 말이다.
어그러진 세상에 대해 한숨처럼 토해내는 소설 속 짧은 독백은 참 아프게 다가온다. "상식이 말이야…… 그게…… 없어"
소설은 매우 불편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은 작가 특유의 필력으로 생생하게 되살아나 마주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곤혹스럽다. 그 모든 악행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버린 현실을 그대로 답습한 소설의 결말도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을 남겨놓는다.
소설만이라도 가해자에 대한 시원한 응징을 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자행된 아픈 현실을 인식해야 함과 불편하다고 외면하는 순간 우리 모두 말 없는 가해자로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더 생생하게 전달된다.
소설 ‘도가니’는 2011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영화 역시 보는 이를 분노하게 하고 불편하게 만들지만, 묘사의 정도와 분노의 강도는 소설보다 많이 순화되었고 결말 역시 소설보다 잘 정리되는 느낌이다. 절대 쉽지 않았을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한 아역 연기자들을 비롯해 공유, 장광 등 배우들의 연기도 수준급으로 피해자들의 아픔을 깊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소설과 영화 모두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봐야 할 ‘도가니’. 소설과 영화 중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불편한 감정보다는 공감을 더 자아내는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