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읽을만한 책] 프레너미
박한진, 이우탁 저 | 틔움
경영학에서 종종 등장하는 흥미로운 개념 중 코피티션(coopetition)이라는 것이 있다.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이 결합된 용어로, 협력이나 경쟁 어느 하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업조직 간 복합적 관계를 의미한다. 시기에 따라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사안에 따라 어떤 사항은 협력하고 어떤 사항은 경쟁하는, 이른바 협력적 경쟁의 역설적 전략 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경영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프레너미(friend+enemy)는 이러한 접근의 국제관계용 버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이해관계의 막대한 영향 하에 있다. 특히 양국의 입장이 엇갈리는 지점에서, 긍정적으로는 전략적 위치, 부정적으로는 애매한 자리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리가 갖는 인식은 매우 정태적이고, 단조롭다고 책은 이야기한다. 프레너미로서 미국과 중국의 역설적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관계의 이면에 놓인 양국의 실제 상황과 복잡한 셈법 등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피티션과 프레너미 개념은 공통적으로, 이러한 역설적이고 복합적인 관계성을 형성하고 관리하는 양 주체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만, 관계성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절실한 이해관계자 즉, 우리나라와 같은 대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구체적 시사점을 제시하지 못해 왔다.
책은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실질적이다. 양국의 프레너미 관계가 ‘강 건너 불구경’이슈가 아닌, 우리 이해관계 실현의 최대치와 최소치 사이를 결정짓는 바, 우리 인식과 대응의 최적안에 대해 답하고자 노력한다. 여느 전문서적 못지않은 깊이와 여느 프로그램 못지않은 생생함이 있는 대담집이다.
| 추천자: 이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