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발칙한 야구이야기] 10월 30일, 메이저리그 소식 '저주와 함께 벼랑 끝에 몰린 시카고 컵스'
108년 만에 풀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저주는 풀리기 어렵게 됐다. 그보다는 고작(?) 68년에 불과한 저주가 먼저 풀리게 생겼다. 30일(한국시간)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MLB) 월드 시리즈 4차전 이야기다.
1945년 이후 71년 만에 월드 시리즈가 열린 리글리 필드에서 계속된 4차전에서도 시카고 컵스는 웃을 수 없었다. 1회말 선두 타자 덱스터 파울러의 2루타와 앤소니 리조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얻을 때까지만 해도 시카고 컵스의 설욕이 기대됐으나 끝내 승리의 여신이 시카고 컵스를 외면하면서 클리블랜드에게 4차전마저 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에서는 1차전에서 무실점으로 호투한 코리 클루버를 선발로 내세운 반면 시카고 컵스는 1차전 선발이었던 존 렉키 대신 존 레스터를 산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시작하기 전부터 마운드의 무게는 클리블랜드로 쏠려있었던 셈이다. 1차전에서 시카고 컵스 타선을 괴롭혔던 클루버를 상대로 선취점을 뽑아낸 것은 좋았으나 시카고 컵스의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시카고 컵스는 2회초 클리블랜드 4번 타자 카를로스 산타나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한데 이어 수비 불안까지 겹쳤다. 로니 치즌홀의 타구를 3루수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송구 실책을 범했고 타일러 나퀸을 고의4구로 내보낸 후 상대한 투수 클루버의 타구 역시 브라이언트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내야 안타로 만들어주고 말았다. 그 사이 2루 주자 치즌홀이 홈으로 파고들어 동점에 이어 역전까지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이후에도 클리블랜드는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나갔다. 3회에는 제이슨 킵니스의 2루타와 프란시스코 린도어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했고, 6회에도 린도어의 볼넷과 산타나의 볼넷에 이어 치즌홀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보탰다. 4:1로 앞서던 7회에는 코코 크리스프의 2루타와 라자이 데이비스의 몸에 맞는 공 다음에 쐐기를 박는 킵니스의 3점 포까지 터졌다.
반면, 시카고 컵스는 1회 득점 이후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2회 1사 1루에서는 하비에르 바에즈의 병살타가 나왔고, 3회 2사 1, 2루에서는 4번 타자 벤 조브리스트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7회에는 선두 타자 앤소니 리조의 2루타로 무사 2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8회에서야 덱스터 파울러의 솔로포가 나왔지만 클리블랜드를 따라가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1승 3패로 몰려있는 시카고 컵스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게 됐다. 108년 만에 저주를 풀려다가 오히려 홈에서 남의 저주를 풀어주는 꼴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5차전 클리블랜드 선발 투수가 2차전에서 만났던 트레버 바우어라는 점이다. 과연 시카고 컵스가 반격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