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발칙한 야구이야기] 10월 16일, 프로야구 소식 '행운의 여신이 선택한 LG'
지난 14일 열렸던 미국 프로야구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5차전의 승부를 바꾼 것은 무모한 주루 플레이 하나였다. 6회 볼넷으로 출루한 워싱턴 3번 타자 제이슨 워스가 라이언 짐머맨의 2루타 때 3루를 지나 홈까지 욕심내다 객사한 사건(?)이었다. 워스가 3루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좌익수는 타구를 잡은 후였다. 한 마디로 도박 같은 상황이었다.
그 무모한 주루가 결국 워싱턴의 발목을 잡았다. 호투하고 있던 선발 투수 맥스 슈어저가 LA 다저스 6번 타자 작 피더슨에게 동점포를 얻어맞은 후 마운드를 내려갔고 불펜진이 카를로스 루이스의 적시타에 이어 저스틴 터너의 2타점 3루타까지 허용했기 때문이다. 6회 무모한 주루만 아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KBO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LG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3회말 2사 1, 2루에서 4번 타자 히메네스가 유격수 방향으로 강한 타구를 날렸고 넥센 유격수 김하성이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어렵게 타구를 잡아 2루로 뿌렸다. 아웃까지는 욕심일 뿐 내야를 빠져나가지 않게 막은 것만으로도 박수받을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2사 만루가 될 수 있었던 득점 기회가 무득점으로 종료되고 말았다. 2루 주자 손주인이 안타를 확신하고 3루를 힘차게 돌은 것이 문제였다. 김하성에게 볼을 받은 서건창이 3루로 던졌고 어정쩡하게 서있던 손주인을 서서히 몰아갔다. 워싱턴도 주루코치의 판단 미스에서 나온 본헤드플레이였고, LG 역시 주루코치인 유지현 코치의 판단 미스가 불러온 참사였다.
차이가 있다면 워싱턴은 불운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저스에게 역전패했다는 점이고 LG는 다음 회에 곧바로 상대를 제압하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는 점이다. 4회말 LG는 정상호가 포수 마스크를 쓰리라는 예상을 깨고 선발로 나선 유강남의 선제 두 점짜리 홈런에 힘입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2:1로 쫓기던 7회에는 밀어내기 볼넷과 양석환의 내야 안타로 두 점을 보태기도 했다.
반면 넥센은 2점을 내준 후 5회초 공격에서 이택근의 2루타와 김지수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는데 그쳤다. 특히 김지수가 우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치고 2루에서 간발의 차이로 아웃되어 추격을 이어가지 못한 게 아쉬웠다. 7회에도 선두 타자 윤석민이 2루타를 치고 나갔으나 후속타 불발로 득점까지 이어지지는 못 했다.
17일 치르는 4차전에서 LG는 기아와의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류제국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넥센에서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나섰던 맥그레거를 4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1차전에서 맥그레거는 5이닝 동안 피안타 5개와 사사구 2개로 4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었다. 무너졌다고 할 수는 없어도 만족할 수도 없는 결과였다.
소사-우규민-허프-류제국 등 꾸준히 선발 야구를 펼치는 LG와 달리 벼랑 끝에 몰린 넥센으로서는 마땅히 꺼내들만한 카드가 없는 상태다. 승부를 5차전까지 이어가야만 에이스 밴헤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1차전에서 밴헤켄을 냈더라면 4차전에서도 밴헤켄을 마운드에 세울 수 있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5차전까지 염두에 둔 전략인지는 몰라도 자칫 4차전에서 시리즈가 끝날지도 모를 상황에 몰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