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읽을만한 책] 조선의 명문장가들
안대회 저 | 휴머니스트
동서고금의 시공을 초월하여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최고의 통로는 ‘글’이다. 요즘엔 사진이나 소리로도 소통이 가능하지만, 그런 기술이 모두 근대의 산물이기에 전통시대 사람들과는 제대로 소통하기 어렵다. 우리가 조선시대 사람들과 소통하며 생각을 나누는 방법도 거의 다 글을 통한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조선의 문장가들이 남긴 글은 대개 고문과 소품문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 전자가 주로 정치나 이념 등 공식적이고도 외형적인 내용의 글을 쓰는 데 활용되었다면, 후자는 인간의 내면을 자잘하게 담아내는 데 많이 쓰였다. 따라서 옛 문인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기에는 소품문 에세이가 제격이다.
이 책은 바로 조선시대에 이름을 날린 문장가들의 소품문 가운데 우리 현대인이 시공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것들로 약 130편을 선별하여 번역하고 설명을 덧붙인 격조 높은 교양서이다. 저자만도 23명인데, 이 중에는 허균이나 정약용처럼 널리 알려진 이도 있으나, 김려나 장혼 같이 다소 생소한 이도 고르게 섞여 있다. 내용을 보아도 빈 쌀독이나 소꿉놀이에 대한 가벼운 단상에서부터 묵직한 독후감이나 시대상에 대한 예리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망라한다. 또한 각 소품의 원문을 책의 말미에 수록함으로써, 원문을 음미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큰 편의를 제공한다. 저자는 오래 전부터 조선시대 소품문을 연구하고 발굴하여 소개해왔는데, 이번 선집은 그 결정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각적이고 상업적인 글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네 현대인이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잔잔한 시간여행을 떠나 옛 문인들과 마주하기에 좋은 책이다.
| 추천자: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