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읽을만한 책]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서민 저 | 을유문화사
떠올리기만 해도 징그럽게 느껴지는 기생충을 멋있게(?) 그려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서민 교수의 최근작이다. 이 책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재미있다”는 것이다. 대상 자체가 굳이 자극적으로 쓸 필요가 없을 만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데다가, 저자가 자신의 실수까지 농담거리로 삼겠다고 아예 작정하고 쓴 덕분이다. 그래서 징그러운 기생충 사진을 보면서 키득거리는, 남 보기에 좀 안 좋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남의 시선을 끌 만한 곳에서는 되도록 읽지 않기를 권한다.
차례를 훑어보면 우리가 아는 기생충이라고는 머릿니밖에 없는 듯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보면 구충, 동양안충, 육극악구충, 왜소조충 등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온갖 기괴한 기생충들에 감염되곤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게 된다. 피부 밑에서 터널을 뚫으면서 다니는 녀석도 있고, 맨발로 돌아다닐 때 발에 붙었다가 피부를 뚫고 들어가서 혈관과 폐와 심장을 거쳐 원하는 곳에 뚫고 들어가 자리를 잡는 녀석도 있고, 어떤 사람의 몸속에는 별 증상을 일으키지 않은 채 수백 마리씩 들어가 사는 반면에 어떤 사람에게는 서너 마리만 들어가도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녀석도 있다. 수십 년 동안 아무 증상도 일으키지 않다가, 어느 날 문득 기분이 상한 양 병을 일으키는 녀석도 있다. 다양한 기생충에 걸려 고생한 이들의 사례를 읽다보면, 왠지 속이 거북해지고, 피부가 근질근질해지고, 눈 가장자리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올지도 모른다. 기생충 망상증의 전조일지 모르니, 그럴 때는 잠시 책을 덮는 편이 낫다. 내친 김에 횟집에라도 가서 저자 말대로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생선회의 맛에만 집중해도 좋다. 고래회충 같은 벌레가 나온다고 해도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놀라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겁을 주기 위해 기생충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기생충에 걸리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환경이 우리나라보다 더 잘 보전되어 있어서, 기생충도 그만큼 잘 살고 있는 곳에서는 몸을 좀 사릴 필요가 있다는 말도 해준다. 주의할 필요는 있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말라는 어투로, 징그럽지만 묘하게 흥미를 끄는 다양한 기생충들의 별난 삶을 소탈하고도 흥미진진하게 묘사한 책이다.
| 추천자: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