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발칙한 야구이야기] 6월 18일, 메이저리그 소식 '세인트루이스의 믿을맨 오승환'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스코어는 1:0. 앞서고 있는 쪽도 안심할 수 없거니와 뒤지고 있는 쪽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금만 지체하면 잡힐 듯싶었고, 조금만 힘을 내면 잡을 수 있을 듯싶었다. 1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텍사스 레인저스 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야기다.
0의 균형이 깨진 건 5회초였다. 텍사스의 선두 타자 오도어가 세인트루이스 선발 투수 마이클 와카의 초구를 받아쳐 벼락같은 중월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그야말로 깜짝 홈런이었다. 그 한 방이 아니었다면 0의 균형은 꽤 오랫동안 지속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승부처는 8회초였다. 선두 타자 콜 해멀스와 다음 타자 추신수가 각각 삼진과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후 텍사스는 이안 데스몬드의 볼넷과 노마 마자라의 내야 안타로 2사 1-3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다. 1점에 안심할 수 없는 텍사스로서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쐐기점이 필요했고, 동점이 간절한 세인트루이스로서는 더 이상 실점하면 곤란했다.
이때 마이크 매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오승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오승환이 가장 믿을만한 투수라 생각했을 것이다. 세인트루이스는 16일 휴스턴과의 경기에서 선발 아담 웨인라이트에 이어 오승환 대신 케빈 시그리스트를 올렸다가 역전 투런포를 맞고 침몰한 기억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오승환 투입을 망설인 데 대한 댓가이기도 했다.
2사 1-3루에서 오승환이 상대할 텍사스의 4번 타자 아드리안 벨트레는 2회와 4회 중전 안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 벨트레를 맞아 오승환은 92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2루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텍사스에게 단 한 점이라도 더 주게 될 경우 추격 의지가 꺾이게 될 세인트루이스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오승환이 상대한 타자는 벨트레가 유일했다. 8회말 공격에서 8번 타자 랜달 그리척에 이어 두 번째 타자로 타석에 들어서야 하므로 대타 맷 아담스로 교체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 타자에 불과할지라도 팀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승환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고 할 수 있었다. 누가 뭐라 해도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의 유일한 믿을맨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게 생겼다.
세인트루이스와 상대한 텍사스의 추신수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첫 타석의 안타성 타구가 세인트루이스 중견수 랜달 그리척의 호수비에 걸린 게 무척 아쉬웠다. 추신수는 2볼 1스트라이크에서 세인트루이스 선발 투수 와카의 91마일짜리 커터를 받아쳐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시키는 듯 보였으나 그리척의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면서 추신수의 안타를 빼앗아가고 말았다.
토론토와의 홈경기에서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현수는 안타 2개와 함께 1득점까지 추가했다. 첫 타석부터 1루수 강습 타구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낸 김현수는 3회에는 좌전안타로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시즌 9호째 멀티히트였다. 하지만 볼티모어는 토론토에게 4회 빅이닝을 허용하면서 7점을 내주고 무너져 3:13으로 크게 패했다.
한편, 보스턴과의 원정 경기에 나선 시애틀 이대호는 5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고, 시애틀은 8:4로 승리했다. 시카고 컵스와 원정경기를 치른 피츠버그 강정호는 선발 명단에서 빠졌으나 0:6으로 뒤지던 9회초 대타로 나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심각한 타격 부진에 빠져있는 미네소타 박병호는 뉴욕 양키스와 홈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하지 못했고 미네소타는 2:8로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