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발칙한 야구이야기] 6월 17일, 메이저리그 소식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켜준 이대호'
1루와 2루에 주자가 있었다. 안타 하나면 선취점을 얻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2사였기에 안타가 아니라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타석에는 5번 타자 이대호가 들어섰다. 전날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기는 했어도 3타수 무안타에 3연타석 삼진으로 물러났던 이대호였다. 그전 경기까지 합하면 2경기에서 6개의 삼진을 당하기도 했다.
원볼 투스트라이크에서 이대호는 탬파베이 선발 투수 블레이크 스넬의 95마일(153km)짜리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타구는 투수 오른쪽을 스치면서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뚫은 후 중견수 앞으로 굴러갔다. 1회초부터 터진 기분 좋은 득점타였다. 이대호는 7번 타자 크리스 아이아네타의 우전 안타를 홈을 밟아 이경기 세 번째 득점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3회에는 볼넷을 골랐던 이대호의 방망이가 불을 뿜은 것은 4회였다. 2사 만루에서 이대호에게 다시 타격 기회가 주어졌고 이대호는 탬파베이 두 번째 투수 라이언 가튼의 92마일짜리 컷 패스트볼을 밀어 쳤다. 타구는 우익선상에 떨어졌고, 3루 주자 션 오말리와 2루 주자 프랭클린 구티에레스를 홈으로 불러들이기에 충분했고, 이대호가 거구의 몸으로도 2루를 밟기에 무리가 없었다.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와의 원정경기에서 이대호는 3타수 2안타 3타점의 활약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두 경기 연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이대호였지만 이번 활약으로 또다시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켜줄 수 있었고 2할 8푼 8리로 내려갔던 타율도 2할 9푼 8리로 올라섰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한국에서 온 33세의 루키 이대호는 파트타임 역학을 하면서도 3타수 2안타 3타점을 생산해냈다. 또한 114타수 밖에 나오지 않았음에도 타율 .298 10홈런, 27타점을 기록 중이다(Lee continued producing in his part-time role as the 33-year-old rookie from Korea went 2-for-3 with a walk and three RBIs and is hitting .298 with 10 homers and 27 RBIs in just 114 at-bats.)"는 말로 이대호의 활약에 대해 설명했다.
경기 후 이대호는 인터뷰에서 "지난 2경기에서 삼진 6개를 당했다. 그래서 스윙을 많이 하지 않고 빠르게 승부하려고 하지 않았다. 공을 쉽게 치려고 했다"면서 지금껏 많은 체인지업과 브레이킹볼을 봐왔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저 적응하는데 충실할 뿐이다(The last two games, I'd struck out six times, so I was trying to not swing too much, not too quick, just hit the ball easy," Lee said through an interpreter. "I've been seeing a lot of changeups and breaking balls, but I don't care. I just have to make the adjustment.")"라고 답했다.
뉴욕 메츠와 원정 경기를 치른 피츠버그의 강정호도 2루타 하나를 추가했다. 첫 타석부터 좌익수 방향의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던 강정호는 3:6으로 뒤지고 있던 9회초 메츠의 세 번째 투수 에디슨 리드의 92마일짜리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연결시켰다. 강정호는 제이소의 내야 땅볼 때 홈을 밟아 피츠버그의 4번째 득점이자 마지막 득점을 올렸다. 피츠버그는 4:6으로 패했다.
오랜 침묵에 잠겨있던 박병호도 모처럼 안타를 신고했다. 뉴욕 양키스와 홈경기를 갖은 미네소타 박병호는 첫 번째 타석과 두 번째 타석 모두 내야 땅볼로 물러났지만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3루수 왼쪽을 총알같이 뚫는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무려 18타수만에 나온 안타였다. 그러나 미네소타는 선취점을 지키지 못하고 1:4로 역전패했다.
전날 2안타를 포함해서 4번 출루했던 텍사스의 추신수는 선발 명단에서 빠졌고 텍사스는 오클랜드를 5:1로 눌렀다. 볼티모어의 김현수도 선발 명단에 오르지 못했고, 김현수와 주전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조이 리카르드와 놀란 레이몰드는 각각 4타수 2안타와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볼티모어는 보스턴을 5:1로 꺾었다.
한편, 오승환의 세인트루이스는 경기가 없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