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읽을만한 책] 곰아, 어디가 좋아?
소피 헨 글,그림/최용은 역 | 키즈엠
판다 같은 얼굴의 배불뚝이 곰, 그 곰과 어딘지 닮은 남자 아이가 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 사랑스러운 표지가 눈길을 끈다. ‘곰아 어디가 좋아?’ 제목도 흡인력 있다. ‘좋’라는 글자와 곰의 귀가 부딪치게 만들어 놓은 편집은, 일부러 그런 걸까? 여러 궁금증을 안고 페이지를 넘긴다.
아이는 쪼끄만 아기 곰과 함께 살았다. 그런데 곰은 쑥쑥 자라고 자라 더 이상 집에서 함께 사는 게 불가능해졌다. 아이는 곰에게 새로 살 집을 마련해 주려고 묻는다. 곰아, 어디가 좋아?
둘은 장난감 가게, 동물원, 서커스에 차례로 가지만 곰의 대답은 매번 “싫어!”다. 산속 동굴이나 정글은 좋다고 하려나? 그런데 곰은 그것도 싫단다. 마지막으로 곰이 만족스럽게 선택한 곳은, 짐작하시겠지만, 북극이다. 아이와 곰은 둘 다 자기 사는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행복하다. 그래도 여전히 단짝 친구로 남아, 전화로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눈다.
배경은 가능한 한 줄이고, 페이지마다 선명하지만 부드러운 색채로 변화를 주면서 이 두 친구의 행적을 따라가는 그림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오롯이 서로에게만 집중하는 아이와 곰이 의미하는 바도 명백하다. 인생을 살면서 한때 애착을 가졌지만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는 모든 것과 어떻게 제대로 헤어질 것인가, 이다. 그것은 장난감이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살던 곳, 가족, 나아가 예전의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떠나보냄을 통해 아이들은, 우리들은 인생의 한 단계를 넘는다. 그것은 자신을 성숙하게 만들어줄 통과의례가 될 수도 있고, 상실감에 의한 슬픔과 분노라는 족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는 속 깊게도 곰에게 어디로 갈 것인지 묻는다. 그리고 둘은 함께 헤매면서 곰이 살 수 있는 바로 그 곳을 찾아낸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져야 할 것과 의논껏 묻고, 헤매고, 마침내 그것의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행복한 이별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다음에 같이 놀러 갈래?” “그래! 곰아, 어디가 좋아?” 이 마지막 장면의 글이 커다란 위안이 된다.
| 추천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