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읽을만한 책] 갈참나무의 죽음과 곤충 왕국
정부희 저 | 상상의숲
곤충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는 일에 앞장서온 저자가 새 책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식물과 곤충의 상호관계가 주제다. 우리 산에 흔히 자라는 갈참나무에 모여드는 곤충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나무가 열매를 주고, 더울 때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죽어서는 목재와 땔감을 제공하고, 앉아서 쉬도록 그루터기까지 아낌없이 내준다는 이야기의 곤충판이라고 할 수 있다. 갈참나무가 겨울까지 포함하여 사계절 내내 여러 곤충에게 먹이와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새싹이 날 때부터 병들어 죽어서 낱낱이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많은 생물들을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이 책의 장점은 마치 눈앞의 한 뼘도 안 되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보는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산길을 걷다가 우연히 갈참나무 잎에 붙어 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초록색 애벌레를 발견한다. 녀석도 잠시 쉬고 있는지 망부석처럼 꼼짝하지 않는다. 보고 있자니, “세상에 짚신 닮은 애벌레가 다 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또 여름에 보니 봄의 고로쇠처럼 갈참나무의 갈라진 틈에서 수액이 스며 나온다. 줄기껍질이 흥건하다. 밑동까지 다 젖었다. 달달하고 시금털털한 냄새가 풍긴다. 수액 옹달샘에 곤충들이 죄다 몰려와 만찬을 즐기고 있다.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곤충들이 숲속 잔치를 벌인다. 그런데 평화롭던 만찬장이 갑자기 술렁인다. 좋은 밥상머리를 차지하겠다고 몸싸움이 벌어진다. 쓰러진 갈참나무 줄기에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듯 구름버섯이 층층이 자란다. 영양가뿐 아니라 신비한 약효까지 듬뿍 지닌 구름버섯을 먹겠다고 30종이 넘는 딱정벌레가 몰려든다. 태평하게 쉬고 있는 녀석을 건드리니 깜짝 놀라 부리나케 도망친다. 짧게 요약한 이런 대목들만으로도 이 책의 묘미를 충분히 맛볼 수 있다. 하나의 나무를 두고 벌어지는 생명의 탄생과 죽음, 공생과 경쟁, 먹고 먹히면서 이어지는 생물들의 연결망 등이 살포시 지켜보는 시선 앞에 고스란히 펼쳐진다. 아주 작은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언뜻 거대한 세계를 함께 지켜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생태계가 쉴 새 없이 역동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해주는 책이다.
| 추천자: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