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읽을만한 책] 자동차, 시대의 풍경이 되다
이문석 저 | 책세상
스스로 움직이는 수레. 자동차(自動車)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다. 지금은 자동차 없이는 하루도 제대로 생활하기 힘들 정도로 자동차가 우리네 삶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우리가 한반도에서 자동차를 접하기 시작한 때는 별로 오래지 않다. 자동차가 이 땅에 처음 선을 보인 것이 대한제국 때였으니, 불과 100년 조금 전이다. 그렇지만 일반인에게는 아직 그림의 떡이었다. 교통수단의 발달에 힘입어 기차나 전차 외에도 버스와 트럭 같은 자동차를 이따금 타 볼 뿐이었다. 일반인이 말을 타듯이 개인용 승용차를 보유하기 시작한 시기는 마이카 붐이 일던 1980년대부터였으니, 한국사회의 자가용 문화가 가시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지금부터 고작 30여 년 전의 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디자인으로 본 우리 자동차 100년의 역사”라는 부제에도 잘 드러나듯이, 이 책은 한국 자동차의 역사 100년을 다양한 사진을 곁들여 쉽고도 흥미롭게 설명한다. 이를 통해 자동차의 변천뿐만 아니라, 그런 다양한 자동차들과 함께 치열하게 삶을 살아온 현대 한국인의 이야기도 잘 녹여낸다. 그래서 이 책은 자동차 디자인을 통시적으로 보여주는 박물관과 같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라는 프리즘으로 근현대 한국사회를 차분하게 조망한 역사서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자동차를 처음 접한 개항 시기부터 무인 자율자동차 출시를 목전에 둔 21세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거리풍경을 주도한 자동차들을 요리조리 돌아본다. 더 나아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환경과 시대 분위기가 자동차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하고, 자동차 디자인 양식의 시대별 변천과 그 사회・문화적 의미를 끌어낸다. 시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도입 초기의 흑백사진과 빛바랜 광고 이미지를 싣는가 하면, 미래형 자동차 개발과정에 활용된 스케치와 렌더링 등 다양한 자료들을 제공한다. 이런 체계적 정리를 통해, 디자인은 디자이너 개인의 작품이기 이전에 시대의 산물임을 드러낸다. 따라서 이 책은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애호가나 산업디자인에 마음을 둔 학생뿐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보고자 하는 역사 애호가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 추천자: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