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발칙한 야구이야기] 5월 17일, 메이저리그 소식 '2루타로 4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간 박병호'
1회부터 8점이나 주고 시작한 경기였다. 남은 이닝이 8이닝이므로 한 회에 1점씩만 내면 못 따라잡을 리 없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마운드에는 5월 초까지 0점대 방어율 행진을 자랑하던 조던 짐머맨이 버티고 있기까지 하다. 사실상 승부는 끝이 난 거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었다. 17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를 상대하는 박병호의 미네소타 이야기다.
1회초 미네소타는 2번 타자 에두아르도 누네즈가 좌중간 안타로 출루했지만 3번 타자 미구엘 사노가 삼진으로 물러났고, 4번 타자로 출전한 박병호마저 3루수 땅볼에 그치면서 선취점을 얻어내지 못 했다. 데뷔 후 두 번째로 4번 타자를 배정받은 박병호가 보란 듯이 큰 타구 하나 날려주기를 바랐지만, 이제 초반이니 앞으로도 기회는 많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1회말 1번 타자 킨슬러가 미네소타 선발 투수 호세 베리오스의 초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겨버리더니 1번 타자 이안 킨슬러를 시작으로 4번 타자 빅터 마르티네스까지 타순이 한 바퀴 반이나 돌았다. 그사이 안타 6개에 볼넷 4개로 무려 8점이나 났다. 승부의 추는 급격하게 디트로이트로 기울어져 있었다.
힘겨워 보이던 미네소타에게 한 줄기 서광이 보이게 해준 것은 2회초 커트 스즈키의 투런홈런이었다. 3회초에는 사노의 솔로포가 터졌고, 4회초에는 5번 타자 플루프를 시작으로 3번 타자 사노에 이르기까지 안타 6개로 4점을 더 따라붙었다. 0:8이던 스코어가 어느새 7:8로 좁혀졌다. 다만, 2사 2-3루에서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났다는 점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었다.
중심 타자로서 팀에 기여하지 못하던 박병호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7회초였다. 2사에 주자 없는 상황에서 짐머맨의 두 번째 공을 잡아당겨 좌중간으로 날려 보냈다. 큰 타구였고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만들었으나 펜스를 맞고 떨어지는 2루타였다. 다음 타자 플루프의 타구가 우측으로 높이 뜨면서 동점 기회가 무산되나 싶었는데, 우익수 J.D. 마르티네스의 실책이 나오면서 박병호는 홈을 밟을 수 있었다. 0:8로 시작한 경기가 8:8로 균형을 맞추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에 대한 감사도 잠시뿐이었다. 동점이 되자마자 곧바로 이어진 7회말 디트로이트 공격에서 5번 타자 앤드류 카스테야노스의 좌월 홈런이 터졌고, 8회말에도 2번 타자 J.D. 마르티네스의 솔로포가 곁들여졌다. 미네소타는 0:8로 시작해서 8:8까지 갔지만 결국 8:10으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4타수 1안타 1득점의 박병호는 4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갔다.
3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했던 강정호는 휴식을 취했고, 피츠버그는 애틀랜타에게 8:5로 승리했다. 이대호의 시애틀과 오승환의 세인트루이스, 김현수의 볼티모어는 경기가 없는 날이었다. 한편, LA 에인절스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최지만은 에인절스 산하 트리플 A팀인 솔트레이크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