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읽을만한 책] 엄마의 선물
김윤정 저 | 상수리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선물도 아니고 아빠의 선물도 아니고 엄마의 선물이라니, 약간 낯설다. 엄마는 언제나 모든 것을 주는 사람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특별히 선물을 받는다는 게 오히려 엄마에게 거리감을 두는 일인 듯한 것이다. 뭔가 심각한 사연이 있는 걸까? 어쩐지 옷깃이 여며진다.
이 책이 실제로 심각한 사연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옷깃을 여미는 자세로 페이지를 펼치는 일은 도움이 된다. 일상에서 늘 보는 모습이나 늘 듣는 말이 아니라, 엄마가 특별히 해주고 싶은 인생에 대한 조언이 집약되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하면 언젠가는 너에게 돌아온단다.’에서 시작하여 이기고 지는 일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 맞을까 두려워 걸음을 멈추지 마라 엄마가 우산이 되어주마, 너에게 날개를 달아주마, 를 거쳐 언제까지나 너의 곁에서 지켜보아 주겠다는 약속까지. 아이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그 아이가 자신이 살아갈 세상을 더 낫게 만들기를 바라는 염원도 간곡하게 담겨 있다.
이런 엄마의 애정이나 염원을 손쉬운 경구로 흘려보내지 않도록 만드는 비주얼 아디어가 이 책의 장점이다. 팬시한 일러스트의 컬러풀한 아이와 정교한 데생 풍의 무채색 엄마가 어울리는 듯 어긋나는 듯 교차하면서 엄마의 전언에 강렬한 인상을 보탠다. 이 어울림과 어긋남은 OHP필름이라는 이색적인 재료의 사용으로 한층 더 강화된다. 투명한 필름을 넘길 때 두 개의 그림이 합해지고 헤어지면서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상황 변화가 작은 감탄을 터뜨린다.
이 책은 출간되기 전 원고 상태에서 볼로냐 도서전에 출품되어 눈길을 끌었다는 후기가 달려 있다.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엄마의 사랑이라는 소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해 보이는 시도, 국내 시장이 아닌 세계 시장을 함께 두드리는 패기. 작가들의 역량은 커지는 데 반비례해서 시장은 위축되는 이 상황에, 이 그림책은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한 표본으로 제시될 수도 있을 듯하다.
| 추천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