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발칙한 야구이야기] 4월 24일, 메이저리그 소식
분풀이 하듯 벤치의 설움을 날린 날이었다.
15일 경기에서 모처럼 한국산 타격 기계다운 타구를 날렸던 볼티모어는 7경기만에 벤치에서 벗어나 그라운드에 나섰다.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커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와의 경기에서 9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현수는 첫 타석부터 호쾌한 타격으로 안타를 만들어냈고 빅리그 데뷔 첫 타점까지 기록했다.
1:0으로 앞서던 2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는 캔자스시티의 선발 투수 크리스 메들렌의 초구를 받아 쳐 중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몸쪽으로 낮게 들어오는 147km(91마일)짜리 패스트볼이었다. 이 때 2루에 있던 J.J. 하디가 홈을 밟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4경기만에 첫 타점을 신고할 수 있었다. 6경기 동안 벤치만 지켜야 했던 울분을 토해내 듯 만들어낸 안타였다.
4회에 맞이한 두 번째 타석은 김현수로서는 다소 억울한 만했다. 원볼 투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으로 낮게 들어온 볼을 주심이 스트라이크로 선언하면서 루킹 삼진으로 물러나야 했다. 5회 세 번째 타석에석에서는 1루 땅볼로 물러났으나 8회 네 번째 타석에서 1-2루 사이로 강한 타구를 날려 내야 안타로 데뷔 두 번째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워낙 강한 타구여서 1루수가 글러브를 내밀었으나 잡을 수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한 김현수는 타율을 5할로 유지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타구의 질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타구가 배트 중심에 맞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를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2회말에는 캔자스시티의 8번 타자 오마르 인판테의 타구를 끝까지 따라가서 잡아내는 호수비까지 보여주기도 했다. 벤치만 지키고 있기에는 아깝다는 인상을 심어줄만 했다. 경기는 볼티모어가 7:3으로 승리했다.
감독의 좌우놀음에 따라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던 시애틀의 이대호도 6경기만에 8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LA 에인절스의 선발 투수가 좌완인 헥터 산티아고였기에 얻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 2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내 1사 만루의 기회를 만들기도 했으나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7회 세 번째 타석을 맞았으나 LA 에인절스가 이대호 앞 타석에서 투수를 우완 마이클 모린으로 바꾸자 시애틀 스캇 서비스 감독은 이대호 타석에서 좌타자 애덤 린드를 대타로 내세했다. 그러자 LA 에인절스에서도 모린을 내리고 좌완 그레그 말레를 올렸다. 얼핏보면 두뇌 싸움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지나친 좌우놀음 때문에 이대호로서는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만 길어지고 있다. 시애틀은 LA 에인절스에게 2:4로 패했다.
LA 에인절스의 최지만도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다. 7경기째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던 최지만은 이대호가 선발 출전한 시애틀과의 경기에서 9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5회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낸 후 7회 세 번째 타석에서 꿈에 그리던 빅리그 데뷔 첫 안타를 쳐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시애틀의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신고한 안타라 그 의미가 더 크다.
데뷔 이후 0에 머물렀던 최지만의 타율은 6경기 만에 1할2푼5리로 바뀌었다. 경기 후 최지만은 "첫 안타라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그냥 그랬고 팀이 이긴 게 정말 다행이다. 팀이 연패에 빠져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도움이 돼서 다행이다"며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다른 것은 없는 것 같다.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말로 첫 안타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세인트루이스 오승환의 활약도 빛났다. 지난 21일 빅리그 데뷔 첫 실점의 쓴 맛을 봤던 오승환은 샌디에이고와의 원정 경기에서 삼진으로 아웃 카운트 세개를 모두 잡아내는 괴력을 선보였다. 7회 선발 마이크 와카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9번 타자 피렐라와 1번 타자 제이를 모두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번 타자 마이어스의 비교적 평범한 타구를 유격수 알레디미즈 디아즈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으나 3번 타자 캠프를 다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14개의 공으로 이닝을 마쳤다. 2.08까지 올라갔던 오승환의 평균자책점은 1.86으로 낮아졌고 지난 21일에 이어 두 번째 홀드도 기록했다. 7,8,9회에 10점을 쓸어담은 세인트루이스는 샌디에이고에게 11:2로 승리했다.
한편, 워싱턴과의 인터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 출전할 것으로 보였던 미네소타의 박병호는 끝내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2안타로 빈타에 허덕였던 미네소타는 워싱턴에게 0:2로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