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읽을만한 책]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홍나리 글,그림 | 한울림스페셜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는 뉴스가 경쟁이라도 하듯 연일 터지는 이즈음, 마음을 짓누르던 바윗덩이를 번쩍 들어 올려 치워주는 듯한 그림책을 만났다.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뉴스 속의 아빠들과 달리 이 아빠가 미안해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어렸을 때부터 걷지 못했던 게 아빠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아빠는 딸에게 미안하다. 같이 자전거를 못 타서. 함께 스케이트를 못 타서. 아쉬운 일도 너무 많다. 같이 신나게 헤엄치고 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함께 축구를 하면 정말 즐거울 텐데.
아빠의 이런 미안한 마음에 읽는 이의 마음이 다 촉촉해지는데, 딸은 오죽했겠는가. 이 착하고 속 깊은 딸의 대답은 그 촉촉한 물기가 키워낸 꽃송이 같다. 괜찮아요, 아빠. 나는 아빠랑 공원에서 예쁜 꽃을 보는 게 좋아요. 괜찮아요, 아빠. 나는 아빠랑 얼음낚시 하는 게 더 재밌어요. 괜찮아요, 아빠. 나는 아빠랑 우쿨렐레 치며 노래 부르는 시간이 참 즐거워요. 비 오는 날에는 아빠가 만들어주는 코코아를 마시며 빗소리를 듣고 싶어요.
깔끔하면서도 탄탄한 구조에 군더더기 없는 정갈한 문장이 돋보이는 글에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색연필 그림이 더없이 따뜻하고 사려 깊다. 아빠가 휠체어 탄 모습을 시작과 끝, 딱 두 장면에서만 보여준 시선도 성숙해 보인다. 이 그림책에서 우려할 만 한 점은 딱 한 가지,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라는 테마 안에 갇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장애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아빠와 딸의 가족애를 넘어서, 이 책은 인간의 품격이라는 차원을 펼쳐 보이는 듯하기 때문이다. 불편하고 부당하고 불만스러운 삶의 조건을 온화한 미소 밑으로 가라앉힌 아빠, 그 아빠를 진정 어린 위로와 대안으로 감싸 안는 딸. 그 둘의 대화가 담아내는 보기 드문 격조가 다시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실마리가 된다.
| 추천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강의전담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