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커스 초운 저/김소정 역 | 교양인

과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이다. 과학 지식은 원한다면 누구나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전문화해 있기에 알고 싶다고 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새 연구 성과를 알리는 과학 뉴스만 하더라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무지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소화하기 쉽게 요리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바로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이들이다.
오랜 세월 과학 저술가로 활약한 저자는 이 책에서 생명과 인류에서부터 물질의 근원과 우주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과학의 모든 영역을 요리의 재료로 삼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엿보인다. 그렇게 많은 요리를 하다보면 어느 한 부분에서 좀 설익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아주 쉽게 설명을 이어간다. 저자는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똑같은 과학 지식을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이해를 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질량이 에너지라는 이야기를 할 때는 너무 심오하다거나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한다면 재고해보라고 하면서 더 사례를 든다. 아인슈타인의 시공간 왜곡을 말할 때는 자동차가 급회전을 하는 상황에 비유하면서, 물리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이 힘을 원심력이라고 부른다고 짐짓 잘난 척을 한다. 현재의 환경 파괴 양상을 고려할 때 인류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하다가, 자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지금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고도 말한다. 자신이 설명하고 있는 주제를 깊이 소화한 끝에 나온 이런 여유로움 덕분에, 책장도 한결 여유롭게 넘길 수 있다. 시간의 화살, 평행 우주, 블랙홀 같은 어려운 첨단 주제까지 다루고 있음에도,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다.
저자는 독자가 어떤 대목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을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방식으로, 쉬운 비유와 발상의 전환,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문헌을 고루 이용하면서 술술 풀어나간다. 행여나 ‘만물 과학’이라는 역서 제목을 보고서 박물학(博物學)이라는 고풍스러운 학문을 떠올리지는 마시기를. 경이감보다는 이해 쪽에 초점을 맞춘 책이니까.| 추천자: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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