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이슬이 본격적인 가을을 알리는 ‘백로’
양력 9월 9일 무렵인 백로는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함을 알리는 절기다. 이 시기에는 밤 기온이 크게 떨어져 풀잎에 찬 이슬이 맺힌다 해 ‘백로(흰 이슬)’라는 이름을 얻었다.
백로가 되면 가을의 기운이 완연하게 나타나게 되며, 가끔 태풍과 해일로 곡식의 피해를 겪기도 하지만 대체로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 중국에서는 백로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에는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했다.
백로는 벼농사의 풍흉을 결정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벼는 늦어도 백로 전까지 이삭이 패어야 잘 익기 때문이다. 백로가 되어 서리가 내리면 찬바람이 불어 벼의 수확량이 줄어들고, 백로가 지나서 여문 나락은 결실하기 어렵다. 농가에서는 백로 전후에 부는 바람을 관찰해 풍흉을 점치기도 했는데, 백로에 바람이 많이 불면 벼농사에 해가 많고 나락이 여물더라도 색이 검게 된다고 믿었다.
백로는 보통 음력 8월 초순이지만 7월 말에 들기도 한다. 7월에 든 백로는 계절이 빨라 참외나 오이가 잘 되며, 8월 백로에 비가 적당히 오면 대풍이라고 여긴다. 또 포도가 익는 시기인 백로를 ‘포도순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외에 백로 무렵에는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시작하고, 추수할 때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이므로 부녀자들이 근친을 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