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정신과 차나무가 반기는 곳! 밀양 혜산서원
경상남도 밀양은 안동과 더불어 영남의 2대 선비 고장으로 꼽힌다. 그 흔적으로 밀양 곳곳에는 조선 전기의 성리학자 김종직, 변계량 등 선비들의 발자취와 각 종씨 고택, 서원들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밀양 다죽리 다원마을의 혜산서원도 그중 하나. 혜산서원은 서원 안에서 살았던 여러 선대의 선비들이 돌보며 키웠다는 차나무가 지금까지도 존재하고 있어, 다도에 관심이 많은 여행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마을 앞으로는 단장천이 흐르며 마을 뒤편으로는 화지산이 솟아 있는 밀양시 단장면 다원마을.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을 띄는 이 마을은 주변 경관이 뛰어나 밀양에서도 아름다운 마을로 손꼽힌다.
일직 손씨의 집성촌이기도 한 다원마을은 마을 곳곳에서 흙과 돌로 쌓은 담장과 높은 대문으로 된 고택. 오순도순 모여 있는 기와지붕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마을의 중심에는 혜산서원이 있다.
혜산서원은 밀양의 대학자 격재 손조서 선생 등 일직 손씨의 어른들을 모신 곳이다. 서원의 구조는 일반 서원과는 달리 담장으로 구획이 나뉘어 있다. 일반적인 서원은 교육과 제례의 영역을 일직선으로 구분해 놓지만, 혜산서원은 田의 형태로 사당, 강당, 제수, 서당 등의 영역으로 구분돼 있다. 이는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을 피하고자 나뉜 것이라 전해진다.
혜산서원 내부에는 총 13개의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서원이 田 구조로 돼 건물을 구경할 수 있고, 담장 사이를 걸으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 또한 강당 앞, 서원 입구의 신도비 옆, 서당 연못 옆에는 각각 차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이 차나무들의 나이는 약 600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차나무들은 크기가 3m로 600년의 세월에 비해 아담하다. 혜산서원을 관리해온 후손들은 이 나무가 시조가 즐겨 키우던 나무라는 것과 선조를 모시듯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들어왔다고 한다. 후손들의 정성에 차나무들은 현재까지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등 지금까지도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혜산서원은 고즈넉한 한옥의 모습과 600년 된 차나무에서 밀양의 옛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서원 주변으로는 손씨고가, 손숙 장관 생가 등 선조의 문화가 남아있어 밀양의 선비정신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주말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여유 있게 옛 모습을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 혜산서원 관련 정보
- 주소 : 경남 밀양시 산외면 다원1리길 17-18 혜산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