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은 뉴욕주의 자유시민인 솔로몬 노섭이 12년간 노예로 살아야 했던 기구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책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1841년 미국에서 실제 벌어진 일로 당시 큰 인기를 얻고 있던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 실사 판으로 회자하며 관심을 쏠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흑인인 솔로몬이 억울하게 노예로 살아야 했던 자신의 이야기와 노예들의 실상을 책으로 엮어낼 수 있었다.

약 100여 년 전 미국에는 노예제가 존재했지만, 모든 흑인이 노예는 아니었다. 당시 미국에는 노예제를 인정하지 않는 주와 노예제가 합법이었던 곳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자유주인 뉴욕 주에서 태어난 솔로몬 노섭은 백인과 같은 자유와 권리를 가진 자유인의 신분으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솔로몬은 낯선 이로부터 제법 큰 돈벌이가 되는 직업을 제안받게 되고, 그들을 따라 워싱턴으로 갔다가 노예상에게 납치를 당하게 된다. 당시 미국에는 노예수입금지법이 통과되며 노예를 사들이기 힘들어지자 자유인인 흑인을 납치해 노예제도가 합법이었던 남부지역으로 팔아넘기는 인신매매가 성행한 것이다. 하루아침에 자유를 잃은 솔로몬은 ‘플랫’이라는 이름의 노예가 되어 남부의 한 농장에 팔려가게 되고, 이렇게 시작된 그의 노예 생활은 무려 12년간 이어진다.
솔로몬은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이 겪은 노예의 삶을 서술하는데, 그의 이야기는 꽤 충격적이다. 자유인이었던 그가 인신매매를 통해 노예로 전락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인간 가축으로 여겨진 노예들의 삶이 상상 이상으로 참혹하기 때문이다.
책은 인종차별과 노예제의 참상을 통해 사회적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자유, 인권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동시에 노예제가 사라진 지금 사회에 아직도 만연하는 다양한 차별들이 솔로몬이 살던 시대와 크게 다를 것도 없는 것 같아 씁쓸함을 남기기도 한다.

영화 스틸컷

‘노예 12년’은 2013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화는 담담한 눈으로 19세기 말 미국의 흑역사를 고발한다. 노예제를 다룬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는 많이 절제되어 있지만, 화면으로 담아낸 노예들의 삶은 책보다 훨씬 직설적으로 다가온다. 노예제의 참상을 통해 자유와 인권을 되새기게 하는 영화는 우울하긴 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과장 없이 메시지를 담담히 전달하는 연출력도 훌륭하다.
하지만 영화에는 책에 담긴 모든 메시지를 담아내지는 못했다. 이야기가 끝난 후 남는 여운과 감동도 책에 미치지는 못한다. 많은 이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영화도 나쁘지 않지만, ‘노예 12년’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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