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vs. 영화] 헬프
소설 ‘헬프’는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시민권 운동으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 1960년대 초 미국, 그중에서도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남부지역의 잭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학을 막 졸업한 스물세 살의 백인 여성 스키터는 돈 많은 남자를 만나 정원과 가정부가 딸린 집에서 사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 여기는 또래들과 달리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의 출판사에 이력서를 보낸 스키터는 출판사 편집장으로부터 세상에 관심받을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를 찾으라는 조언을 받게 되고,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백인의 집에서 일하는 흑인 가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쓸 것을 결심한다.
하지만 그녀의 결심은 초반부터 난항을 겪게 된다. 흑인 가정부가 백인과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 마을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백인 여성에게 진솔하게 털어놓을 흑인 가정부는 없었기 때문이다.
스키터는 지역신문사의 살림 정보 칼럼을 대필하기 위해 도움을 받아온 흑인 가정부 아이빌린을 끈질기게 설득해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아이빌린의 친구 미니를 비롯한 다른 흑인 가정부들과도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흑인 가정부들의 인터뷰는 우여곡절 끝에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라던 예상과는 달리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게 된다. 인종, 남녀, 계급에 대한 차별이라는 거대한 벽에 도전한 세 여자의 반란이 결국 성공한 것이다.
소설은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내용은 전혀 무겁지 않다. 스키터, 아이빌린, 미니로 화자를 바꿔가며 이야기를 풀어놓는 두툼한 분량의 책은 어디 하나 걸리는 부분 없이 유쾌하고 매끄럽게 넘어간다. 책은 수많은 에피소드를 통해 흑인 가정부와 백인 주인들의 생각을 낱낱이 공개하고,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부당한 일인지를 알게 해준다.
소설 ‘헬프’는 2009년 출간과 동시에 ‘새로운 고전의 탄생’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아마존에서 116주, 뉴욕타임스에서 109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소설은 2011년 동명의 영화로 개봉되었는데 눈앞에 재현된 흑인 가정부의 고단한 삶과 차별은 책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책에 담긴 수많은 에피소드 중 재미있는 것들만 골라 모은 영화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남겨준다.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눈물을 거두고 유쾌하게 버무려낸 솜씨도 나쁘지 않고, 베테랑 연기자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하지만 영화는 소설이 담고 있는 깊이를 모두 드러내진 못했다. 한정된 시간에 방대한 분량의 소설의 깊이를 담아내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건지도 모르겠다. ‘헬프’는 소설, 영화 모두 좋은 작품이지만 그 깊이와 감동, 그리고 재미를 오롯이 느끼고 싶다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