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vs. 영화] 나니아 연대기
영화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의 흥행으로 판타지 영화 붐이 일었던 2005년. 영화 ‘반지의 제왕’ 제작진이 참여한 영화 ‘나니아 연대기 -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개봉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었다.
‘반지의 제왕’ 제작비의 2배가 넘는 약 2억 달러의 제작비가 투여된 영화는 하얀 여왕이 다스리는 눈의 나라의 절경이라던가 전설 속 동물들이 뛰노는 나니아의 환상적인 풍경을 완벽하게 재현해내며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화려한 스케일과 영상미를 자랑한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단하다’와 ‘이게 뭐야’로 나뉘었는데,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라 하기에는 뭔가 가볍고, 아동용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난해했기 때문이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의 원작은 영국 3대 판타지 작가인 C.S. 루이스의 소설이다. C.S. 루이스는 총 7편의 나니아 나라 이야기를 썼는데 이 중 3개가 영화로 제작되었다.
소설 나니아 연대기는 읽은 사람을 셀 수 없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베스트셀러로 톨킨의 ‘반지의 제왕’, 르 귄의 ‘어스시의 마법사’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불리는 대작이다. 작가는 나니아 연대기를 통해 어디에도 없었던 기발하고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했으며, 나니아 연대기는 그때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판타지 장르의 시금석이 됐다.
영화는 이 대작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원작을 매우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적당한 교훈까지 담아낸 원작은 세기에 길이 남을 대작임이 분명했지만, 원작에 너무 충실한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영화 ‘인셉션’을 본 관객이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심심하게 느끼는 것처럼, 이미 다양한 판타지 영화를 경험한 관객들의 기대를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니아 연대기 제작진은 이후 제작된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와 ‘나니아 연대기 - 새벽 출정호의 항해’에서는 판타지 영화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 일부 내용을 수정해 제작했다.
소설 '나니아 연대기'는 사자 아슬란이 나니아를 창조하는 순간부터 나니아가 멸망하는 순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 시리즈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순서를 바꿔 봐도 상관없을 정도로 독립적인 구성을 띠며 각자 다른 교훈을 제시한다.
나니아 연대기는 영화와 원작 중 무엇이 더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원작 소설을 먼저 읽었던 독자라면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진다는 것만으로도 영화에서 충분한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영화를 먼저 본 사람이라면 원작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의미와 은유를 찾아내는 재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니아의 탄생과 멸망, 그리고 그 안에 펼쳐지는 판타지가 궁금하다면 원작 소설 시리즈를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