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에세이]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을 바로 세우려는 사람들
스위스에서 이태리로 넘어가 베네치아를 거쳐 피사에 도착했을 때는 정말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기울어져 있지만 넘어지지 않는다는 피사의 사탑은 어릴적부터 나에게는 직접 가서 마주해보고 싶었던 곳 중에 하나였다. 왜 저렇게 기울어져서도 넘어지지 않을까? 도저히 이해안되는 이 건물에 대해 처음 접했던 초등학교 시절, 나는 이 곳을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아마도 어린 시절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그 다짐 때문에 더 두근거렸는지도 모르겠다.
피사역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몇분을 달려 피사 대성당에 도착했다. 피사의 사탑이 멀리서 보이자 나와 동생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이야~ 정말로 기울어져있네." 사실 두근거림에 비해서는 피사의 사탑의 기울어짐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고 놀랍지는 않았다.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피사의 사탑보다 더 재미있게 본 것은 두 줄로 서서 동일한 손동작을 하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이었다. 한줄은 양손을 피사의 사탑 방향으로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었고, 한줄은 그 사람들을 찍는 사람들이었다. 모두다 피사의 사탑이 넘어지지 않게 받치고 있는 모습의 사진을 찍으려고 동작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이 똑같은 것인지,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사진을 찍으니 웬지 나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지 모두다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그 모습이 너무 똑같아서 픽 웃음이 났다.
그들을 비웃을 수는 없었다. 몇분 후 나와 동생도 번갈아 가며 그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