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울리는 단통법, 결국 개정하나?
지난 10월 31일 아이폰6 발매 직후 '아이폰6 대란'이 터지면서 단통법에 대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애초에 소비자를 위한 법이 아닌 이동통신사를 위한 법이라는 논란에서부터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실효성 논란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단통법의 주요 이슈들을 짚어보자.
◇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란?
2014년 10월 1일부터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의한 법률'이란 명칭으로 시행된 법률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는 '단통법'으로 부르고 있다. 그동안 이통사들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했는데, 보조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같은 단말기라도 대리점에 따라 혹은 시기에 따라 천차만별로 가격이 책정되자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제정한 법이다.
단통법의 주요 내용으로는 이통사 및 제조사 보조금 상한제 실시, 보조금 지급액 홈페이지에 공시, 요금제나 부가서비스 사용 강요 금지, 판매점 관리가 부실할 경우 이통사에 책임 부과, 공짜폰 금지,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 단통법은 이동통신사를 위한 법이다?
제정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던 단통법의 핵심은 들쑥날쑥한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 간 차별을 없애자는 것이다. 단통법을 시행하면 보조금 혜택을 제대로 못 받는 소비자들이 생기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 소비자간 보조금 차별이 없을 것이고, 이통사들이 막대한 보조금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휴대폰 요금이 줄어들어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갈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었다.
'단말기 구매가격 상향 평준화' 불만 토로
하지만 취지와는 달리 단통법은 이통사에 유리한 상황이 되면서 소비자만 또 다시 '호갱님(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지칭)'이 되어버렸다. 보조금 상한액을 정하니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을 만들어주어 이통사나 제조업체들은 굳이 보조금 지급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소비자들이 싸게 사는 방법을 알아내자, 일부 비싸게 사는 소비자들이 억울하니 '모든 소비자에게 비싸게 사기를 강요하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소비자들은 단말기 구매가격 상향 평준화가 되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단통법이 안정화될 때까지 더 두고 보자는 의견도
'아이폰6 대란'으로 논란 재점화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이 거의 사라졌고, 폰을 분실하면 중고폰을 사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판단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예전부터 휴대폰 가격의 거품이 많았지만 단통법이 점차 안정화되면 휴대폰 판매가 줄어들어 제조업체는 정부의 취지대로 휴대폰 가격을 낮추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 10월 31일 불법 보조금이 지급된 '아이폰6 대란'이 터지면서 단통법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휴대폰 판매업자들이 단통법을 비웃는 '인센티브','페이백' 등 다른 형태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단통법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아이폰6 대란', 불법 보조금 등장
단통법 시행 한 달을 맞아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 비중과 중고폰 가입자가 증가하는 등 단통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정부의 자료 발표가 있자마자 이를 비웃듯 '아이폰6 대란'이 터졌다. '보조금'이라는 명칭 대신 '인센티브'라는 이름의 불법 보조금이 지급된 것이다. 단통법 시행 이전보다 많은 수준의 보조금이 지급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판매점에서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페이백' 이라는 보조금 형식을 취하기도 했다.
아이폰6 판매점에 최고 70만원의 인센티브 책정
아이폰6 대란은 이통사가 판매점에 아이폰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최고 70만원의 인센티브를 책정하며 벌어졌다. 판매점들은 고액의 인센티브가 지급되면 인센티브의 일부를 보조금 형태로 고객에게 지급하면서 판매를 촉진하는 것이다. 당연히 판매점의 입장에서는 팔지 못하는 것보다 인센티브를 나누어 주면서 판매를 하는 것이 이득이기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고 판매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단통법 시행 이후 제 값주고 최신 스마트폰을 산 사람들이 피해를 본 것이 되어 단통법 시행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했다.
개통취소, 기기회수 잇따라
이통 3사, '아이폰6 대란' 공식 사과
논란이 일자 이통사에서 급하게 개통취소와 기기회수를 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졌다. 이에 이통 3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불법 보조금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특정 이통사에서 먼저 발발한 일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생겨난 일이라고 잘못을 돌리기도 했다. 또, 편법 영업에 대해 엄정한 대처를 할 것이라며 "단통법 구조 정착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단통법 개정안' 발의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단통법 부작용을 질타하면서 "휴대폰 가격만 올려놓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정착까지 두세 달 필요"하니 좀 더 시간을 갖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미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원금 상한을 폐지하고 이용자의 가입 유형이나 요금제 등에 따라 지원금을 차별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단통법이 향후 개정될지 아니면 일부 주장처럼 정착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 더는 소비자만 '호갱님'이 되는 일은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