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편의로 가로수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1970년대에는 특별한 관리 없어도 잘 자라는 버드나무 계열의 나무가 가로수로 많이 심어졌으며, 1980년대에는 공해에 강하고 잎이 넓은 백합나무 버즘나무 계열의 나무를 심었다.
은행나무가 서울의 대표적인 가로수가 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다. 병충해가 거의 없는 은행나무는 당시 가을에 노랗게 단풍이 드는 데다 은행까지 수확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나무로 여겨졌다.
하지만 일거양득으로 여겨졌던 은행나무 열매는 곧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 열매의 고약한 냄새와 강한 얼룩으로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민원을 고려해 오는 12월 초부터 사대문 안 버스정류장이나 건널목 주변에 심어진 암은행나무 가로수를 일부 제거하기로 했다.
은행나무 열매 때문에 민원이 발생하는 일이 한두 해가 아니므로 서울시는 오래전부터 시민들의 민원을 반영하여 가로수로는 수은행나무를 심도록 권장해왔지만, 문제는 은행나무의 수령이 어릴 때 암·수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보통 15년 이상 자라야 열매를 맺는 은행나무는 열매를 맺기 전까지는 육안으로 암·수를 구분하기 힘들다. 과거에는 어린 은행나무는 가지가 위로 뻗으면 수컷, 아래로 내려가 있으면 암컷으로 구분했는데, 이 방법에 의한 암·수 구별 정확도는 60%에 채 미치지 못했다.
어린 은행나무의 암·수 구분이 가능해진 것은 2011년에 들어서다. 산림과학원이 DNA를 이용한 성 감별법을 개발한 후에야 1~2년생의 어린 묘목의 정확한 암·수 구별이 가능해졌고, 서울시는 2012년부터 암은행나무 가로수 줄이기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민원은 당분간 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식재된 암은행나무 가로수 비율이 꽤 높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 은행나무가 서울시 전체 가로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이며, 이 중 22%가 넘는 2만5천 여주가 열매를 맺는 암은행나무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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