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일본 여행의 진수가 소도시에 있다고 말한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한국말,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대도시와 달리 소도시에서는 일본만의 개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뚝 솟은 마천루 대신 나지막한 일본식 가옥 곁을 걷고,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지역 내 장인의 먹거리와 전통주를 즐기는 등 더할 나위 없는 여행이 완성된다.
일본 땅을 밟았다. 이번에는 한국인으로 가득한 오사카‧도쿄가 아니라 혼슈(本州)의 중부, 후지산과 스루가만를 품은 시즈오카를 찾았다. 시즈오카는 도쿄와 나고야 중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잠시나마 속세 탈출이 필요한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다. 시즈오카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녹차밭을 특징으로 하는 초록 지대이며, 다른 하나는 일본을 대표하는 명산인 후지산(富士山·해발 3,776m)이다. 후지산에서 파생되어 발현된 청정수(水)는 바다, 온천 등 매년 수백만명이 휴식을 즐기러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가 된다.
시즈오카는 한겨울에도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따뜻한 날씨와 푸른 하늘을 가지고 있다. 남쪽으로는 바다를 접하고 있는 낭만적인 해안 도시이자, 북쪽으로는 일본 남알프스 산맥을 품고 있다. 거기에 친절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은 시즈오카에서의 일상을 더욱 여유롭고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유서 깊은 온천과 매력적인 자연
소도시 여행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취향이다. 그곳의 매력이 자신과 맞는지 궁합을 봐야 한다. 좋아하는 테마에 따라 여행지를 찾게 되는데 시즈오카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이다. 우뚝 솟은 후지산, 끝을 모르고 흘러가는 넓은 스루가만, 광활한 녹차밭의 풍경은 경외감과 평온함을 함께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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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이 내려다보고 있는 바다는 깊이 2,500m로 일본에서 가장 깊은 만(灣)인 스루가만이다. 후지산을 가장 제대로 감상할 방법은 시즈오카시 시미즈항과 이즈시의 토이항을 잇는 스루가만 페리를 타는 것이다. 이 두 항구를 연결하는 스루가만 페리의 항로는 223번 현도로 지정되어 있다. 223번 고유번호는 후지산의 일본어 발음에서 따왔다.
페리를 타면 코발트빛 바다 너머로 거대한 후지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건물의 방해 없이 바다 위에서 후지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시즈오카가 유일하다. 후지산의 멋진 능선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동 시간이 약 75분으로 육로에 비해 약 30분 가량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이용해 페리에 승선하는 관광객은 차량 승선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페리 내 먹거리도 다양하다. 선내 매점 '페리즈 카페'에서는 바닐라 향이 도는 촉촉한 식감의 바움쿠헨, 스루가만의 심층수로 만든 소금을 첨가한 스루가만 젤라토와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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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토'라는 별명의 슈젠지(修善寺)는 이즈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지역이다. 일본 진언종(眞言宗)의 시조인 홍법대사가 807년 창건한 슈젠지 절이 마을의 상징이다. 1,200년 역사의 돗코노유(独鈷の湯)는 이즈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마을의 대중 족욕탕으로 사랑받고 있다. 마을 전설에 의하면 강에서 병든 아버지의 몸을 씻기는 소년을 보고 감동한 홍법대사가 바위를 내리쳐 온천수를 샘솟게 했다고 한다. 이곳의 온천수는 pH 성분 수치가 높아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마을 중심을 가로지르는 가쓰라강 양옆으로 100년이 넘은 일본 전통 목조가옥이 밀집한 골목길이 이어진다. ‘사랑의 다리’라고 불리는 5개의 빨간 다리가 놓여 있는데 녹음과 확연히 대비된다. 그림에서만 보던 에도(江戶)시대의 풍경이 살아난 듯하다. 아기자기한 골목 카페와 소박한 식당, 사시사철 청량한 대나무 오솔길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마을 전체가 역사 지구이자, 관광지이고, 대형 포토존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온천지인만큼 전통 료칸(旅館·일본식 숙박시설)이 많다. 아라이료칸은 1872년 창업한 곳으로 건물 일부가 국가유형문화재로 등록된 유서 깊은 곳이다. 로비에서부터 전통 목조가옥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사계절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멋진 정원이 인상적이다. 건물을 거닐다 보면 연못이 가까이 있어 마치 물 위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편백나무와 돌로 이루어진 대욕장, 자연 경관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노천탕 '코모레비노유' 등 전통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운치를 두루 갖춘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료칸에 숙박하지 않아도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등록문화재 가이드투어'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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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을 품은 시즈오카는 여러 뷰포인트가 있지만, 이즈반도 제일의 절경을 보려면 이즈 파노라마 파크로 가야 한다. 이즈노쿠니시 가츠라기산 정상에 위치한 이곳은 2021년 리뉴얼했으며 해발 452m 지점의 옥외 전망대와 전망테라스, 카페 등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경이로운 기암절벽을 볼 수 있는 약 1,800m 길이의 스릴 가득한 로프웨이를 약 7분간 타고 정상에 내리면 하코네, 후지산, 스루가만의 풍경이 장소 이름에 걸맞게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아오테라스(碧テラス)라는 이름이 붙은 전망 광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선명한 파란색 수면이다. 수면은 총 세 곳이 있는데 후지산, 스루가만, 하늘 각각의 푸름을 비추는 물을 컨셉으로 만들어졌다. 전망대 중앙의 긴 사다리꼴 수면에는 날씨가 맑을 때 후지산이 거꾸로 비친다. 이곳의 풍경은 진하다. 카메라에 ‘작품’ 하나쯤 담아가기 용이한 풍경이다. 전망대에 오르자 산세와 바다, 녹음이 어우러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목조 주택 베란다 느낌의 공간 '가츠라기 다실'과 햇빛이 수면 위에 부서지는 워터 라운지에 있으니 하늘과 햇빛, 바람과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된 느낌이다. 이밖에도 계절별로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보드워크, 연인들의 성지로 불리는 행복의 종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역사·문화
모르고 지나쳤으면 평범해 보였을 풍경, 그 안에 이야기를 담아 주는 건 역사와 문화다. 시즈오카는 예로부터 도쿄와 교토를 잇는 '도카이도(東海道)'가 관통하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문화가 번성했다. "도쿄나 오사카도 아닌데 뭐 별거 있겠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시즈오카의 역사와 문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오감을 이용해야 한다. 후지산을 비롯해 모터스포츠, 공예, 다도 등 즐거운 체험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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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현과 야마나시현 사이에 웅장하게 솟아 있는 일본 최고봉(最高峯)인 후지산은 일본인들에게 신앙의 대상이자 경배의 대상이다. 2013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지산을 후세에 널리 전하기 위한 거점 시설로 지난 2017년 후지산 세계유산센터가 건립됐다.
일단 건물만 바라봐도 눈요기가 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센터 입구에 세워진 원뿔 모양의 목조 건축물이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반 시게루가 설계한 이 조형물은 후지산을 거꾸로 놓은 듯한 독특한 외관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센터 내부에 들어서면 후지산에 대한 일본인들의 경외심을 만날 수 있다. 전시동, 북동, 서동 등 세 개 동으로 구성되었는데 특히 중앙의 전시동은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오르며 벽면 타임랩스 영상을 통해 후지산을 등산하며 볼 수 있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내부 곳곳에서 후지산에 대한 일본인의 신앙심과 미술작품과 고서적 속에 남은 후지산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다. 나선형 슬로프를 올라가면 전망홀이 있는데 장애물 없이 탁 트인 후지산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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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 서킷인 '후지 스피드웨이'에 인접한 후지 스피드웨이 호텔은 모터스포츠를 테마로 한 호텔로 지난 2022년 오픈했다. 호텔 운영은 하얏트가 담당하고 있으며 지상 9층 규모로 5개의 빌라를 포함한 총 120개 객실로 구성되어 있다.
모터스포츠와 오모테나시(환대)의 융합을 컨셉으로 한 자동차의 유선형을 이미지화한 프런트, 서킷 형태를 모아 조형화시킨 작품, 드라이버 중력 가속도의 크기를 표현한 작품 등 모터스포츠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예술 작품이 로비에 전시되어 있다.
또한, 수동 시프트 레버를 이미지한 룸 플레이트, 타이어 일러스트로 만든 메모지, 조립식 프라모델을 이미지화한 어메니티 서랍 등 감탄할만한 디테일이 호텔 룸 곳곳에 숨어 있다. 지하에 스파, 수영장, 짐(gym)이 있고 실제 레이서들이 연습하는 E-SPORTS 레이싱 머신도 체험할 수 있다.
호텔 1, 2층에는 자동차 박물관인 후지 모터스포츠 뮤지엄이 있다. 130여년에 걸친 모터스포츠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최고 레이스에 출전한 전설의 차를 포함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회사 10곳의 역사적인 차 40여대를 제공받아 전시하고 있다. 전시된 여러 레이스카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시대상과 더불어 기술 발전을 위해 애쓴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의 노력을 전한다. 또한, 자동차의 탄소 중립 실현을 주제로 한 전시도 진행하고 있다. F1을 비롯해 국제 규모의 모터스포츠 대회가 펼쳐지는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직접 레이싱을 체험할 수도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직선거리만 1.4㎞가 넘고 전체 4.5㎞의 서킷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트랙과 각종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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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 내 프라모델 관련 산업이 번성하게 된 것은 일본 역사와 깊은 관계가 있다. 17세기 에도시대 당시 구노잔도쇼구(久能山東照宮) 건축과 센겐(浅間)신사의 재건을 위해 슨푸(駿府·시즈오카의 옛 지명)에 전국 각지의 목공, 조각사, 도장공 등 온갖 장인들이 모였고 그들을 중심으로 칠기를 비롯한 공예품과 정교한 목재 모형 산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일본 최대 규모의 전통공예 체험시설인 '타쿠미슈쿠'에는 염색, 대나무 공예, 도예, 목공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방이 모여있다. 녹음이 우거진 산에 둘러싸인 이곳은 스루가 대나무 세공을 비롯해 염직물, 도예, 목공, 칠기는 물론 전시품 또는 책자에서 만들고 싶은 작품을 골라 만들기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중앙 정원에는 유명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쌍둥이 동생이 만든 조형물 등 각종 오브제가 설치되어 있다. 먹거리도 장인의 솜씨로 만들어진다. 최고급 벌꿀과 지역 식재료를 사용하는 카페, 수제 맥주 공방 등을 더해 현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설 내에는 미니 모터카와 2개의 별 모양 마크로 유명한 프라모델 기업 타미야에서 감수한 모형 공방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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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는 일본 내 녹차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녹차 생산지다. 양은 물론 품질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스한 햇볕,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거기에 후지산의 만년설에서 흘러 내려온 맑은 물이 시즈오카 차의 특별한 맛을 빚어낸다.
시즈오카가 차로 유명해지게 된 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 직업을 잃은 사무라이들이 차밭을 일구기 시작한 이후부터다. 에도 시대부터 이 지역의 귀족은 차의 향, 맛, 색을 보고 어떤 가문의 차가 좋은지 내기를 했을 정도로 시즈오카의 차를 자부심으로 여겼다.
시즈오카에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녹차 다원이 곳곳에 있다. 품질이 좋은 차의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교쿠로노사토(玉露の里)는 시즈오카의 차 중에서도 최상품의 차인 옥로차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다도(茶道) 체험을 할 수 있다. 교쿠로는 일본의 고급차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며 찻잎을 따기 약 20일 전부터 햇빛을 차단, 광합성 작용을 줄여 색을 진하게 하고 단맛을 극대화했다.
신록이 가득한 일본식 정원 속 정통 다실에서 교쿠로차 또는 말차와 화과자, 티 세러머니를 체험할 수 있다. 차를 마시기 위한 다구 문화가 발달해 있어 일상에 스며든 차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다실 효케츠테이 입장료에 차와 화과자가 포함되어 있다.
'청정 자연'이 만든 특별한 미식(美食)
풍경, 역사, 문화를 즐겼다면 이제 배를 채울 차례다. 여행의 8할은 먹는 재미가 아니던가. 시즈오카현은 미식의 즐거움을 오롯이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바다와 산이 있고, 맑은 물과 더불어 기후도 온난해 풍부한 식재료가 있다. 장어를 비롯해 신선한 해산물과 온난한 기후가 만들어 내는 녹차, 소바 등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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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현 동부에 있는 '물의 도시' 미시마의 명물은 장어다. 미시마의 장어가 유명한 이유는 후지산의 눈 녹은 물로 만들어진 지하수를 이용한 관리 방법 때문이다. 장어를 4~5일 정도 지하수에 풀어놓으면 특유의 비린내와 흙냄새가 없어져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미시마 시내 중심가 곳곳에는 장어구이, 장어덮밥, 장어 붕어빵까지 다양한 장어요리 전문점이 있다.
우나기 사쿠라야는 1856년 문을 연 160여년 역사의 장어요리 전문점이다. 다다미로 만들어진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인상적으로 장어와 비법소스가 잘 어울리도록 구워낸 장인의 기술로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우나동(鰻井)과 우나쥬(鰻重)는 쌀밥 위에 장어구이를 올린 덮밥을 말하는데 장어의 부위나 맛은 차이가 없지만 음식을 담는 그릇에 차이가 있다. 접근성이 좋은 위치는 아니지만 이곳의 장어를 맛보면 충분히 번거로움을 감수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울 때 양념이 타지 않으면서 바삭한 식감을 유지해야 하는데 지옥불같이 타오르는 숯불 위에 장어를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포슬포슬 부드러운 '겉바속촉'이다. 장어 위에 와사비를 살짝 올리면 짭조름함 위에 쌉쌀한 포인트가 생긴다. 흙냄새 같은 잡내는 전혀 없다. 함께 나오는 담백한 스이모노(장어국)과 새콤달콤한 츠케보노(장아찌)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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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뱃고동 소리와 펄떡이는 갈매기의 날갯짓이 '이즈 반도의 현관문' 누마즈항을 채운다. 이곳 구경을 마치면 '카이센동'을 꼭 먹어야 한다. 카이센동은 쌀밥 위에 얹은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의 맛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일본식 해물덮밥을 말한다.
‘우오가시마루텐’은 누마즈항에서 어획한 다양한 해산물을 사용한 덮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래 작은 소바 가게였으나 시장 상인들과 어부를 위한 식사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자 시작했다고 한다. 메뉴는 김밥천국 수준으로 매우 다양한데 어시장 인근이라 그런지 카이센동 가격이 우리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라 부담 없이 식사하기에 좋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새우, 관자, 야채를 가득 섞어 긴 원통 형태로 튀겨낸 '카키아게동'과 새우, 참치, 성게, 오징어, 연어 등 8종류의 신선한 해산물을 올린 '와이와이동'이다. 특히 '와이와이동'에는 시즈오카의 명물 중 하나인 사쿠레이비(벚꽃 새우)가 들어가는게 포인트다. 초밥도 함께 주문했는데 생선살 한 점이 거의 간장 접시만 할 정도로 회가 크고 두껍다. -
소바의 천국은 일본이다. 에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소바에 대한 일본인들의 열정은 메밀 성분과 함량, 조리법, 재료에 따라 방대한 소바의 세계를 창조했다.
시즈오카역 인근에 테우치소바 다카다라는 소바집이 있다. 테우치(手打)라는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손으로 직접 메밀면을 뽑는다. 메밀 오마카세 혹은 메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느낌의 이곳은 소바에 자부심 가득한 주인장이 디너코스 전 요청 시 설명과 함께 에도 시대 방식으로 면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여준다. 메밀의 풍미는 쉽게 날아가 알아채기 힘든데 그 찰나의 맛을 즐기기 위해 물과 메밀가루만 사용해 손으로 반죽하고 면을 썬다.
런치세트를 주문하니 소바가 자루소바와 냉소바 두 종류로 나눠 메뉴에 나온다. 주인장이 먼저 소금을 찍어 면만 먹어보라고 권했다. 풍성한 메밀향이 위장 가득 들어찬다. 이래서 소바는 식감보다 향으로 먹는다고 하는 것 같다.
농도 짙은 쓰유에 면을 조금 담갔다가 입에 넣으니 짭조름한 감칠맛에 기분이 좋아진다. 상큼하고 시원한 냉소바도, 얇은 튀김옷이 인상적인 덴푸라(天ぷら)도, 남은 쯔유에 부어서 마시는 메밀차 프리미엄 버전 느낌의 소바유도 일품이다.
자연이 주는 행복과 평화, 여유로운 시즈오카의 매력
시즈오카를 설명하면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임진왜란 패전의 혼돈 속에 일본을 통일하고 조선통신사를 초청하는 등 260여년의 평화 시대를 연 에도 막부의 첫 쇼군(將軍)인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1543∼1616)다. 일본이 갈라져 싸우던 시절 그는 시즈오카에서 오랜 기간 인질로 붙잡혀 있었다. 이후 하마마쓰(濱松)를 기반으로 도요토미 세력을 무찌르고 일본 전역을 장악했다. 쇼군 자리에서 물러난 그가 노후를 위해 정착했다가 생을 마감한 곳도 시즈오카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먼 길과 같다. 그러니 서두르지 마라.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음을 알면 오히려 불만 가질 이유도 없다. 마음에 욕심이 차오를 때는 빈궁했던 시절을 떠올려라. 인내는 무사장구(無事長久)의 근본이요, 분노는 적이라고 생각해라"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시즈오카현 구노잔도쇼구 경내에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유훈(遺訓)이다. 난세의 영웅으로 고되고 험난했던 그의 인생에서 나라의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그의 의지가 잘 표현된 글이라 할 수 있다.
나는 행복·평화의 정의와 아주 잘 어울리는 지역이 시즈오카라고 생각한다. 시즈오카는 일본 내에서도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는 따뜻한 날씨에 아름다운 바다, 후지산, 녹차밭의 조화로운 풍경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킨다. 시즈오카 사람들은 온화하고 느긋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층집과 이층집들이 조금씩 떨어져 예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 내가 10년 전에 봤던 시즈오카의 첫인상이다. 도쿄처럼 화려한 대도시의 면모도, 교토처럼 타임슬립한 기분이 들지 않아도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인 풍경을 유유자적 거닐면서 꾸밈없는 일본 그 자체를 경험할 수 있다. 숲 내음 가득한 거리, 지역 곳곳에서 펼쳐지는 이색 풍경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행복과 여유, 이것이 시즈오카 여행의 즐거움이다.
자연이 주는 행복과 평화, 여유로운 시즈오카의 매력
시즈오카를 설명하면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임진왜란 패전의 혼돈 속에 일본을 통일하고 조선통신사를 초청하는 등 260여년의 평화 시대를 연 에도 막부의 첫 쇼군(將軍)인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1543∼1616)다. 일본이 갈라져 싸우던 시절 그는 시즈오카에서 오랜 기간 인질로 붙잡혀 있었다. 이후 하마마쓰(濱松)를 기반으로 도요토미 세력을 무찌르고 일본 전역을 장악했다. 쇼군 자리에서 물러난 그가 노후를 위해 정착했다가 생을 마감한 곳도 시즈오카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먼 길과 같다. 그러니 서두르지 마라.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음을 알면 오히려 불만 가질 이유도 없다. 마음에 욕심이 차오를 때는 빈궁했던 시절을 떠올려라. 인내는 무사장구(無事長久)의 근본이요, 분노는 적이라고 생각해라"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시즈오카현 구노잔도쇼구 경내에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유훈(遺訓)이다. 난세의 영웅으로 고되고 험난했던 그의 인생에서 나라의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그의 의지가 잘 표현된 글이라 할 수 있다.
나는 행복·평화의 정의와 아주 잘 어울리는 지역이 시즈오카라고 생각한다. 시즈오카는 일본 내에서도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는 따뜻한 날씨에 아름다운 바다, 후지산, 녹차밭의 조화로운 풍경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킨다. 시즈오카 사람들은 온화하고 느긋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층집과 이층집들이 조금씩 떨어져 예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 내가 10년 전에 봤던 시즈오카의 첫인상이다. 도쿄처럼 화려한 대도시의 면모도, 교토처럼 타임슬립한 기분이 들지 않아도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인 풍경을 유유자적 거닐면서 꾸밈없는 일본 그 자체를 경험할 수 있다. 숲 내음 가득한 거리, 지역 곳곳에서 펼쳐지는 이색 풍경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행복과 여유, 이것이 시즈오카 여행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