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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을 지나 이제 겨울이다. 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몇 가지 있다. 길거리에서 사 먹는 따뜻한 붕어빵 같은 소확행(小確幸) 말이다. 그 중 최고 극락은 온천이다. 차가운 공기가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하는 계절, 따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면 어느새 무거운 시름은 풀어지고 수면 위 수증기처럼 가벼워진 나와 만나게 된다.
일본 여행은 날이 추워지면 온천 때문에 매력이 배가 된다. 온천이 익숙한 한국인에게도 일본 최고의 온천 지역인 오이타현(大分)은 여러모로 새롭다. 시내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천 증기와 더불어 료칸에서 온천과 정갈한 음식을 함께 즐기는 것은 오이타현 여행의 '로망'이다. 한국에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를 더해 최고의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규슈 동북부에 위치한 오이타현은 일본 내에서 '일본 제일의 온천현'이라 불릴 정도로 숫자와 용출량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오죽하면 공식 로고에 온천 기호(♨)가 있고 공항에 무료 족욕탕을 운영할 정도일까. 벳푸와 유후인 등 일본의 대표적인 온천 명소를 품은 것은 물론 물론 전 세계에 존재하는 10가지 온천수 중 8종류를 오이타현에서 경험할 수 있다. 그외 자연 체험, 아트, 먹거리 등 오이타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여러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오이타 여행에서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여행은 맛으로 기억된다. 온천욕을 마치고 오이타의 진미(珍味)를 맛볼 시간이다.
오이타로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온천이다. 온천의 대부분을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이타 최고의 관광 명품은 자연이다. 멋진 풍광 속에서 유유자적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여행지다.
오이타에서는 문명의 이기(利器)를 향유하며 아날로그 감성에 젖을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여행지다.
오이타 여행에서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여행은 맛으로 기억된다. 온천욕을 마치고 오이타의 진미(珍味)를 맛볼 시간이다.
오이타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단연 온천이다. 온천의 대부분을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이타 최고의 관광 명품은 자연이다. 멋진 풍광 속에서 유유자적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여행지다.
오이타에서는 문명의 이기(利器)를 향유하며 아날로그 감성에 젖을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여행지다.
레조네이트 클럽 쿠주(Resonate Club Kuju)는 규슈의 지붕이라 불리는 아소쿠주 국립공원에 자리한 리조트형 료칸이다. 해발 865m 위치에 있어 산을 올라가는 도중에 사슴을 자주 볼 수 있을만큼 자연의 한가운데, 평화로운 풍경 천지다.
모든 객실은 독채형으로 초원이 한 눈에 보이는 전망과 더불어 목재와 황토로 지어져 마치 숲속 오두막집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특유의 편백나무향 때문인지 가만히 있어도 몸이 건강해지는 듯 하다. 이곳의 백미(白眉)는 온천으로 공용 대욕장과 노천탕이 마련되어 있다. 자연이 만든 탄산 수소 염천으로 지하 깊숙한 곳에서 솟아나 공기와 접촉하면 갈색으로 변한다. 또한, 풍부한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어 보습감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가이세키 코스와 양식 코스 중 선택할 수 있는 석식은 이곳의 자랑거리다. '눈으로 먼저 먹는 일본 요리'답게 가이세키 코스는 탕, 구이, 조림 등 제철 생선과 특산품을 이용한 요리가 정갈하게 차려져 나온다. 양식 코스 역시 구운 가다랑어를 사용한 샐러드와 오이타 와규로 만든 스테이크까지 일식은 물론 양식도 꽤나 수준높게 구현해낸다.
명수(名水)의 마을로 손꼽히는 히지 지역에 있는 솔라주 오이타 히지(Solage Oita Hiji)는 리조트형 호텔로 이토가하마 해변 공원과 근접한 높은 지대에 있어 벳푸만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있다. 마을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조용한 분위기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으며 고운 모래 사장이 펼쳐진 해안과 경치 좋은 산책로가 있다. 하모니랜드, 기츠키, 벳푸시 등이 인근에 있어 관광지로의 이동도 편하다.
벳푸만의 탁 트인 전망을 조망할 수 있는 객실과 야외 온천탕은 이곳의 하이라이트다. 특히 이곳의 온천수에는 마그네슘, 칼슘, 나트륨이 함유되어 피부를 매끄럽게 하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2개의 대욕장에서는 바다의 풍경을 만끽하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데 특히 노천탕에서 바라보는 일출이 장관이다.
지역 초입부터 들어서자 진한 유황 냄새가 느껴진다. 거리 곳곳이 연기로 집마다 밥을 짓는 듯 푸근하기도 하고, 땅에서 구름과 안개가 솟는 신비로운 풍경이다.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벳푸에는 약 2,800개의 온천이 있다. 벳푸 온천은 함유 물질에 따라 색을 띠는데 생김새의 특징에 상상력을 더해 각각 이름을 붙였다.
많은 관광객은 벳푸의 대표 온천 7개를 돌아보는 이른바 '지옥순례'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우미(海)지옥'은 황산철로 인해 온천물이 투명한 청색이다. 온도는 섭씨 약 98도로 수심이 200m를 넘고 화산활동에 의해 하루에도 몇 번씩 솟구치는 뜨거운 물과 뿌연 증기가 가득한 온천 호수 등이 활력을 더한다. 함유 물질에 따라 청색, 백색, 적색 등으로 물빛이 달라지는데 일본식 정원이 있는 청백색 연못 시라이케(白池), 악어가 사는 오니야마(鬼山), 핏빛으로 물든 치노이케(血の池) 등 다양하다. '온천의 천국'이라는 별명을 가진 벳푸에 지옥이 많은 것도 아이러니하다.
아소산 자락 해발 777m에 설치되어 '천공의 산책길'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이 다리는 일본 제일의 보행자 전용 현수교다. 국가와 현의 보조금을 받지 않고 마을 자체적으로 약 20억엔(약 180억원)을 투입해 만든 관광자원으로 2006년 개장 이래 약 1,300만명의 관광객이 찾으며 지역 관광의 역사가 됐다.
길이 390m, 높이 173m, 폭 1.5m의 이 다리는 발을 내디딜 때마다 아찔한 풍경을 내놓는다.
사진 한 컷으로 담아내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장관으로 다리 위를 걷던 관광객들은 연방 감탄을 쏟아낸다. 쿠주산맥의 웅장한 산세와 함께 신도노타키(震動の滝) 폭포의 절경, 나루코강이 어우러진 대자연의 경관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협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약간의 스릴을 더해주며 난간도 뚫려 있어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계곡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다리를 걷다 보면 경이로운 자연 앞에 한없이 겸손해진다. 2005년 람사르 협약의 보호 지역으로 등재된 일본 최대 규모의 습원인 다데와라(タデ原) 습원 등 유명 관광지도 인근에 있다.
오이타현 남서부 아소쿠주 국립공원 내 해발 850m 고원에 자리한 이곳은 500여종, 500만 그루의 꽃이 매년 계절별로 다르게 피는 약 22ha(약 22만㎡)면적의 공원이다.
서일본 최대 규모로 꽃밭 구역, 가든 구역, 과실 구역, 온실 구역, 숲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봄에는 튤립이나 시바자쿠라(꽃잔디), 여름에는 라벤더나 해바라기, 가을에는 메리골드가 잇따라 피며 계절마다 형형색색의 꽃이 원내를 장식한다.(12~2월 동계휴업)
공원 입구부터 대량의 피톤치드가 느껴진다. 천천히 호흡하며 신선한 산소를 마셔본다. 인간과 계절이 만든 꽃의 성찬을 눈요기하며 걷다 보면 마음에 강 같은 평화가 찾아온다. 무지개를 그린 것처럼 심어진 튤립, 시원한 파란색이 환상적인 네모필라 등 하늘과 산, 꽃의 색 대비에 시야가 환해진다.
산책로를 따라 좌우로 포토스팟이 마련되어 있으며 비가 내려도 관람할 수 있는 온실 구역도 운영하고 있다. 정원 가이드의 안내가 포함된 시니어 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글램핑 시설 하나토호시에서 바베큐도 즐길 수 있다.
유케무리(湯けむり)는 우리말로 '온천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뜻한다. 벳푸 특유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이곳에서 도시를 바라보면 칸나와 온천 지구 곳곳에서 하얀 수증기가 솟구치는 광경이 펼쳐진다. 벳푸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된 이 전경은 NHK 선정 '21세기에 남기고 싶은 일본의 풍경' 중 후지산에 이어 2위로 뽑혔다. 일본 제일을 자랑하는 벳푸의 풍부한 용출량이 만들어낸 신기하고 특별한 풍경이다.
온천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 장엄한 츠루미다케 산, 계절에 따라 색상을 바꾸는 오기야마 산의 절경을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경사가 없고 올라가는 동안 칸나와 지역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어 산책 코스로도 인기가 좋다. 전망대에서 보는 야경도 '일본야경유산'으로 선정된 바 있다.
2024년 7월에 문을 연 타노우라라 휴게소는 오이타시의 새로운 명소다. 벳푸에서 오이타로 가는 국도에 있는 건물로 도시로 가는 관문의 기능과 더불어 여행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합 문화 시설이다. 이곳은 휴게소의 필수적인 기본 기능 외에 생활, 문화, 쇼핑, 여가를 결합한 기능을 제공한다. 원래 휴게소는 여행에 지친 몸을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머무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지만 이곳은 다양한 체험과 즐길 거리를 더해 색다른 여행 공간으로 변신했다.
오이타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는 상설 트램과 비디오, 신선한 현지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마켓, 사이클 러너들을 위한 유지보수 공간, 벳부만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는 테라스 등이 있어 많은 여행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휴게소 인근에 있는 한적한 인공 섬 '타노우라 해변'은 JLA(일본 인명구조 협회) 인증 해변으로 수질이 좋고 물결이 잔잔해 잠시 쉬어가기 좋다.
오이타현에서 시간을 되돌리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규슈의 작은 교토'란 별칭이 있는 기츠키(杵築)에는 에도(江戶)시대 옛 사무라이 마을을 보전한 성하마을이 있다. 드라마, 영화의 촬영 장소로도 자주 사용되는 이곳은 한 마디로 '살아있는 민속촌'이다. 예스러움을 간직한 목조 건축물에 지금은 보기 힘든 나무 간판 등 80년대 일본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아날로그 디자인으로 가득하다. 거리 곳곳을 걷다보면 자연스레 시간 여행자가 된다.
해안가 고지대에 우뚝 솟은 기츠키성 아래 형성된 성하마을은 높은 두개의 언덕이 V자 형태로 형성되어 있어 마치 깊이 패인 골짜기를 연상시킨다. 이곳의 입체감을 즐기고 싶다면 스야노사카 고갯길로 향하면 된다. 이 길은 상인마을과 북쪽지대 무사저택을 잇는 가파른 돌계단의 언덕길로 고개 정상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남쪽 무사저택을 향하는 시오야노사카 고개와 마주해 독특한 구조의 성하마을을 조망할 수 있다.
이곳은 '기모노가 어울리는 역사 도시 경관'에 선정될 만큼 기모노를 체험하기에 제격이다. 3,000엔(약 2만7천원)이면 기모노 렌탈에 더해 전문 도우미가 에도시대 사람으로 변신시켜주니 제대로 된 일본 감성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선택이다. 오하라 저택, 기츠키 성하마을 자료관 등은 기모노를 입은 이들에게 무료 개방하며 카페와 레스토랑도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공예품과 기념품을 파는 아기자기한 상점과 식당도 모여 있어 여유를 갖고 일본의 옛 정취를 음미해도 좋다.
하모니랜드는 산리오 그룹이 1991년 오이타현에 개장한 도쿄돔 5배 크기의 대형 테마파크다.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헬로키티, 마이멜로디, 시나모롤 등 산리오의 여러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과 볼거리도 갖춰져 있다.
이곳은 어린이의 눈높이를 가장 중시한다. 회전목마, 카트, 캐릭터 보트, 대관람차 등 어느 하나 스릴 있는 놀이기구는 없다. 우리의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를 생각하면 조금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는 어른도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도록 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캐릭터를 주제로 공원을 설립하고 그에 맞는 관광객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하모니랜드 곳곳에는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키티와 친구들의 캐릭터 모형으로 놀이기구가 만들어져 있다. 특히 키티 공식 테마파크인 점을 살려 헬로키티의 이미지에 맞는 가구와 소품으로 꾸며진 '키티의 성'에서는 헬로키티와 사진 촬영, 오리지널 캐릭터 기념품 샵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오이타 현립미술관은 2015년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세계적인 건축가 반 시게루(坂 茂)가 설계한 건물이다. 건물의 외부는 오이타현의 특산품인 대나무 공예를 모티브로 한 목재 파사드로 둘러싸여 있으며 대형 유리벽이 박물관의 실내·실외 공간을 혼합하고 있다.
깨끗하고 세련된 느낌의 내부는 "예술과 사람을 연결하다"라는 테마로 아트리움 통유리 벽을 통해 길거리와 미술관의 경계를 가깝게 만들어 방문객이 편안히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계란 모양의 오브제와 더불어 유리로 만들어진 벽과 설치 작품으로 하늘 정원 분위기를 연출한 옥외전시공간 '아마니와' 등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한 디자인과 개방감이 인상적이다. 약 5,000점의 소장품 내 컬렉션 전시 외에도 2025년 1월 19일까지 열리는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 탄생 120주년 기념 전시 등 다양한 기획전도 진행하고 있다.
1층 매장에서는 오이타 내 기업과 예술가가 협업한 여러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2층 카페 샤리테에서 즐기는 분고규(오이타 소고기) 100%의 햄버거 스테이크도 일품이다.
아카렌가(赤レンガ)는 우리말로 붉은 벽돌을 뜻한다. 1913년 지어진 건물로 도쿄역, 일본은행 본점을 설계한 건축가 다쓰노 긴고(辰野金吾, 1854-1919)가 설계했으며 1996년 국가유형문화재로 등록됐다. 일본 근대 건축 역사의 상징으로 벽돌은 도쿄역과 같이 영국에서 수입해 사용했다. 서양의 문화가 일본에 들어왔던 당시의 시대상을 전해주는 건축물이다.
오이타 은행 소유의 건물로 현재 오이타현 각지에서 엄선된 특산품을 판매하는 'Oita Made Shop'과 스페셜 티·커피 전문점이 입점해 있다. 오이타시의 핫플레이스로 다양한 카페와 이자카야가 영업 중인 후나이 5번 상점가에 있어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698년 에도시대 당시 문을 연 와카에야(Wakaeya · 若栄屋)는 무려 16대째, 300년 넘게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일본 왕실은 물론, 다수의 유명인들이 다녀간 유서 깊은 음식점으로 일본식 다다미 바닥을 기본으로 기품 있는 장식품으로 가득한 인테리어는 이곳의 역사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메뉴는 고를 필요가 없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타이차츠케(鯛茶漬け)의 일종인 우레시노(うれしの)다. 타이차즈케란 녹차물에 밥을 말아먹는 오차츠케와 도미의 타이(鯛)가 합쳐진 이름으로 도미살을 얇게 떠서 타레소스와 함께 밥 위에 얹고, 따뜻한 차를 부어 먹는다.
우레시노란 이름은 기츠키 영주가 몸이 허약해졌을 당시 진상한 요리로 이 음식을 먹고 "우레시노(기쁘다)"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300년 전 영주가 먹고 감탄했던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다른 곳에서 맛보기 어려운 음식으로 맛이 비릴 듯 싶지만 실제 맛은 훌륭하다. 생선살과 소스, 약간 씁쓸한 차가 어우러지면서 묘한 매력을 뽐낸다. 폰즈 소스에 도미껍질을 무쳐낸 사이드 메뉴도 일품이다.
오이타 와규(和牛)는 오이타현의 비옥한 땅에서 자란 소고기에 붙은 이름으로 선홍빛깔에 고운 마블링이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육질이 특징으로 씹을수록 육즙이 퍼지는 1등급 소고기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오이타 현에서 가장 오래 사육된 쿠로게와규라는 검은 소 품종으로 4등급 이상의 고기의 맛을 고집하는 농장에서 키운 프리미엄 상품이다.
벳푸역 인근에 있는 '사쿠(SA-COO)'는 오이타 브랜드 식재료를 취급하는 고급 테판야키 레스토랑이다. 현지에서 조달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프렌치 요리 경력 40년의 베테랑 셰프가 창의적인 요리를 내놓는다. 이 식당은 오이타 와규의 채끝 부위를 사용한 스테이크가 진미다. 대형 철판에 각종 채소와 함께 와규를 구워 내는데 지방이 고르게 섞여 버터처럼 부드럽게 녹는 식감과 촉촉한 살코기의 풍미가 일품이다. 가격도 1인분에 8,000엔(약 7만2천원) 수준(와규 120g 기준)으로 국내 레스토랑에 비교해 부담스럽지 않다.
토리텐(とり天)은 오이타의 대표 요리로 흔히 덴뿌라라고 알고 있는 밀가루, 계란 등을 넣은 튀김 옷을 닭고기에 얇게 입혀 튀겼다. 전분을 넣은 튀김 옷으로 만든 가라아게와는 다른 매력을 가진 오이타만의 향토 요리다. 초간장과 겨자를 섞은 폰즈 소스에 찍어 한입 베어 물면 달짝지근하면서 톡 쏘는 맛과 바삭바삭한 튀김, 부드러운 닭고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이자카야 등에서 흔히 안주 메뉴로 만날 수 있으며 튀김 방법, 소스 등 가게에 따라서 조리 스타일이 다양하다.
오이타시 추오마치와 후나이마치에 있는 이자카야 ‘카미후센’은 토리텐 맛집으로 알려졌다. 1982년 오픈한 노포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인테리어와 복층의 아늑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토리텐 외에도 세키아지(전갱이) 사시미, 야키토리(꼬치구이)도 일품이다.
일본은 화산대에 자리한 덕분에 지진 등 자연재해도 많지만 온천도 많다. 일본 전역에 약 2만7,000여 곳의 온천 시설이 있는데 오이타현에만 무려 5,000여 곳이 넘는 온천 시설이 영업중이다. 일본의 수도는 도쿄지만 온천의 수도는 오이타다. 일본 전역에 내로라하는 온천들이 즐비하지만 오이타는 '온천현'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천질(泉質)이 있어 일본 온천의 대부분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식 스파부터 자연 그대로의 천연 온천, 강산성 온천부터 약알카리성의 미인천, 맑은 단순천부터 해수천까지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 모래탕, 진흙탕 등 양식도 다양하고 온천수의 색깔도 다채롭다. 많은 사람이 ‘일본 온천’하면 먼저 벳푸나 유후인을 떠올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오이타의 온천은 조용하고 차분하다.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다는 의미보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근다는 의미가 크다. 온탕에 몸을 담가 체온을 높이는 것은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방법으로 나홀로 긴장을 풀고 휴식하는 회복의 공간이라 볼 수 있다. 산책하듯 미술관과 카페를 다녀온 후 온천욕을 즐기는 유유자적이 오이타현에서는 공식이다.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현대 사회에서 회복을 돕는 온천의 역할이 꽤 크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 자주 다녀오면서 실제로 심신이 지쳤을 때에 온천의 덕을 많이 보기도 했다. 고급 온천이든 저렴한 노천탕이든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행복은 동일하다.
지난 오이타의 시간을 떠올려 본다. 맑은 온천에 몸을 담그고 온천수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던 시간, 벳푸 지옥을 둘러보며 온천의 신세계를 경험하던 시간, 이국의 정취가 담긴 기모노를 입고 마을을 오가며 산책을 즐겼던 시간, 다다미 특유의 향이 감돌던 청결했던 이부자리. 노천탕에서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던 시간. 여행은 그렇게 감각(感覺)으로 기억된다.
늘 그랬듯 추운 겨울이 찾아왔다. 올해도 이렇게 가는구나 싶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뺨을 스칠 때쯤 오이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이번 콘텐츠가 최고의 온천, 최고의 휴식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