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조선일보

최근 해외시장에서 한국 가요, 드라마, 영화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기초예술까지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K-컬처'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한국 공예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2022년 정다혜 작가의 '로에베(LOEWE) 재단 공예상' 수상을 기점으로 여러 공예인이 샤넬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으며 분주해졌고 서울 곳곳에서 장인과 전도유망한 공예인을 조명하는 전시가 늘어나는 등 한국 공예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공예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국 공예의 우수성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예품의 유통망과 판로를 확장해 공예 작가들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품 판로가 원활하지 않은 탓에 경제적 어려움에도 묵묵하게 열정을 다하고 있는 공예가들을 위한 유통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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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공예산업 매출 규모는 약 5조 2천억원(2022 공예산업 실태조사 기준)으로 추산된다. 종사인원은 6만 4천여명, 공예사업체는 대부분 개인 사업체(86.0%)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실제 사업체 종사자 수도 대부분 5인 미만으로 소상공인 위주다. 공예 산업은 전통공예, 현대 공예, 디자인 상품 등의 형태로 명맥을 이어 왔는데 생활용품 시장 등을 중심으로 대량 생산 제품에 밀려 가격 경쟁력이 낮았다. 공예가와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는 우수한 공예인력을 통해 공예에 대한 관심을 소비, 유통, 교육 등 공예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사례를 보면 프랑스의 경우 아틀리에(Atelier)를 중심으로 공예 매개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으며 공예인 연합회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해 젊은 공예 인력 양성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장인(匠人) 기업의 현장형 도제 교육을 통해 장인과 학생을 매칭한 장기 프로젝트 등 공예 인력간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기회 창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영국은 공예를 창조산업의 한 분야로 인식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공예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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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매개자란 공예 제작자와 소비자를 잇는 사람들을 말한다.공예 문화 확산의 여건은 좋아지고 있지만 공예를 향한 대중의 인식을 향상시킬 매개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공진원)은 그간 공예전문인력을 양성 및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시행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공진원이 주관하는 '공예매개인력양성' 교육 프로그램은 전문성을 갖춘 공예매개자를 양성해 일반인들에게 공예 문화를 널리 알리고 공예 산업을 더 활성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2018년부터 시작해 6번째를 맞은 '공예매개인력양성' 교육 프로그램은 작년까지 총 342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이번 사업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교육생들을 발굴하고자 '뉴 디맨드(New Demand)'라는 주제를 정했다. 여기에 공예 시장 규모 확대를 목적으로 전시, 유통, 교육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공예 큐레이터, 공예 머천다이저, 공예 에듀케이터 등 총 3개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특히, 실무연계과정을 신설해 실질적인 프로젝트 실현 지원을 확대했다.

각 분야전문가들이 전하는 생생한 현장의 노하우

약 한 달간의 모집기간 동안 150여명이 신청해 공예매개인력교육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중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기본교육과정 60명, 실무연계과정 6팀이 최종 선발되었다. 선발된 교육생에게는 수강료 전액 지원, 전문 교육 지원(기본 교육과정은 12회, 실무연계과정은 13회), 교육자 및 강사들과의 네트워킹 기회 제공, 온·오프라인 전시 등을 지원했다. 또한, 서울·경기권 이외 지역 거주자에 한해 화상강의로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교육은 각 분야의 이론과 실무 지식을 전달하는 기본교육과정과 심화된 지식 전달 및 프로젝트 실현까지 진행하는 실무교육과정으로 세분화해 진행했다. 강사진은 서울대·이화여대·홍익대·숭의여대 교수진을 비롯해 SSG닷컴, 아마존, 우림 EMG, 피노크 등 실제 공예 현장 관계자 외에도 전시, 유통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라인업으로 채워졌다.

교육 사업분야 3

공예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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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획을 위한 작가 조사와 개발, 작품 디스플레이, 전시 마케팅 등 공예 전문 기획자,비평가로서의 실무적인 능력 이 필요한 사람

공예 머천다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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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상품 유통 기획 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사람, 공예상품 브랜딩과 마케팅에 관심 있는 사람

공예 에듀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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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공예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및 실행을 위한 실무교육을 통해 확장된 공예 교육 현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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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 큐레이터 과정 craft curator
전시 기획을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수업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 박경린 기본교육과정 큐레이터 분야 강사 -

공예 큐레이터가 하는 일은 전시를 기획하여 실현하는 것이다. 기본교육과정은 공예 큐레이팅 전시 기획안 작성법과 전시 관련 글쓰기, 전시 홍보 및 마케팅 위주의 이론·실습 교육으로 진행됐다. 실무연계과정은 직무 이론과 전시 현장 업무 특성 파악 및 프로젝트 실현 중심의 교육 내용으로 구성되었으며, 전문 멘토링 교육을 통해 실질적인 공예 큐레이터로서의 역량 향상을 도왔다. 또한,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의 자세한 강의를 토대로 예산 계획 수립, 전시 공간 디자인 및 마케팅 등 실전 지식이 담긴 교육을 진행해 공예 전문 큐레이터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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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 머천다이저 과정 craft merchandiser
머천다이저는 모든 시작을 고객으로부터 시작하고 끝을
고객으로 향햐게 해야 합니다

- 최윤정 실무연계과정 머천다이저 분야 강사 -

머천다이저는 사업의 핵심 영역으로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작품을 판매할지 결정한다. 기본교육과정은 공예 상품 기획, 공예 상품 유통 채널과 마케팅 전략 기획 실습 등이 진행됐다. 실무연계과정은 공예 상품 기획 실무 이론을 바탕으로 상품 선정 및 매체 선정, 전시 홍보물 디자인 실습 등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실행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실무 교육의 경우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과 국내 리빙 시장 진출 전략 등 업계 실무자가 들려주는 현장의 이야기를 통해 최신 공예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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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 에듀케이터 과정 craft educator
이번 교육의 여러 목표 중에서 교육생들이 원하는 방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 배미경 기본교육과정 에듀케이터 분야 강사 -

먼저 기본교육과정에서는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공예 에듀케이팅 실무 이론 및 현장 실습, 개별 교육안 작성을 통해 융합 교육 기획 능력 향상을 꾀했다. 실무연계과정은 팀별 공예 교육 기획안을 작성하고, 대상자 섭외 및 진행 실습을 통해 공예 에듀케이터로서의 실무 역량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또한, 실무 교육의 경우 자신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재료, 기법, 품목에 대한 고민을 통해 세부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또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하며 공예 교육의 구조와 내용, 수업 모델 예시를 통한 교육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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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공예시장을 이끌어갈 공예매개자들의 행보

지난 4개월간 진행했던 '공예매개인력양성' 교육 프로그램의 여정을 공유하는 결과 발표 전시가 진행됐다. 공예 큐레이터, 공예 머천다이저, 공예 에듀케이터로서의 진로를 모색하고, 코로나 이후  공예의 뉴노멀을 제안하기 위해 학습한 과정들은 전시물이 되어 일반에 공개됐다.
이를 통해 공예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컨텐츠 융합과 관련 컨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결과 발표 전시는 두 곳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삼성동 COEX에서 국내 최대 규모 공예 박람회 '2023 공예트렌드페어'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서는 공예가, 공방, 갤러리 등 276여곳이 참여한 가운데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물론 공예기법을 예술로 표현한 '오브제'까지 다채로운 공예품을 선보였다. '공예매개인력양성' 교육 프로그램 내 공예 머천다이저 실무연계과정의 결과물도 함께 전시되었다. 먼저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비집'팀은 '복복상회'란 주제로 호두·누비집·와펜과 옻칠접시·나무 코스터 등 서로의 건강과 복을 바라는 '부럼즈'를 기반으로 한 총 9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키오스크키오스크'팀은 '콜렉트 & 아카이브'란 주제로 목공예 브랜드 Roots와 협업으로 제작한 'A Box' 시리즈와 10팀의 작가와 브랜드가 제안하는 수집·보관 도구가 포함된 'Collector`s wall' 등 총 64점의 상품을 전시했다.

공예 큐레이터와 공예 에듀케이터 실무연계과정의 결과물도 서울 종로구 인사동 KCDF 갤러리에 전시됐다. 먼저 공예 큐레이터 과정을 수료한 '오아시스'팀은 '생각은 자유'란 주제로 3D 프린팅 기법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사유하며 작업하는 공예가들을 조명한 현대 공예품 43점을 선보였고 '프롬히어'팀은 '빛과 바람이 머무는 살롱'이란 주제로 선자장·우산장·조명 디자이너의 협업으로 만든 총 12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공예 에듀케이터 과정을 수료한 '댕댕이'팀은 '댕댕이의 슬기로운 공예생활'이란 주제로 다양한 반려동물 소품을, '미미'팀은 'To Me, From Me'란 주제로 다양한 생활 속 도자 공예품을 선보였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주요 기업과의 비즈니스 미팅이 6건 성사되었고, 일부 상품의 경우 모 기업의 VIP 선물세트 납품도 진행하기로 했다.

앞으로 공예매개자 분들이 다같이 공예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유라 기본교육과정 에듀케이터 분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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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매개자, 공예 산업 확대의 첫 장을 열다

인류의 역사는 곧 공예 발전의 역사로 돌·흙·나무 등 자연 소재를 이용해 문명 발전의 토대를 만들었을만큼 공예의 위상은 대단했다. 하지만 18세기 산업혁명에 의한 생산 양식의 변화로 사물의 질서가 변하면서 그 위상은 변했다. 공예가 인류가 만들어온 사물의 역사에서 오늘날 핸드메이드로 만든 무언가를 지칭하는 의미로 국한된 것 자체가 그 변화를 말해준다.

그동안 공예인들이 자본시장으로 접근하는 데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공예품을 자본시장에서 상업적인 콘텐츠로, 하나의 상품으로서 대하는 것은 아직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기본적인 시장의 흐름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상업 콘텐츠로서 공예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장 점유를 통해 공예의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공예가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 가치를 대중에게 전달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공예도 생활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구매로 이어져야 긴 생명력을 갖고 비로소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 소비자들은 작품·상품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숨은 가치도 함께 소비한다. 하지만 이런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제작자 혼자서 하는 건 쉽지 않다."잘 만들면 알아주겠­­지"란 막연한 기대는 급변하는 소비사회에서 낭만적인 생각에 불과할 수 있다. 공예 제작자와 소비자가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공예매개자'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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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예매개인력양성' 교육 프로그램의 책임기획자로 참여한 박중원 국민대학교 도자공예학과 교수는"이번 사업 기획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지속성으로 시장 확대를 위해 공예산업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분을 양성하는 것"이라며"로에베 재단 공예상 수상 등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는 한국 공예의 성과가 공예 문화 및 시장 확대로 이어져야 하는데 이번 교육 프로그램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공예매개인력양성' 교육 프로그램은 매우 유의미한 사업이다. 공예가가 작품에 매진한다면, 공예매개자는 공예 분야 발전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생산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매개자의 지식과 경험에서 습득된 현장감은 공예 산업의 확장과 더불어 공예 분야 진입을 원하는 이들의 교육까지 여러 부분에서 향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