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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골목 사이를 지나 모습을 드러낸 '벤츠 스튜디오 서울'은 일반적인 자동차 전시장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를 생산했던 독일 만하임의 칼 벤츠 공장에서 영감을 받아 조성된 붉은 벽돌 외관을 지나면, 내부에는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미래 기술을 체험형 콘텐츠로 풀어낸 공간이 펼쳐진다. 자동차를 나열해 놓은 쇼룸이라기보다 하나의 브랜드 전시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이하 벤츠 코리아)는 오는 19일 공식 개관을 앞두고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사전 공개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은 코펜하겐, 스톡홀름, 도쿄, 프라하에 이어 전 세계 다섯 번째로 벤츠 스튜디오가 들어선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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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더 오리진' 공간이었다. 조명이 깔린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로 알려진 '페이턴트 모터바겐' 모형이 놓여 있었다. 주변 벽면에는 1886년 자동차 특허 문서와 당시 사진, 영상 자료들이 함께 전시돼 있었다.
특히 칼 벤츠의 부인 베르타 벤츠가 두 아들과 함께 장거리 주행에 나섰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당시 자동차가 단순한 발명품이 아니라 실제 이동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순간을 강조한 구성이다.
영상에서는 여행 도중 연료가 부족해지자 베르타 벤츠가 근처 약국에서 리그로인을 구해 다시 주행을 이어가는 장면도 소개됐다. 당시 리그로인을 판매했던 약국은 훗날 ‘인류 최초의 주유소’로 불리게 된다. 전시에서는 베르타 벤츠가 단순한 동승자가 아니라, 자동차의 실용성과 가능성을 세상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도 함께 조명했다.
현장에서 직접 본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지금의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세 개의 바퀴와 단순한 프레임 구조가 오히려 자동차 산업의 시작점을 실감하게 했다. 설명 패널에는 칼 벤츠가 조향 기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3륜 구조를 선택했다는 일화도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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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리진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더 아이콘 공간에서는 메릴린 먼로, 마이클 조던, 스티브 잡스 등 시대별 인물과 벤츠 브랜드의 연결고리를 영상으로 소개한다. 벽면 전체를 채운 대형 디스플레이에서는 각 시대의 문화와 차량 디자인 변화가 함께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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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이었던 공간은 더 베스트 오어 낫띵이었다. 수십 개의 디지털 패널이 설치된 이 공간에서는 ABS와 에어백 등 벤츠가 먼저 상용화한 기술들을 인터랙티브 콘텐츠 형태로 체험할 수 있었다. 각 화면에서는 기술의 원리와 실제 차량 적용 사례들이 함께 소개됐는데, 벤츠 관계자는 "140년 동안 축적해 온 기술을 아카이브 형태로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의 기술 발전 과정을 하나의 디지털 전시처럼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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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간인 더 센스는 전시장이라기보다 미디어아트 전시에 가까웠다. 어두운 공간 안에서 조명 색상이 바뀌고, 벤츠 차량에 적용된 엠비언트 라이트가 음악과 함께 연동됐다. 여기에 향기까지 더해졌다.
직접 체험한 이모셔널 모드는 포레스트, 캠프파이어, 아쿠아리움 등 세 가지 테마로 구성돼 있었는데, 조명과 사운드뿐만 아니라 각 콘셉트에 맞는 향이 공간 전체에 퍼졌다. 자동차 옵션 기술을 단순 설명이 아닌 오감 체험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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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시 공간을 지나 나오면 비교적 밝고 개방감 있는 라운지 공간이 이어진다. 이곳에는 올해 3분기 출시 예정인 더 뉴 S클래스를 비롯해 '디 올 뉴 CLA' 등 주요 차량이 전시돼 있었다. 차량 주변에는 벤츠 액세서리 제품과 라이프스타일 굿즈도 함께 배치돼 있었다.
현장에서는 자동차 브랜드 공간이라기보다 '벤츠라는 브랜드를 경험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전달됐다. 차량 판매보다는 브랜드 경험 자체에 초점을 맞춘 구성이다.
벤츠 코리아는 향후 이 공간에서 신차 공개 행사와 브랜드 체험 프로그램, 고객 이벤트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일반 방문객은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통해 관람 신청 후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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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 성열휘 기자
- 성열휘 기자 sung12@chosu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