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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를 필두로 확장한 한류는 음악과 드라마, 영화, 음식 문화까지 영역을 넓히며 하나의 문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 흐름을 산업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 온 인물이 있다. 화장품 산업에서 출발해 콘텐츠와 문화 교류로 영역을 넓혀온 김곡미 충남콘텐츠진흥원장이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만난 그는 “한류는 특정 산업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기술, 산업이 결합하며 계속 확장되는 생태계”라고 말했다.
K-뷰티 현장에서 확인한 한류의 가능성
김 원장은 LG그룹에서 26년간 디자인과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며 한방 화장품 브랜드 전략을 연구했다. K-뷰티가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던 시기, 그는 기업 현장에서 그 흐름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녹차·쑥·인삼 등 한국 고유의 원료를 활용한 화장품이 글로벌 소비자에게 단순한 스킨케어 제품을 넘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넓히는 계기가 되는 과정을 경험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 정체성에 근거한 한방 화장품의 글로벌 전략’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 원장은 “K-뷰티는 단순한 화장품 산업을 넘어 한국적인 가치와 문화를 세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며 “제품을 통해 문화가 확산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그것이 이후 콘텐츠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 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K-컬처의 중심에서…AI와 실감형 콘텐츠로 확장
K-뷰티 산업에서 쌓은 경험은 이후 콘텐츠 산업으로 이어졌다. 현재 김 원장은 충남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 원장으로서 충남 지역의 영화·드라마 제작 지원, AI 기반 콘텐츠 인력 양성, 실감형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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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끄는 진흥원에서는 AI 기반 역사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충남 지역 대학생과 미디어 기업들이 참여해 제작한 이 콘텐츠는 유관순 열사의 미공개 가족사진 등을 활용한 역사 콘텐츠 영상으로, 광복 80주년인 지난해 8월 15일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서 상영됐다.
김 원장은 “AI와 실감형 기술이 결합하면서 콘텐츠 제작 방식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기술은 창작의 가능성을 넓히는 도구이며, 지역의 젊은 창작자들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중남미로 확장되는 한류…멕시코 Canal22와 협력
한류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은 중남미 시장에서도 모색되고 있다. 진흥원은 지난해 멕시코 문화부 산하 공영 문화방송 Canal22와 콘텐츠 교류 협력을 논의했다. 32년 역사의 Canal22는 문화예술과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중심으로 멕시코와 중남미 지역에 방송되는 대표적인 문화 채널이다. 진흥원은 멕시코영화진흥원(IMCINE)과의 협력 가능성도 함께 검토하며 충남 콘텐츠의 중남미 진출 기반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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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대상으로는 충남의 독립운동 역사와 지역 유산을 소재로 한 콘텐츠, 지역 뮤지션의 창작 음원과 공연 영상, 청년 창작자들의 영상·애니메이션 작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김 원장은 “이번 협력은 단순한 콘텐츠 수출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교류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협력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멕시코를 시작으로 중남미 다른 국가들과도 연결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K-푸드까지…문화 산업의 확장 가능성
한류의 외연은 음식 문화로도 확장되고 있다. 김 원장은 최근 농학 분야 연구에도 관심을 넓혀 관련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친환경 농법 연구와 특허 개발 등을 진행하며 K-푸드의 세계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건강한 식재료와 한국 고유의 음식 문화 역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문화 자산”이라며 “콘텐츠와 음식, 문화가 결합하면 한류 산업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콘텐츠 산업은 변화 속도가 빠른 분야인 만큼 흐름을 먼저 읽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문화와 산업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 탐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