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피지컬AI로 혁신… “로봇이 로봇 만들어”
‘루빈’ 내년 양산… HBM4 삼성·SK 둘 다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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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선순환(Virtuous Cycle)으로 AI 공장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에 아주 유리한 국가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책임자(CEO)의 말이다. 그는 AI가 수익성을 갖추게 되면서 사람들이 더 많은 AI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짓고 싶어하며 그 과정에서 AI가 발전하고,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수익이 나고, 더 많은 공장을 만드는 선순환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선순환 속에서 한국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 “AI 공장 시대, 韓 모든 역량 갖춰”
황 CEO는 AI를 기존 IT 산업과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의 소프트웨어는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였지만, AI는 일을 수행하는 존재”라며 “AI는 칩 공장이나 발전소처럼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투입해 지능을 생산하는 공장이 필요한 ‘첫 번째 기술(The First Technology)’”이라고 설명했다.
황 CEO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은 소프트웨어 전문성, 기술력, 제조 역량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나라라며 피지컬AI와 로보틱스 분야에서 큰 기회를 맞고 있다. 그는 한국을 AI 공장 시대에 가장 적합한 국가로 꼽았다. 황 CEO는 “세계에서 소프트웨어, AI 기술, 제조 역량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모두 갖춘 나라는 극히 드물다”며 “한국은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 CEO는 한국 제조업이 피지컬AI로 혁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조선, 자동차, 반도체 제조는 모두 물리적 세계와 관련된 산업이며, 이는 전 세계 100조달러(14경2770조원) 규모의 산업”이라며 “한국은 로봇을 만들고 동시에 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에는 “로봇이 인간과 함께 일하는 공장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로봇을 만드는 로봇, 로봇 공장이 로봇 제품을 생산하는 미래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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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3대 스케일링 법칙과 선순환
황 CEO는 최근 6개월간 AI 산업이 급성장한 이유로 ‘AI의 3대 스케일링 법칙(Three Scaling Laws)’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AI에게 어린아이처럼 정보를 기억하도록 가르치고, 새로운 기술을 수행하고 추론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면서 “추론 과정에서 AI는 단순히 암기한 답변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답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AI의 답변 품질이 크게 향상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답변이 좋아지면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더 많이 사용되면 더 많은 컴퓨팅이 필요해진다”고 말했다.
AI도 가지다. 황 CEO는 “이제 AI가 수익성을 갖추게 되면서 더 많은 AI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짓고 싶어한다”면서 “AI가 발전하고,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수익이 나고, 더 많은 공장을 만드는 선순환이 시작됐다. 이것이 세계 자본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발전 속에서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다다르는 순간에는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이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가 33년 전 시작한 가속 컴퓨팅이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다다른 현 시점에서 컴퓨터 산업의 미래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어의 법칙이 동력을 잃었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컴퓨팅 방식이 필요했다”며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이 그 기초 계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 만들어진 컴퓨터들이 이제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으로 전환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최신 시스템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을 소개하며 “이것은 하나의 거대한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무게 2t(톤)에 150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됐으며, 120킬로와트를 소비하고 놀라운 속도로 토큰, 즉 지능을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고 소개했다. 황 CEO는 30년간 한국과 함께 해온 엔비디아의 여정을 언급하며 “30년 전 한국과 함께 비디오 게임 산업을 창조했고, 25년 전 지포스(GeForce)를 한국에 소개했다”며 “여러분이 엔비디아를 만들어가는 제 여정의 일부였듯이, 저희도 한국이 AI 최전선의 일부가 되어가는 여정에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 루빈 칩 내년 하반기 양산, HBM4 작동 중
이날 특별 세션이 끝난 후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차세대 AI 칩 ‘루빈(Rubin)’이 계획대로 내년 하반기 양산에 들어간다고 확신했다. 그는 “루빈 실리콘이 이미 엔비디아에 도착했으며, 6개의 매우 진보된 칩으로 구성된 루빈은 현재 모두 개발 단계에 있다”며 “내년 하반기 루빈 출하에 대해 확신한다”고 말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4에 대해서는 “HBM4 샘플이 현재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공급 경쟁에 대한 질문에는 “두 회사 모두 놀라운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는 둘 다 필요하다. 엔비디아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의 규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의 칩 수출 재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황 CEO는 “엔비디아가 중국으로 돌아가기를 항상 희망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 중국 양측 모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부정했다. 황 CEO는 “중국이 엔비디아의 기술을 군사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중국은 이미 수백만개의 AI 칩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며 “중국의 기술도 군사용으로는 충분히 좋다. 미국 기술이 중국 인민해방군(PLA)에 사용될 것이라는 우려는 솔직히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 유덕규 기자 udeo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