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

[AI 실생활 체험기] 플리토 AI 번역, 언어 장벽을 낮추다

기사입력 2024.04.08 15:27
세계를 연결해주는 AI 통번역사 등장
관광객 안내부터 컨퍼런스 번역까지 만능 재능꾼
  • 플리토 동시통역 서비스를 이용 중인 모습./ 서예림 기자
    ▲ 플리토 동시통역 서비스를 이용 중인 모습./ 서예림 기자

    인공지능(AI)으로 언어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AI 기반 통·번역 기술이 활성화되면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3 시리즈를 비롯해 지난해 출시한 주요 모델을 대상으로 ‘갤럭시 AI’를 지원하는 원 UI 6.1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사용자들이 실시간 통역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사용자들이 통화하는 경우 이를 실시간으로 양방향 통역해주는 기능이다. 네이버는 AI 음성기록 서비스에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영어나 일본어 음성을 녹음하면 이를 그대로 기록한다. 이를 네이버가 제공하는 AI 번역기인 ‘파파고’나 타사 AI 번역기인 ‘딥엘’ 등에 옮기면 한국어로 자동 번역된다. AI 기술 발전으로 언어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시 광화문 관광안내소에는 AI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는 또 다른 솔루션이 있다. AI 기반 다중번역 서비스다. 광화문을 찾은 외국인이 이 서비스에 말을 하면 한국어로 자동 번역된다. 지원되는 언어는 영어, 중국어(간체), 일본어, 태국어, 베트남어, 말레이시아어, 인도네시아어, 아랍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총 11개다. 관광안내소에 상주하는 직원은 이 번역기를 통해 외국인에게 언어 장벽 없이 필요한 점을 안내할 수 있다.

    해당 기술은 플리토(Flitto)에서 개발했다. 데이터 기업으로 알려진 그 기업이다. 플리토 관계자는 “광화문 관광안내소에는 11개 언어가 서비스되지만, 현재 38개 언어를 지원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관광 안내와 같은 일대일 번역뿐 아니라 컨퍼런스 등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통·번역 서비스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플리토 본사에 방문, 직접 서비스를 체험했다.

  • 광화문 안내소에 설치되어 있는 플리토 동시통역 서비스./ 서예림 기자
    ▲ 광화문 안내소에 설치되어 있는 플리토 동시통역 서비스./ 서예림 기자

    ◇ 번역된 글이 눈앞에 뜬다

    플리토 사무실에 들어서자 설치돼 있는 통·번역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관광객처럼 “광화문 유명 관광지가 어디인지” 등을 영어로 물어보면 이를 한국어로 즉시 보여줬다. 체험을 안내한 직원이 이에 맞는 대답을 한국어로 하면, 이 답 역시 영어로 번역돼 화면에 나타났다.

    플리토는 이 서비스는 ‘챗 트랜스레이션(Chat Translation)’이라고 소개했다. 이 서비스는 보통 가운데 화면을 두고 양쪽에 마이크가 설치돼 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마이크에 얘기하면 가운데 화면에서 번역되는 대화가 나타난다. 가운데 화면은 투명하게 되어 있어 맞은 편의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볼 수 있고, 번역문도 볼 수 있어 실제 대화에 큰 어려움이 없다.

    대화를 위해 화면과 같은 인프라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 스마트폰 등으로 소통할 수 있다. 실제로 플리토가 선보인 ‘라이브 트랜스레이션(Live Translation)’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촬영하면 해당 웹페이지에서 사람의 말을 실시간 통·번역해준다. 라이브 트랜스레이션은 일대일로 주로 쓰이는 챗 트랜스레이션과 달리, 컨퍼런스 발표 등 다중의 사용자를 위해 개발됐다. 외국인이 발표하면 청중이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실시간 번역된 강연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플리토는 지난달 25일 이 서비스를 iOS 운영체제(OS) 개발자 행사 ‘투이스트 나이트(Tuist Night)’에 제공해 실시간 통·번역 기술을 많은 사람에 선보였다.

    플리토 관계자는 “광화문에 설치한 챗 트랜스레이션의 경우 관광 안내가 목적이고, 투이스트 나이트에서 사용한 라이브 트랜스레이션은 개발자를 위한 컨퍼런스의 번역을 목적으로 서비스한 것”이라면서 “목적에 따라 기능을 선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 루벤 직원이 스페인어로 통번역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서예림 기자
    ▲ 루벤 직원이 스페인어로 통번역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서예림 기자

    ◇ 사용할수록 정확도 ↑, 영어도 스페인어도 잘하네

    직접 체험해 본 플리토 서비스는 발음을 어눌하게 말하거나 작게 말해도 비교적 정확하게 번역했다. 혹여나 잘못 번역한 내용이 있으면 키보드로 해당 내용을 수정하거나, 다시 말할 수도 있었다.

    영어 외 다른 언어 번역도 정확히 해냈다. 다른 언어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회사에서 근무하는 루벤(Ruben) 플리토 직원을 섭외해 스페인어 번역을 진행한 결과, 대화에 어려움이 없었다.

    플리토는 해당 서비스의 경우 회사에서 자체 개발한 ‘CT엔진’을 기반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AI 번역 엔진과 음성 텍스트 변환(STT) 엔진을 다국어 병렬 코퍼스(말뭉치) 데이터와 음성 데이터 학습으로 고도화한 엔진이다. 기존 STT와 기계번역 정확도를 15~20% 이상 높였다. 이 엔진은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학습해 정확도를 점점 높일 수 있다.

    임현진 플리토 마케팅팀장은 “지역마다 억양과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다른데, 우리는 강화학습을 통해 지속해서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며 “이미 많은 검증을 통해 나온 서비스가 더 많은 검증을 통해 똑똑해진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화음 플리토 커뮤니케이션실 매니저는 “명동이란 단어도 사람마다 발음이 다르기 때문에 회사에선 이미 원어민과 대화를 검증하며 정확도를 쌓아가고 있다”며 “별도 아케이드 플랫폼을 통해 외국인이 음성 데이터 녹음과 검토에 참여해 정확도를 지속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리토는 여기에 가상 인간 기능도 더했다. 한국인인 안내직원이 실시간 하는 대화를 화면엔 가상 인간이 나와 말할 수 있게 했다. 현장에선 이정수 플리토 대표가 가상 인간으로 나와 대화를 했다. 임 팀장은 “가상 인간은 각 국가나 도시를 상징하는 마스코트로 변환할 수 있다”면서 “통역과 번역을 반드시 사람과 진행할 필요는 없으니 각 국가나 도시를 상징하는 가상인물이나 캐릭터가 화면에 나와 통역하는 서비스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플리토는 해당 서비스를 바탕으로 언어의 장벽을 깨는 선두 기업이 되겠다고 자신했다. 번역이 필요한 곳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속 정확도를 고도화해 AI 기반 통·번역 시장을 열어가겠단 포부다. 임 팀장은 “최근 AI 통역에 관한 수요가 높아졌고 관련 기술도 여러 형태로 나오고 있다”면서 “플리토는 언어 데이터에 강점이 있는 만큼, 언어의 장벽을 깨뜨리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상을 자유롭게 하자를 모토로 언어와 관련된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