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AI 기업 줄어드는 인공지능중심도시 광주

기사입력 2023.12.28 16:30
유치기업 혜택 미미…지원사업도 줄어
"내년 예산도 줄어 타격 인력 수급도 어려워”
  •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왼쪽 2번째)이 지난 8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WC 2023 in Gwangju’에서 AI 기업의 기술을 보고 있다. /THE AI
    ▲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왼쪽 2번째)이 지난 8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WC 2023 in Gwangju’에서 AI 기업의 기술을 보고 있다. /THE AI

    광주광역시가 유치한 인공지능(AI) 기업이 떠나고 있다. 유치 기업 가운데 규모가 큰 기업들이 빠지는 상황이다. 최근 솔트룩스 광주지사도 폐쇄를 결정했다. 나무기술도 자회사인 나무인텔리전스와 소규모 합병을 진행해 광주지사였던 나무인텔리전스가 소멸했다. 광주시가 ‘인공지능중심도시 광주’를 만들기 위해 유치했던 굴직한 기업들이 빠져나간 셈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27일 송신년 기자회견에서 "더 살기 좋은 광주, 더 즐기기 좋은 광주, 더 기업 하기 좋은 광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은 키우고 지역기업은 지키고 기업 유치는 늘리는 데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기업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던 광주에서 AI 기업들은 왜 떠나고 있을까. 광주지사를 폐쇄한 AI 기업 대표 A씨는 “광주 AI 산업 생태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광주 유치 기업에 대한 혜택이 있지만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고 이밖에 특별한 혜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광주에서 빠져나간 기업도 있고 축소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광주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광주에 법인이나 지사 연구소를 설립한 유치기업에 한해 최대 3억 5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요건이 투자금액 1억 원 이상에 상시 고용인원 5명 이상이기에 규모가 크지 않는 기업은 이를 지원할 요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광주를 떠난 AI 기업 B 대표는 “AI 유치기업 보조금도 AI 기업의 특성을 고려했다기보단 제조업 기반이다”라고 언급했다. 

  • 광주광역시는 광주시와 업무협약 체결하고 광주시에서 사업을 개시한 AI유치기업 가운데 투자금액 1억원 이상, 상시고용인원 5명 이상의 기본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당 최대 3억 5천만원 이내(보조금 항목당 1회만 신청가능)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보조금 상세 내역.  /광주시
    ▲ 광주광역시는 광주시와 업무협약 체결하고 광주시에서 사업을 개시한 AI유치기업 가운데 투자금액 1억원 이상, 상시고용인원 5명 이상의 기본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당 최대 3억 5천만원 이내(보조금 항목당 1회만 신청가능)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보조금 상세 내역. /광주시

    AI 관련 기업 지원사업이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AI 기업 C 대표는 “AI 기업을 지원했던 시제품 제작이나 바우처 지원사업이 없어졌다”며 “5천에서 1억 정도의 사업이 없어지면서 광주에 지원할 수 있었던 사업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에는 스타트업이 많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내년 R&D 예산이 줄면서 국가사업도 줄어 전체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시 시비로 운영되는 시제품 제작 지원 사업은 창업 7년 미만 AI 스타트업 대상 5000만 원에서 최대 1억 5000만 원까지 지원하는 과제다. 또 데이터 바우처 지원 사업은 데이터 전문 기업 대상 500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두 개의 사업이 사라졌다. 광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바우처 지원 사업의 경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사업과 중복이 돼서 빠졌다”며 “압도적으로 사업이 없어졌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I 인력 확보도 문제다. AI 기업 D 대표는 광주에서 중간급 AI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중간급 AI 인재 확보가 어려워 서울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초급 개발자를 교육할 사수가 부족하다”고 했다. 

    광주시는 AI 인재 확보를 위해 인공지능사관학교를 개관해 매년 200~300명의 수료자를 배출하고 있지만 초급 개발자에 해당한다. 인공지능사관학교 1·2기는 180명의 교육자를 각각 모집해 155·157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지난해와 올해 진행된 3·4기도 330명의 교육생을 각각 모집해 302·302명의 수료생이 나왔다. 

    취업 현황을 살펴보면 1기 155명 중 48명이 수료해 광주로 21명, 타지로 27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2기 수료생 157명 중 광주(20명), 타지(28명), 3기 수료생 302명 중 광주(88명), 타지(94명)로 취업에 성공해 전국적인 AI 인재 수급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입장에서는 AI 기업들이 광주를 떠나가면 AI 인재를 수급할 수 있는 기업이 줄어들면서 청년도 광주를 벗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 

    국가 AI데이터센터 컴퓨팅 자원 지원사업의 경우 전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광주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느낄 수 있는 혜택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물리적으로 가까우면 해결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현재 광주 첨단3지구에 조성하고 있는 AI 집적단지 1단계(2020~2024년) 사업을 4200억 원이 투입해 마무리하고 2단계 사업(2025~2029년) 사업 전략을 수립했다. ‘AI중심도시 광주’를 만들기 위해 인프라·인재·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100여개의 기업과 AI 비즈니스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기업 유치를 통해 광주에 법인 또는 사무소를 개소하게 했다. AI 기업들을 광주 시내 중심에 위치한 아이플렉스 광주, AI 창업캠프 1·2호에 둥지를 틀고 활동을 하고 있다.

    광주시는 국가 AI 혁신거점으로 고도화하는 AI 집적단지 2단계(2025~2029년) 사업을 수립하고 6000억 원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 예타 면제를 신청한 상태다. 광주시 AI반도체과 관계자는 “기업 보조금 문제는 대규모 투자가 아니면 조례에 근거해 직접 보조금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AI 사업을 기업이 많이 수행할 수 있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 사업을 만들려고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정 상황이 안 좋아 어려운 상황”이라며 “2단계 사업을 잘 준비해 AI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