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문] 하루를 보는 교육부, 30년을 품은 교사!....급박함을 본 자를 따라야 한다.

  • 김봉제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기사입력 2023.09.04 18:54
  • 김봉제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 김봉제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해 교육부는 멈추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눈을 뜨고 있으나 보지 못하고, 귀가 있으나 듣지 못한다. 우리나라 모든 교사가 "공교육 멈춤의 날"을 외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교육을 멈추겠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나라 교육을 살리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우리의 교육이 가서는 안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외치는 절규이다. 현재 우리 교육환경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반드시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9월 2일 여의도에 20만 교사가 운집했다(주최 측에서는 집회 중간에 30만이 운집해서 여의도 공원에까지 모두 찼다는 안내를 했다). 우리나라 집회 역사에서 이렇게 많은 교사가 모인 시간이 있었는가? 그것도 교사만이 그 모인 자리에서 월급 인상을 요구했나? 수업 시간을 줄여 달라고 했는가?  교사의 요구는 그들의 순수한 마음만큼이나 아주 단순하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절규다.

    교육은 멈추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교육부. 교육부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50만 교사의 교육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식어버리면 우리나라 교육의 심장이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그 멈춤을 두려워해야 한다. 교육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는 교육부 탁상행정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좋은 교사에서 시작된다. 교육부는 5년이지만, 교사는 30년이다. 법과 원칙을 들이대며 교사와 학교, 학교 관리자를 겁박하는 교육부의 입장이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죽이는 것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없는가? 교육의 현장에서 양질의 교사가 점점 사라지고 학교가 그 기능을 형식적으로 하게 만든 일본의 몬스터 페어런트(Monster parent) 사건이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에 의해 포항제철 용광로가 멈췄다가 다시 가동하는 데 135일이 걸렸다. 교육에 대한 교사의 마음이 식게 된다면 그 마음을 다시 뜨겁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두렵지 않은가? 나는 두렵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교사, 교육에 대한 부푼 꿈을 가진 밝고 맑은 예비 교사를 잃을까 봐 두렵다. 우리나라 교육이 힘없이 주저앉을까 봐 두렵다.

    9월 2일 여의도 집회에 정치인이 참여했지만, 그 어떤 정치인에게도 발언권을 주지 않았다. 자칫 교육을 생각해 모인 순수한 열정과 안타까움이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주최 측의 입장이었다. 이런 마음은 현장을 지키던 경찰들도 알았던 것 같다. 집회를 마치고 해산하는 과정에서 안전을 도와주던 경찰들이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는 것이 곳곳에서 들렸다. 그 말속에서 교사에 대한 지지와 애정이 느껴졌다. 9월 1일에는 서울교육대학교 정문 옆에 "선생님 힘내세요! 9.4. 공교육정상화의 날을 응원합니다. 하루속히 교권이 확립되기를 응원하는 학부모일동"이라는 플랭카드가 걸렸다. 2023년 8월 무더위를 삼키고 있는 교사의 뜨거운 마음을 우리 사회의 많은 분들은 잘 알고 있다. 우리 교육에 대한 열정과 걱정이라는 그 순수한 마음을 알기에 응원하고 있다.

    9월 4일 공교육 멈춤은 국회와 교육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향한 교사들의 거룩한 분노이다. 사랑과 열정만으로는 버티지 못하고 교사로서의 영혼을 잃지 않기 위한 외침이다. 교육부는 공문을 통해 급박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9.4. 재량휴업일 지정이 불법이라고 한다. 자신의 인생 30년을 가슴에 품고 오늘의 문제를 바라본 교사들은 급박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는 교육을 보았기에 급박하다. 그래서 30만 교사가 모인 것이다. 교육부가 보지 못하는 것을 교사는 보고 움직인 것이다. 교육부가 보지 못한 것을 교사가 보았기에 교육부는 교사의 눈을 빌려 오늘의 문제를 바라보고 함께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을 아파하는 마음으로 교사가 하나가 되었다. 월급을 더 달라, 일 좀 편하게 해 달라, 이런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교육을 향해 멈추라고 외친 검은 신호등이었다. 교사는 학교에서 각각의 교실에 있기에 그들 각각의 다름을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9월 2일 여의도 집회를 통해 각각이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을 걱정하는 하나의 마음만 드러났다. 그 마음, 우리나라 교육을 생각하는 교사의 진심을 교육부가 꼭 기억하길 바란다. 생각의 무능, 말하기의 무능이 행동의 무능으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 본 기사는 기고 받은 내용으로 디지틀조선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김봉제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