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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5년, 한국인에 최적화한 정밀 의료 시대 열린다”

기사입력 2023.07.10 06:00
인바이츠바이오코아 변석수 대표
  • 인바이츠바이오코아 변석수 대표 /사진 제공=인바이츠바이오코아
    ▲ 인바이츠바이오코아 변석수 대표 /사진 제공=인바이츠바이오코아

    인바이츠바이오코아 변석수 대표가 2025년 한국인에 최적화한 초개인화 정밀 의료 서비스의 시작을 예고했다. 2025년은 그가 인바이츠생태계 구성 기업들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밀 의료 지놈 프로젝트(IPMI-Invites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의 1차 완료 시점이다.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는 사람마다 다른 유전체 정보, 환경적 요인, 생활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예방, 진단 및 치료 방법을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다. 개인에게 발생 위험이 높은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 및 조기 진단법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에 정밀 의료는 미래 의료의 시작으로 여겨지며, 전 세계가 직면한 국가 재난의 하나인 고령화로 인한 막대한 의료비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도 기대받고 있다.

    이러한 정밀 의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전자 데이터 확보가 필수다. 인바이츠생태계가 IPMI를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바이츠생태계는 헬스케어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맞춤형 건강관리 및 스마트 정밀 의료 체계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인바이츠바이오코아 등 국내 11개 헬스케어 전문기업이 결성한 헬스케어 사업 모델이다.

    미국, 영국, 핀란드 등이 이미 구축한 유전자 메타 데이터가 있지만, 대부분 서양인의 유전체 데이터로 아시아인에게 적용하면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 같은 질병이라도 인종에 따라 사용해야 할 약의 용량이나 반응 등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데이터는 한국인의 정밀 의료에는 적합하지 않다.

    IPMI는 1만 명의 제주도민을 포함한 한국인 5만 명의 유전체 정보와 생활정보, 임상 정보 등의 데이터를 포함한 메타 데이터 구축이 목표다. 변 대표는 “2025년 말에는 32개 만성질환에 대한 한국인 유전자 데이터의 1차 분석을 마치고, 개인의 평생 건강 관리 계획을 짤 수 있는 알고리즘을 완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정밀 의료 구축 위해 합류

    변석수 대표는 작년 7월 인바이츠바이오코아에 합류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립선암의 권위자이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립선암 유전체 데이터와 분석 역량을 보유한 프로카젠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는 “외국에서는 상용화되어 있지만, 국내에는 없는 바이오마커를 국산화하자는 생각으로 2018년 프로카젠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모든 암 중에 유전성이 가장 큰 전립선암의 바이오마커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거듭한 결과, 프로카젠은 창업 4년 차인 2022년 한국인 전립선암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전립선암 발병 위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출시했다. 스타트업으로써는 절대 작지 않은 성공이었다.

    소위 잘나가는 스타트업의 수장이었던 그가 인바이츠바이오코아에 합류한 이유는 인바이츠 에코시스템의 연구개발 부문에서 임상의의 시각으로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창업하고 보니 이 분야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았고, 건강 검진에 한정되어 있었다”며, “창업을 한 후 전립선암을 포함한 더 큰 프로젝트에 합류한 것은 매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IPMI의 산출물을 잘 만들어 국내를 넘어서 세계에 진출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이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인바이츠바이오코아 변석수 대표 /사진 제공=인바이츠바이오코아
    ▲ 인바이츠바이오코아 변석수 대표 /사진 제공=인바이츠바이오코아

    한국인 유전자 빅데이터 기반의 정밀 의료체계 구현이 목표

    변석수 대표는 현재 프로카젠이 가진 기술력과 인력을 기반으로 IPMI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IPMI를 통해 구축하고 있는) 데이터 세트(Dataset)의 타깃인 32개 만성질환에 국내 사망 원인 질환의 98~99%가 포함되어 있다”며, “데이터 세트가 완성되면, 의료비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물론 개인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PMI는 2024년 말까지 5만 명의 유전체 샘플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지만, 변 대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유전체 데이터 기반 헬스 데이터 융합을 통해 정밀 의료에 필요한 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이렇게 완성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30여 개의 만성질환에 대한 개인맞춤형 건강관리부터 신약 개발에 이르는 한국의 대표 정밀 의료체계를 구현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변 대표는 IPMI가 단기간에 샘플을 확보하고, 헬스케어 빅데이터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규모를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IPMI를 통한 5만 개의 유전체 수집은 그가 목표한 미니멈 타깃에 불과하다. 그는 프로젝트 이후에도 다양한 대학병원 및 연구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유전자 샘플을 추가하고, 유전체 기반의 헬스 데이터 융합 모델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통해 모은 빅데이터를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여기에 정부가 기존에 구축한 10만 개 정도의 데이터를 추가하면, 약 20만 개의 유전자 샘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렇게 수집한 빅데이터를 세계에 알리고,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려면 이를 활용한 논문 등 근거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연구 그룹이 필요하다. 변 대표는 국내에서 이런 인력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외국 연구자들과 협업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바이오헬스 분야, 일단 창업해서 부딪혀 볼 것

    정밀 의료를 비롯해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는 바이오헬스 분야는 많은 인재를 원하고 있다. 또한, 미래 핵심 먹거리로 급부상한 만큼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창업을 꿈꾸는 이도 많다. 

    바이오헬스 분야의 창업 선배로써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는지 묻자, 변 대표는 “일단 창업해서 부딪혀 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이가 창업 시 시장의 크기를 보지 않고, 내가 갖고 있는 기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 역시 창업한 이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실제 시장에서 부딪혀 보고 고민하는 과정이 어렵기는 하겠지만, 이는 성패를 떠나 성공 확률을 높이는 역량으로 축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창업팀 구성에 신경 쓰고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유연성을 가졌으면 좋겠다”라며,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고 오래갈 수 있는 좋은 인재들과 같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처음 생각한 비즈니스모델은 시장 상황에 따라 전환(Pivoting)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과학자, 의사, 환자, 투자자, 규제 당국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네트워킹과 협력을 통해 비즈니스모델을 발전시켜 나갈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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