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지휘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비롯된 실험이 국내 최초로 펼쳐진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오는 30일 해오름극장에서 관현악 시리즈로 로봇이 지취자로 나서는 공연 ‘부재(不在)’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로봇이 지휘자로 나서는 시도는 진행됐지만, 국내에서는 최초다.

그동안 2008년 일본 혼다사가 만든 ‘아시모(Asimo)’, 2017년 스위스의 협동로봇 ‘유미(Yumi)’, 2018년 일본의 2세대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 ‘알터2’와 2020년 ‘알터3’ 등의 로봇 지휘자가 무대에 올랐다. 

이번 국내 공연에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1년 전부터 개발한 감성 교감형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EveR)6’이 지휘봉을 잡는다. 에버6은 인간 신체를 닮은 외형에 목이나 하박(팔꿈치부터 손목까지 부분) 구조 움직임에 특허가 있는 로봇으로 유연한 것이 특징이다.

에버6의 정확한 박자 학습을 위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사람의 지휘봉 궤적을 모션 캡처로 기록하며, 그 속도를 로봇이 정확히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공연에서는 에버6과 함께 지휘자 최수열이 무대에 올라 각자 강점을 발휘하는 무대를 선보인 뒤 한 곡을 동시에 지휘하는 협업 공연을 펼친다. 

에버6가 지휘할 곡은 국립국악관현악단 레퍼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은 비얌바수렌 샤라브 작곡의 ‘깨어난 초원’과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다. 두 곡 모두 달리는 말을 연상시키는 경쾌한 곡으로 빠른 속도로 반복적인 움직임을 정확히 수행하는 로봇의 특징에 맞춘 선곡이다.

최수열 지휘자는 황병기 작곡의 가야금 협주곡 ‘침향무’와 김성국 작곡의 국악관현악곡 ‘영원한 왕국’을 지휘한다. 

함께 지휘하는 곡은 손일훈 작곡의 신작 ‘감’이다. 연주자들이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무대 위에서 게임을 하듯 즉흥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곡이다. 최수열이 지휘자로서 지닌 ‘감’을 십분 활용해 연주자들과 실시간으로 교감하며 자유롭게 음악을 풀어나가고, 에버6은 일정한 속도와 박자로 패턴 지휘를 돕는다.

최수열은 “로봇에게 가장 도전적인 영역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교감과 소통, 그로 인해 완성되는 음악”이라며 “사람 지휘자의 통솔력과 해석력으로 로봇과는 차별화된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