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나쁘기만 할 것 같은 ‘비만’이 도리어 성병 바이러스의 일종인 ‘2형 헤르페스’에 억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밝혀냈다. 비만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역설적인 현상을 관찰한 것으로, 이 원리를 채용하면 다양한 항바이러스제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이흥규 교수 연구팀은 비만이 여성 생식기를 통한 단순 2형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저항성을 강화하는 현상을 발견했으며, 그 메커니즘 역시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비만은 종양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여성 생식기를 통한 2형 헤르페스 감염 시 질 내 공생미생물과 ‘감마델타 T세포’라는 체내 면역세포의 상호작용을 통해 바이러스에 저항성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성의 생식기 내에는 젖산균을 포함한 여러 공생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는데, 비만인 여성은 마른 여성과는 질 내 공생미생물의 조성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진행한 결과, 비만인 암컷 생쥐의 질 내에는 장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균들이 섞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장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 비만 암컷 생쥐의 질 내에 유입된 균들이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르기닌을 활발하게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아르기닌이 바이러스 초기 감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종적으로 아르기닌이 질 내의 감마델타 T 세포의 항바이러스 면역반응을 강화하고, 적응 면역세포가 활성화되는 시기보다 이른 시기에 바이러스 감염과 전파를 이미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홍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만이 특정 감염 질병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분자 메커니즘을 응용해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ˮ 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지난 11월 8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