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종합] "야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비비가 '나쁜년'으로 돌아온 이유

기사입력 2022.11.18.13:50
  • 사진: 필굿뮤직 제공
    ▲ 사진: 필굿뮤직 제공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야하고, 다정한 사람. 어느 한곳에 치우쳐진 것이 아닌, 두 가지를 다 보여드릴 수 있는, 도화지처럼 뭐든 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18일 서울 강남구 CGV 청담씨네시티에서는 첫 정규 앨범 'Lowlife Princess-Noir'를 발매하는 비비의 MV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비비는 "1년 만에 새로운 곡을 내게 되어서 너무 떨리고 감격스럽다.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있다"라며 "사실 준비한 지가 정말 오래되어서 실감이 잘 안 난다. 곡이 나와도 실감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라며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 비비가 스스로 건설한 신세계로 안내하는 이번 앨범은 한 마디로 강렬하다. 'Lowlife Princess - Noir'에 대해 비비는 "하류인생 공주님이라는, 역설적인 단어가 저 자신과 굉장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뒤에 누아르가 붙게 된 이유는 앨범을 구성하는 모든 이야기의 세계관이 누아르 장르이기 때문이다. 제가 어떤 장르를 노래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누아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때론 광기 어리고, 때론 날카롭게 아픔을 찔러댄다. 과장 없이 가장 현실적인 위로, 비비의 현재를 그대로 투영했다. 비비는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낸 만큼, 전곡의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맡았다.

    이날 간담회 현장에 함께 한 필굿뮤직의 수장 타이거JK는 이번 앨범에 대해 "거의 2년 이상이 걸렸다. 비비가 앨범을 만들 때 각 이야기에 대한 캐릭터를 만들고 가끔은 시, 소설, 영화처럼 이야기를 만든다. 고된 작업이지만, 그러한 캐릭터에 몰입해 사운드트랙의 개념으로 곡을 만든다. 옆에서 지켜본 저로서는 신기한 과정이었다"라며 감탄을 보냈다.

  • 비비는 새 앨범 타이틀로 무려 4곡을 앞세운다. 분노가 만들어낸 인간의 본질을 노래한 '나쁜년(BIBI Vengeance)', 배신당한 연인을 대상으로 사이다같은 쾌감을 전달하는 '조또(JOTTO)', 위트있는 제목과 주제의 '철학보다 무서운건 비비의 총알 (Blade)', 세상에 대한 그릇한 기준과 기존 시스템에 대한 반기를 주제로 한 '가면무도회(Animal Farm)'까지 발칙한 상상을 앞세웠다.

    이들 중 가장 대표 격인 곡은 '나쁜년'이다. 한번쯤 느꼈을 복수심을 테마로, 직설적인 노랫말이 사이다처럼 시원한 쾌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비비는 "여자가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가 '나쁜 년'이 될 것이라는 뜻"이라며 "보통 '놈'이라는 단어와 '년'이라는 것의 무게가 다른 느낌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말이 좋다. 이 곡으로 하여금 좀 더 쉽게 쓰이는 말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다만 가사 수위가 높은 만큼, "방송 활동은 못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비비는 "제가 힘든 일을 당했을 때 이 곡의 가사를 썼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든 일을 당했다. 신고하면 감옥에 가는 정도의 일이었다"라며 "나에게 한 번 더 잘못하는 순간 '나쁜년'으로 변해서 너를 어떻게 해버리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 썼다.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못했지만, 이 곡을 쓰면서 해소가 된 것 같다"라고 설명을 더했다.

  • 현장에서 공개된 '나쁜년' 뮤직비디오는 압도적인 스케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드라마 '수리남', '천원짜리 변호사', 영화 '한산:용의출현', '비상선언' 등에 출연한 현봉식이 묵직한 역할로 출연하며, 훅의 수장 아이키는 퍼포먼스를 맡은 것은 물론, 뮤직비디오에도 함께 출연했다. 특히 비비는 아이키의 섭외에 대해 "이 노래를 춤으로 표현하면 바로 아이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때 한참 아이키 언니가 잘 나갈때라 제가 너무 기회주의자 같아 보일까 걱정이 됐지만,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락을 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비비는 '나쁜년' 뮤직비디오에서 '오금지'라는 캐릭터를 앞세운다. 캐릭터 설정에 대해 "굉장히 어렸을 때 버려져서 자라난 인물"이라며 "나쁜 년임에도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그런 마음에서 온 캐릭터다. 살아남아서, 사람으로서, 사랑을 갈구하기 위한 무엇을 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나쁜 년'이라고, 저 사람은 암흑가의 여왕이라는 비난을 쏟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긴다. 사랑을 얻기 위해 잔혹해지고 분노가 쌓일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캐릭터의 영감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묻자 "저 자신에게 온 것 같다. 항상 날 것 같다는 평을 들었는데 제가 작사, 작곡을 하다 보니까 이런 노래밖에 쓸 수가 없다. 더 사랑스럽고 좋은 사람이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사랑을 더 많이 받았을 텐데라는 마음에서 나온 캐릭터다. 사랑을 받고 싶지만, 이런 사람이라 사랑을 받을 수가 없는 그런 슬픔을 녹여냈다"라고 말했다.

  • 이 밖에도 배우 박정민이 열연한 '조또', 룸펜스가 작업한 '철학보다 무서운건 비비의 총알' 뮤직비디오까지 함께 선보였다. 각 캐릭터의 주인공이 하나의 인물인지 묻자 비비는 "각 곡에 맞는 설명을 돕는 느낌 정도로 봐주시면 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뮤직비디오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웹툰 제작을 준비 중이라며 "실제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보여드리고 싶다"라는 바람을 더했다.

    '분노'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의 곡들을 앞세운 것에 대해 부담은 없었는지 묻자, 비비는 "이 앨범 전체를 들어보면 사랑과 직결되어 있다"라며 "정말 입체적인 인물이 사랑을 갈구하고 있고, 왜 분노와 사랑 두 가지를 다 담았다고 자부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분노나 슬픔 같은 감정도 모두 숨겨야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숨긴다고 해도 집에서 음악 정도는 들으면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덧붙였다.

    비비는 이번 앨범으로 어떤 성적이나 성과를 얻고 싶냐는 질문에 "다 수위가 있는 곡들이라 (차트인은)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을 했으니까 괜찮다"라며 "뮤직비디오 역시 어떤 것을 얻고자 만든 것은 아니고, 노래를 들으실 때도 눈에 보이는 오감도 만족시켜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해 들으실 때 지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엄청난 철학과 숨은 뜻을 담은 것이 아니라 엔터테이닝 하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 다만 대중성에 대한 고민도 있다. 비비는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어떤 멋지고 대단해서 손에 닿을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고, 아주 친한 친구같이 되고 싶다. 팬들이 '우울할 때 비비 노래를 꺼내 듣는다'라면 너무 행복할 것 같고, 만약 제가 떠난다면 아쉬워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한 것.

    이에 다음 앨범에서는 마냥 무거운 주제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조금씩 바뀌어가는" 비비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비는 "다음 앨범의 제목은 두 개 중에 하나를 고르려고 하는데 '진짜아이-로맨스', '어느 여가수 이야기-로맨스'다. 이번 앨범도 '하루인생 공주님'과 같은 시대인 2044년을 배경으로, 사랑과 자아 성찰 두 가지 이야기가 담길 것 같다"라고 소개했다.

    "내가 다 외롭고 아팠으니, 듣는 여러분들은 웃었으면 좋겠다"라는 비비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첫 정규앨범 'Lowlife Princess-Noir'는 이날 오후 2시(미국 동부 기준 0시)에 발매된다. 비비는 음원 발매 이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애프터파티'를 진행, 팬들과 소통에 나설 계획이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