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일부 수수료 정책 추가 변경 계획… “대리점과 협의하겠다”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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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인수를 사실상 완결 지은 ‘KG그룹’의 자동차 대리점 판매수수료 인하 정책 결정이 결국 사망사고로 이어졌다. 한 60대 대리점 사장이 시위에 참가했다가 귀가 도중 서울역 대합실에서 숨을 거뒀다. 유족들은 “건강했던 사람이었는데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흉통을 호소해왔다”고 주장했다. KG그룹 측은 사망소식이 전해진 후 수수료 인하 정책에 대해 일부 수정안을 제시한 상태다.
3일 쌍용차 대리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KG타워 앞에서 ‘대리점 생존권’ 시위를 한 후 귀가하던 60대 대리점주가 사망했다. KG그룹이 7월부터 9월까지 3달간 영업수익 하위 20%의 대리점을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자 여기에 해당하는 대리점주가 시위에 참여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망했다는 것이 유족 측의 설명이다.
함께 시위에 참여했던 쌍용차 대리점 관계자 A씨는 “시위를 마친 후 사망한 점주와 서울역 지하철에서 헤어졌는데,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며 “유족에게 물어보니 수수료 인하 정책 이후 자주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사망한 점주는 평상시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술과 담배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점 재계약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망 원인이라는 게 유족 및 주위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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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그룹이 대리점에 내건 조건은 최근 3달간 하위 20% 대리점과는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대리점 측은 이러한 정책이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계약서에는 ‘분기별로 실적을 평가해 하위 20% 대리점을 계약하지 않는다’라고 쓰여있는데, 임의로 3개월을 지정하면 이 기간에 실적이 좋지 않은 대리점은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망한 60대 대리점주는 최근 3달간 실적이 좋지 않아 이 사안에 해당됐다”며 “재계약에 실패하면 자신뿐 아니라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까지 생계가 위태롭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자 고민이 많았던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G그룹은 최근 판매수수료 인하정책을 일부 변경했다. 하위 20% 대리점을 재계약하지 않으며, 여기에 폐업 희망 대리점에 두 달간 매장 임차비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기간에 대리점끼리 통·폐합하거나 폐업 전 필요 기간을 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여기에 대해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나서야 정책을 일부 수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나, 쌍용차 측은 “사망 소식이 들려오기 이전 자체적으로 결정해 시행을 준비해 오던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변경된 정책 변경에도 상당수 대리점들은 ‘여전히 불합리한 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회사 측이 제시하는 변경 정책에는 대리점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매장 임차비’ 지원금과 영업사원 수수료 감축 등의 내용도 담겨있는데, 이 내용을 그대로 수긍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존에는 한 달에 22대 차량을 판매하는 대리점에 임차비 50%를 지원했는데, 내년부터는 판매 차량 기준을 30대로 높이고 임차비 지원도 약 3분의 1로 줄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쌍용차 대리점주로 근무하고 있는 B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부품·원자재 공급난이 더해지면서 한 달에 대리점 한 곳에서 30대의 차량을 판매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면서 “판매 기준을 30대로 높인 것은 지원을 아예 해주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영업사원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관계자에 따르면 쌍용차는 영업사원이 3개월 안에 차량을 판매했을 때 주는 영업지원금을 없앨 계획이다. 한 대의 자동차를 팔았을 때 영업사원이 받는 수수료 금액도 줄인다. 기존에는 차량별로 6~6.5% 수수료를 주던 것을 5%로 일괄 조정하고 인센티브도 없애겠다는 것이다.
B씨는 “차량에 따라 매겨지는 수수료가 다 다른데 이를 일괄로 다 낮춰버리면 영업사원은 살아가기가 어렵다”며 “차량을 판매하면 보통 대리점과 영업사원이 3대 7로 수익을 가져가는데, 영업사원은 이 금액 일부를 블랙박스, 썬팅 등 고객 서비스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판매가 안 되므로 수수료를 줄여버리면 영업사원에게 차를 판매하지 말라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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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수료 인하 방침은 곽재선 KG그룹 회장의 쌍용차 조기 경영정상화 정책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차는 지난 2016년 305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후 이후 쭉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4494억 원, 지난해에는 2962억 원을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591억 원의 적자를 냈다.
A씨는 “영업사원부터 지금 대리점주에 이르기까지 쌍용차가 6번 위기를 겪는 것을 보았을 정도로 쌍용차가 힘든 것은 누구보다 잘 안다”며 “수수료를 더 달라고 하거나 더 많은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이 생존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용차 측은 시위에 참여한 대리점주가 사망한 후 다음 날 임원진과 관계진이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고 밝혔다. 또 ‘수수료 인하를 제안한 것은 맞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첨언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나 인센티브 제도 등은 대리점과 협의할 예정”이라며 “인센티브 제도를 고정형에서 연동형으로 바꾸는 방식 등을 추가로 제안하겠다”고 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