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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서나 실시간으로 병원성 감염체 검출이 가능한 ‘나노 바이오센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여부를 검사하는 현장에 적용할 경우 간편하고 정확한 검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오석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 박사 연구팀은 진단 현장에서 고감도를 유지하며 실시간으로 박테리아 검출이 가능한 그래핀 기반 나노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바이오센서는 효소, 항체, 항원, 수용체, DNA 등 다양한 생물학적 수용체를 이용해 분자 수준에서 물질을 검출하고 이를 해석 가능한 신호로 바꿔주는 장치를 말한다. 분석 대상 물질을 간편하고 신속·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최근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과 진단’으로 바뀌면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바이오센서 개발에 주로 사용되는 소재는 ‘그래핀’이다. 다른 소재에 비해 전기적, 물리적, 광학적 측면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그래핀 기반 바이오센서는 수용체와 그래핀을 연결해주는 인터페이싱 화합물의 물리적 적층 방식에 따른 한계로 노이즈 신호, 실제 진단환경에서의 안정성 저하 등의 문제를 보여 감염병 진단에서의 활용에는 제한이 있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혈액, 땀, 소변 등 임상 샘플에서 발생하는 노이즈 신호를 감소시키거나 수용체의 수용량을 늘리는 등의 다양한 연구들이 시도돼왔지만 여전히 한계 극복이 어려워 상용화된 사례는 없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그래핀 소재와의 결합도와 전자 이동도를 높이고, 수용체의 수용량도 향상시켜 더 민감하고 더 많은 양의 박테리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한 나노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합성 물질인 ‘올리고페닐텐에틸렌(OPE)’을 그래핀과 결합시켜 단일층 구조로 제작함으로써 간섭으로 인한 성능 저하를 방지했다. OPE 화합물의 구조를 변경하면 센서 표면 특성을 바꿀 수 있어 다양한 임상 샘플에 적용할 수 있다. OPE는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합성에 성공한 물질이다.
연구팀은 개발한 센서로 혈액샘플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대장균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센서 수용체만 바꿔주면 다른 박테리아를 비롯한 다양한 감염병 병원체 검출도 가능하여 현장 활용 기술로서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권 박사는 “그래핀과 단층 구조를 결합해 극한의 환경에서도 내구성을 확보한 나노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며 “새롭게 개발한 OPE 화합물은 길이 조절이 가능하고 합성 단계가 짧아 양산화 가능성이 높아 다양한 그래핀 기반 나노바이오 센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농림부 스마트팜 다부처패키지 혁신기술개발사업, 과기정통부 나노 및 소재 기술개발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융합연구사업, 환경부 환경기술개발사업, 생명연 주요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화학 분야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 10월호에 게재됐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