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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유정 is 'LOVE'

기사입력 2022.11.02.15:24
  •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보라 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보라 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김유정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you_r_love'이다. 그에게 'Love(사랑)'은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인스타그램 아이디에 담긴 뜻 역시 '팬들과 사랑을 나누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김유정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공책에 쭉 써내려간 적도 있다. '겨울에 눈 쌓인 나뭇가지, 찬바람을 훅 들이마실 때, 따뜻한 물이 전신을 감싸는 느낌' 등이 그가 사랑하는 것들의 목록 중 일부다.

    그런 김유정이 '첫사랑'을 보여준다. 1999년 17살 소녀 나보라의 첫사랑이다. 나보라(김유정)의 첫사랑은 독특하다. 가장 친한 친구 연두(노윤서)가 첫눈에 반한 백현진을 관찰하며 시작된다. 백현진의 가장 친한 친구 풍운호(변우석)에게 반응하는 심장을 눈치챈 순간, 운명의 장난이 시작된다.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의 내용이다. 이를 연출한 방우리 감독은 자신의 교환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연중에 김유정을 '보라'에 투영했다고 고백했다. 김유정 역시 "감정 이입을 많이 하면서 촬영했고요"라고 이야기를 전한다.

  • 영화 '20세기 소녀'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20세기 소녀'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처음부터 보라의 말투나 목소리 톤을 잡는 것부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일단 첫사랑이라는 주제가 있으니까 '처음'이라는 것을 많이 생각한 것 같아요. 보라가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누가 말을 건넸을 때, 그때 나오는 리액션이 처음 느낀 감정처럼 표현해야 하잖아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실제처럼 느끼고 공감할 수 있을까, '그땐 그랬지'라고 생각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어요. 잘 표현이 된 장면도 있고, 부족하다고 느낀 장면도 있어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보라가 순수하고 귀엽게 나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20세기 소녀'에서 김유정은 유독 환하게 웃고, 울고, 고민한다. 그의 커다란 눈망울은 '보라'의 감정을 관객에게 가장 가까이 전달하는 무기가 됐다. 김유정 역시 "예전에 짓던 표정과는 다른 방식의 표정이 나온 것 같아요. 그 부분이 조금 더 새롭게 비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 영화 '20세기 소녀'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20세기 소녀'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마음가짐 자체를 편하게 만들고 촬영을 시작했어요. 의상, 헤어, 메이크업도 최대한 많이 덜어내고, 리얼리티 함을 살리고 싶었어요. 머리도 그냥 제가 묶고 했고, 일상생활에서도 보라의 옷을 많이 입고 다녔어요. 몸에 편안하게 만들려고요. 그렇게 해야 보라가 예쁘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꾸미고 무언가를 더하기보다 빼기를 해야 그 나이의 순수함과 예쁨이 보이겠다 싶었어요."

    17살 나보라 그 자체로 존재했던 김유정은 빛이 났다. '국민 첫사랑'을 넘어 '글로벌 첫사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런데 그렇게 된다면 너무 좋지 않을까요. 그만큼 '20세기 소녀'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거잖아요"라고 답하며 작품에 대한 마음을 다시금 전한다.

    나보라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들이다. 나보라를 연기하는 건 김유정이지만, 17살이라는 나이가 그렇듯 나보라를 만들어주는 건 친구들이다. 그래서 김유정은 촬영 전부터 친구들과 편해지려고 했다. 한 달 전부터 함께 연기하는 변우석, 노윤서, 박정우 등을 초대했다. 김유정은 "감정을 공유하는 일이잖아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보라 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보라 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하나의 작품을 만들 때,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가잖아요. 합이 맞지 않으면, 어느 순간 틀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작품은 또래 친구들이라 편하게 한 것도 있고, 제가 먼저 밥 먹자고 하고, 장면별로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많은 의견이 오가며 결과물이 나왔고, 그만큼 분위기도 좋게 나온 것 같아요."

    "저희가 밥을 항상 같이 먹었어요. 저는 같이 밥을 먹으면 정이 쌓인다고 생각하거든요. 촬영도 열심히 하면서, 밥 먹을 시간이 다가오면 뭐 먹을지 이야기해요. 주변 맛집도 찾아보고요. 어떤 날, 다같이 패스트푸드가 먹고 싶은 거예요. 학교 촬영하는 날이었는데, 교복을 입은 상태로 운전해서 드라이브 쓰루 매장에 가서 사왔어요. 학교 벤치에 앉아서 먹었는데, 그때 너무 행복했어요. 햇살도 너무 좋고, 학교 다닐 때만 느낄 수 있는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또래 친구들이지만, 김유정은 무려 19년 차 배우다. 어렸을 때부터 쭉 연기 생활을 해왔다. 자연스레 김유정에게 '리더'의 무게가 실린 이유였다. 그리고 그 무게감은 김유정이 '20세기 소녀'를 더욱 사랑하게 했다.

  •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보라 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보라 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부담이 없지는 않았어요. '20세기 소녀' 이전부터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릴 때부터 선배님들과 연기를 해왔기에 기댈 존재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없어지더라고요. 혼자서도 고민을 했는데, 오히려 더 좋았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의견도 낼 수 있었고, 다같이 상의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좋았거든요. 다만 조금 조심했던 부분은 제가 너무 관여하면 안 좋다고 생각했어요. 제 몫을 열심히 하면서 어려워하는 지점은 같이 해나가려고 했어요."

    "시나리오상에 네 사람이 모두 매력이 있었거든요. 그게 잘 보이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매 장면 포인트가 되는 인물이 돋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포트해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너무 뿌듯하죠. 다 너무 예쁘고 잘 나왔고, 귀여운 매력이 보이잖아요. 리뷰를 볼 때도 보라뿐만 아니라 넷 다 좋아해 주시는 게 되게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 영화 '20세기 소녀'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20세기 소녀'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하지만 '20세기 소녀'의 결말에는 호불호가 뒤따랐다. '20세기 소녀' 보라였던, 김유정이 생각하기엔 어떨까.

    "보라가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엔 힘든 시기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한)효주 언니가 표현한 나보라가 궁금했어요. 그 나이에서 이런 경험을 할 때, 어떤 표현을 할지를요. 저도 개인적으로 보는데 감정이 막 밀려오더라고요. (한)효주 언니가 잘 해주셔서 너무 좋았죠. 직접 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저는 제가 못할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아무리 고민하고 표현한들, 온전히 와닿지 않을 것 같았어요. (한)효주 언니가 해주셔서 보라의 감정이 크게 표현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보라 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보라 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20세기'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만약 지금의 김유정이 17살 김유정을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까. 김유정은 "별거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라고 한참을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든, 별거 아니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데, 그 당시에는 누군가의 한마디, 작은 상황에 놓였을 때 연연했던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때의 제가 그걸 좀 더 편안하게 흘려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유정은 반대로 20년 후의 모습도 상상했다.

    "그때가 되면 또 다른 모습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차분하게 나이가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약간의 고전적인 걸 가져가고 싶어요. 저만의 고유한 것을 그대로 가지고 나이먹어가고 싶어요. 지금의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나 이전의 제가 가진 것들을 응축해서 가져가고 싶은 거죠. 그때도 새로운 게 생기겠지만, 이걸 바탕으로 그걸 잃고 싶지 않은 것 같기도 해요."

  •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보라 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보라 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해왔고, 현재도, 앞으로도 연기를 해나갈 김유정에게 연기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발판 같은 의미"이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제 전부를 완전히 내어 주면, 어느 순간 제 몸도 마음도 망가질 때가 있잖아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평상시에 스트레스를 풀고, 해소하는 그 이전에 필요한 게 '연기'라는 생각이에요. '연기'를 해야지만, 그 이후의 삶이 더 즐거워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가져가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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