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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 이야기가 들어가 있어서 좋다"…'정은지'에게로 떠나는 여행

기사입력 2022.11.11.08:00
  • 사진: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 사진: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제가 한 리메이크이기 때문에 정은지가 들어가 있어서 좋다. 드라마의 캐릭터처럼 누구로서가 아닌, 정말 제가 많이 듣고, 부르고 어느 기억 안에 녹아있는 노래들을 부른 것이라 진정성 있게 들어주시지 않을까."
  • 오늘(11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정은지의 첫 리메이크 앨범 'log'(로그)가 발매된다. 여행과도 같은 정은지의 인생을 선배들의 음악을 통해 재해석, 다시금 '기록'한 이번 'log'는 1990년대부터 2010년대의 명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컴백을 앞두고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정은지는 "후련하다"라는 말로 소감을 꺼냈다.

    "사실 부담스럽기도 했었다. 제가 회사에는 분명히 할 수 있다고 해놓은 상태였는데, 선곡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다 하겠다고 한 것이라 혹시나 못해낼까 걱정도 있었다.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태 제가 해왔던 노래들에서 벗어나지 않고, 제가 하고자 하는 노래 방향성과 같은 곡들을 리메이크하고 싶었다. 오래 걸려서 조급했을 텐데 잘 기다려준 덕분에 좋은 앨범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하게 된 이유를 묻자 "로망이 있었다"라며 정은지는 "저에게 위로를 해준 곡들을 다시 제가 그 노래를 부르며 위로를 해주는 것이었다.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편하고 잠깐 스트레스나 힘들게 생각하는 것들로부터 도망갈 수 있었다. 학생 때 듣기 싫은 말이나 낯선 환경에 있을 때 이어폰을 끼고 그랬던 제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학생 때 나오지 않은 노래들도 있지만, 그렇게 위로를 받았던 곡을 제 목소리로 하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 타이틀로 선정된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은 2005년 발표된 버즈(Buzz)의 대표곡이다. 인생이라는 여행과 그 긴 여정을 계속해 나갈 모든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안부를 건네는 이 곡은 베이스 라인이 메인으로 채워진 원곡과는 달리,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는 펑크한 락 스타일로 편곡돼 정은지의 시원한 가창력과 특별한 매력을 만날 수 있다.

    타이틀곡 선정 이유에 대해 정은지는 "노래의 제목 자체도 좋았고, 제가 어렸을 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때가 많이 없었다. 부모님께서 일을 하러 가시면 8살 터울의 동생과 같이 있다 보니까 동생에 맞춰진 생활을 했다. 동생이 하원하기 전까지가 딱 저만의 시간이었는데, 당시 버즈 선배님의 앨범을 카세트테이프로 사서 방구석 여행을 많이 갔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크고 나서 이 노래를 다시 부르니까 안 보이던 가사들이 많이 보였다. 어렸을 때는 마냥 신나는 노래로만 생각했는데, '나는 사랑보다 좋은 추억 알게 될 거야'라는 가사를 보면 어떤 사랑에도 아파보고, 세상에 치여도 봤지만, 앞으로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화자가 있다. 왜 이 노래가 지금도 좋은 곡인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 기존 곡과는 확실히 다른 색깔을 느낄 수 있다.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베이스 소리가 없다. 정은지는 "그것 때문에 아예 인트로를 없애게 됐다"라며 "이 곡의 경우 인트로도 인상 깊지만, 후렴도 재미있는 말장난이 유행할 정도로 인상 깊은 곡이다. 그 힘도 크다고 생각해서 후렴구를 통해 인트로를 들어가는 식으로 구성해 봤다. 사실 처음에 편곡이 나왔을 때 생각보다 계절감이 안 느껴져서 좋았다. 이 시기에 이 곡을 낼 때 잘 어울리까 생각을 했는데, 여러 사운드가 올려지며 생각보다 훨씬 시원하게 완성됐다. 겨울에 들으면 조금 춥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11월에 나오니까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만족감을 전했다.

    조금 슬프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는 말에 "사랑 노래가 베이스긴 하지만, 결국 나를 찾는 여행 중에 누군가를 만나고, 그런 추억을 남기며 살아가겠다는 것이 시작점이다. 현재의 내가 들었을 때 '되게 슬펐나 보다' 이런 생각도 드는 가사였다. 저는 지금 제가 느낀 감정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다. 조금 더 단단하게 시작해서 가사가 들렸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들을 때만큼은 "생각 없이 즐겁게 이 노래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정은지는 "서정적인 무드로 시작됐지만, 결국 힘차게 끝을 맺는다. 트랙에서 주는 즐거움을 가져가셨으면 좋겠다"라는 당부를 더했다.

  • 이 밖에도 새 앨범에는 정은지가 "가장 위로를 많이 받았던 곡"이라는 YB(윤도현 밴드)의 '흰수염고래',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생활했던 때의 이야기를 담은" 조용필의 '꿈', "딸은 엄마를 닮아가는 것 같다"라는 것을 느끼며 "엄마를 위한 곡"을 하고 싶어 담게 된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담긴다. 정은지는 "이번 앨범 콘셉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제 여정을 담고 있는데, 편곡 방향을 드라이브를 할 때 듣기 좋은 트랙들로 만들고 싶었다"라며 "같이 떠나는 듯한 노래를 하고 싶었다"라고 설명을 더했다.

    가장 뜻깊은 의미가 담긴 곡은 '서른즈음에'다. 이번 앨범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라며 정은지는 "팬들께 습관처럼 서른이 되면 '서른즈음에'와 리메이크 앨범을 내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저한테는 당연한 수순처럼, 지켜야 할 약속처럼 있었다"라고 말했다. 실제 서른이 되어 '서른즈음에'를 부른 감회를 묻자 정은지는 "제가 이 나이가 안 될 줄 알았는데"라며 "여전히 어린 기분이라 이 노래를 부르기에 내공이 부족하지 않을까도 생각했는데, 어리면 또 어린 대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을 팬들께 약속드린 것이라 이 노래를 부르며 개인적으로는 보람이 컸다"라고 감회를 밝혔다.

    모두 남자 선배의 곡들로만 담았다. 정은지는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라며 "제가 여러 곳을 서치했을 때 여성 아티스트 분들에 의해 커버된 것이 적고 노출이 덜 된 곡들이었다. 새롭게 편곡을 하거나 그런 것이 적어서 다른 가이드라인 없이 내가 잘 해보자는 생각으로 더 편하게 작업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세트리스트 구성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묻자 "하고 싶은 노래가 많았다. 그 안에서 다섯 곡을 뽑는 것이 계속 뭔가를 도려내는 것 같았다. 나중에 유튜브 같은 곳에 커버 영상이 올라오면 '저 노래를 하고 싶었구나'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여 앞으로 공개될 곡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 리메이크 앨범을 완성하는 것에 부담은 없었을까. 정은지는 "처음에 스케줄이 빡빡하다 보니까 못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제가 결정을 못 내리면 진행이 안 되는데 고집을 피워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지는 것은 아닐까도 생각했었다"라며 "다행인지 부담보다는 즐거웠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있었지만, 녹음실에 있는 순간은 최고급 노래방에 간 것처럼 스트레스를 풀면서 재미있게 녹음을 했다"라고 답했다.

    정은지는 "이번 앨범을 녹음하면서 유독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시간들을) 잘 보냈다는 기특한 마음도 있다"라며 "한참 리메이크 붐이 불었을 때 조급한 마음도 있었는데, 다행히 그래도 곡들을 잘 골라서 나온 것 같다. 앨범의 완성도를 생각하며 열심히 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리메이크 앨범을 준비하며 느낀 것은 '난 여전하다'라는 생각이었다. 처음 노래를 하고 싶고, 가수를 하고 싶었을 때 어떤 위로를 전하고 싶었는데 같은 마음이다. 제 위로가 닿았을 때 누군가가 그걸 표현해 주는 것이 여전히 기쁘고 보람을 느껴서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 팬들과 소통하면서 감정이 교류되는 그 장소가 너무 좋다. 생각보다 공연 쪽으로는 올해 많이 못 한 것 같아서 아쉽기는 하지만, 올해의 마무리로 콘서트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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